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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조기 4자회담 개최에 시각차


미국과 한국 정부는 7일 워싱턴에서 열린 외교장관 회담에서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상급에서 정치적 의지를 결집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두 나라 외교장관이 합의한 ‘정상급의 정치적 의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최원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과 한국의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회담 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비핵화의 진전을 위한 정치적 추동력이 필요할 경우 정상급에서 정치적 의지를 결집하는 방안을 계속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송민순 장관이 밝힌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정상급의 정치적 의지 결집’이라는 것은 한국이 그동안 추진해온 3자 또는 4자 정상회담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한국의 노무현 정부는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남북한과 미국, 중국의 최고 지도자가 만나 한반도 평화체제를 논의하는 정상회담을 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그리고 북한도 이같은 정상회담을 기대해왔습니다.

그 결과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 달 초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공동선언을 발표했습니다.당시 발표한 `2007 남북 정상 선언' 4항에는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3자 또는 4자 정상이 한반도 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미국도 정상회담 자체에는 찬성하고 있습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한국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평화협정에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서명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할 생각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어 부시 대통령은 지난 9월 호주 시드니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도 똑같은 얘기를 했습니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은 3자, 4자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시기와 관련해 시각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은 북한 핵 문제가 폐기단계로 가기 위해서는 북한에 정치적 보상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3자 또는 4자 정상회담을 가급적 빨리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미국은 정상회담은 북한의 핵 폐기가 완료된 시점에 하는 것이 좋다는 입장입니다. 부시 대통령도 김정일 위원장과 정상회담 의사를 밝혔지만 그 것은 어디까지나 북한의 핵 폐기를 전제로 한 얘기입니다. 이와 관련해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 7월 서울에서 행한 강연에서 미-북 “정상급 만남은 비핵화와 관계 정상화가 끝나는 시점에 이뤄지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청와대는 8일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최고위층의 정치적 의지를 결집하는 방안을 계속 검토하기로 한 이번 한-미 외교장관 회담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청와대의 천호선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기존에 청와대가 3자 또는 4자 정상회담에 대해 밝혀온 입장의 연장선에서 공감과 합의가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한국 정부의 고위 당국자도 8일 워싱턴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정상들의 의지표명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며 "일단 정상들이 직접 만나는 회담을 목표로 하되 다른 것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미국 측 분위기는 조금 다릅니다. 미국과 한국이 이 문제를 논의한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이 정상회담을 빨리 열자는 한국의 입장에 동의한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두 나라 관계에 밝은 아시아재단의 스콧 스나이더 선임 연구원은 미국은 아직 조기 정상회담에 대해 입장을 정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송민순 장관이 빨리 정상회담을 열자는 청와대의 입장을 미국 측에 전달했겠지만 미국은 아직 이 문제에 대해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현 단계에서 미국은 핵 문제 해결을 추동하기 위한 4자 정상회담 보다는, 핵 문제가 해결된 이후 평화체제를 논의하기 위한 4자 정상회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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