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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인터뷰] 존 볼튼 전 유엔주재 대사 - ‘항복은 선택사안이 아니다’의 저자


미국 내 대표적인 대북 강경론자로 잘 알려진 존 볼튼 전 유엔주재 대사의 자서전 “항복은 선택사안이 아니다 (Surrender is not an Option)”가 최근 출간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볼튼 전 대사는 이 자서전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 대한 부시 미국 대통령의 뿌리깊은 혐오감을 적나라하게 기술하고, 북 핵 폐기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확인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유미정 기자가 볼튼 전 대사를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1: 이번에 펴낸 자서전이 미국 내에서 반향을 얻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에서도 이 책에 대한 언급이 있었습니다. 혹시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를 보셨습니까?

볼튼1: 아닙니다. 듣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저에 대해 칭찬은 안 했을 걸로 확신합니다. 한국에서 이 책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넷을 통하거나 서점에서 영어로 된 것을 구할 수 있을 겁니다.

기자 2: 자서전에서 부시 대통령이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해 아주 깊은 혐오감을 갖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 예로 부시 대통령이 지난 2003년 미국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김정일은 음식이 담긴 접시를 마구 내던지는 어린애 같은 자”라며 “어른이 접시를 주워 상 위에 올려 놓는 순간 그는 또 접시를 내던진다”라고 한 일화를 소개했는데요, 그런 부시 대통령이 현재 북한과 대화하고 협상하고 있습니다. 부시 대통령이 왜 마음을 바꿨다고 생각하십니까?

볼튼2: 제 생각에 부시 대통령은 지난 7년 동안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의 대외정책을 그대로 답습하기를 원했던 국무부 때문에 지친 것 같습니다. 또 이라크 문제와 여러 가지 국내 현안도 요인으로 작용했을 겁니다. 그 때문에 부시 대통령은 취임 초기에 추구하고자 했던 정책과 우선순위에 있어서 지난 해 근본적인 입장변화를 취한 걸로 봅니다.

기자 3: 현재 6자회담 합의에 따른 핵 시설 불능화 작업이 북한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사께서는 북한이 핵 협상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보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볼튼 3: 북한은 전체 역사를 통틀어 한번도 약속을 지킨 적이 없습니다. 북한은 과거에도 실질적인 경제적, 정치적 혜택을 바라고 핵무기 포기에 대한 약속을 여러 번 했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실행단계에 와서는 언제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곧 북한의 완전한 핵 목록 신고를 기대하는 시점에서 미국은 북한의 주장을 확인할 수 있는 아주 철저한 검증방법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저는 북한이 과거의 행태를 답습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즉, 핵무기를 포기하겠다고 약속해 놓고 결국 그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기자 4: 북한에 대한 불신은 과거 북한의 역사에서 비롯된다는 말씀이신데요, 일각에서는 과거 성취하지 못했던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고, 북한에게도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하는데요, 이런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볼튼 4: 냉전시대 구소련과의 군비 통제 문제를 다뤘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바로 ‘상대방을 믿지만 확인하고 검증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북한과 같은 경우 신뢰할 수 조차 없지만, 확실한 것은 확인과 검증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는 한국과 일본, 그리고 심지어 미국 등 6자회담 당사국들로부터 북 핵 폐기의 검증과 확인 방식에 관한 구체적인 언급을 전혀 듣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역사를 볼 때 검증과 확인은 너무나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도 좋지만, 기만과 거짓말, 그리고 약속 불이행으로 점철된 북한의 역사를 간과할 수는 없습니다.

기자 5: 그러면 대사께서 말씀하시는 철저한 확인과 검증 방식은 어떤 것입니까?

볼튼 5: 군비통제 분야에서 불시사찰 (Challenge Inspection)이라고 불리는 방법과 같은 아주 견고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북한의 핵 폐기가 정말로 이뤄졌다고 확신할 수 있기 위해서 북한의 모든 지역을 대상으로 한 예고 없는 사찰, 제한 없는 인터뷰와 문서 검사, 그리고 표본 추출 등이 이뤄져야 합니다.

이와 같은 아주 `철두철미한' (intrusive) 확인과 검증 절차가 없다면, 숨기고 은닉하는 것이 전문인 북한은 이번에도 그렇게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스라엘이 공습을 가한 것으로 알려진 시리아의 유프라테스 강 인근의 북한 방식으로 설계된 핵 시설은 잠재적으로 아주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북한으로부터 수천 마일 떨어진 곳에 핵 시설을 건설하는 것보다 더 나은 은닉방법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기자 6: 조선중앙통신에서도 보도된 것처럼 일부에서는 대사를 타협과 대화를 거부하는 강경 보수세력의 대표적 인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런 평가가 공정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볼튼 6: 나는 대화와 타협 그 자체를 거부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다만 북한에서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그들을 믿고 대화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거짓으로 일관하는 현 북한정권은 궁극적으로 사라져야 합니다. 또한 미국과 한국의 한반도 정책의 진정한 목표는 ‘남북통일’이 돼야 합니다. 김정일 정권을 지탱할 수 있도록 하는 모든 정책은 결국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 강화 등 북한이 대변하는 강압과 빈곤만을 북한주민들에게 되돌리는 결과를 자초한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자 7: ‘항복은 선택사안이 아니다’라는 제목에서도 느껴지듯이 미국의 강경정책을 주장하면서, 상당히 많은 비판과 반대에 직면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 부시 대통령도 결국 지쳐서 입장선회를 했다고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가끔 본인이 지친다거나 어렵다, 또는 외롭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지요?

볼튼 7: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그에 대한 궁극적인 판단은 결국 내가 밤에 편히 잠들 수 있는가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바로 자신이 진실로 믿는 바를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저는 제가 믿고 있는 진실을 이야기 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편안할 수 있습니다.

기자 8: 네, 지금까지 말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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