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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언론 '북한 수 십 년의 은둔 벗어나려는 조짐'


북한이 지난 수 십 년에 걸친 고립과 은둔에서 벗어나 외부세계에 개방을 하려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미국의 주요 언론들이 9일 보도했습니다. 미국의 유력지인 `워싱턴포스트' 신문은 그러나 북한의 개방 속도는 더디고 변덕스런 형태로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윤국한 기자가 좀더 자세한 소식 전해드립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 신문과 `워싱턴포스트' 신문, `AP 통신' 등 주요 언론들은 최근 북한의 대외 행태에서 과거와는 다른 분명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이를 북한이 외부세계에 개방을 하려는 조짐으로 분석했습니다.

특히 워싱턴포스트 신문은 '스스로 자초한 수 십 년에 걸친 고립에서 벗어나 개방 조짐 보이는 북한'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최근 나타나고 있는 개방 관련 움직임을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이 신문은 우선 미국 정부 전문가들이 영변을 방문해 북한의 핵 시설을 불능화하고 있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핵실험으로 전세계를 놀라게 한 지 불과 13개월 만에" 이뤄진 주목할 만한 일로 꼽았습니다.

신문은 특히 북한 정부의 고위 당국자들이 최근 몇 달 사이에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 러시아 등지를 잇따라 순방하고 올들어 버마 등 5개국과 외교관계를 정상화 하는 등 활발한 대외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최근 중국 언론들은 북한의 최고 지도자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 달 평양을 방문했던 농 득 마잉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에게 개혁 개방을 통한 베트남의 발전을 평가하면서, 베트남 방문을 약속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지난 주말 일본 도쿄에서의 연설에서 "북한은 과거 고립이 좋은 것이라고 말해 왔지만 이제는 고립이 자기들에게 실질적으로 해를 끼치고 있는 것을 알게 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 신문은 북한의 개방을 보여주는 또다른 사례들로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평양 공연 초청과 북한 태권도 시범단의 미국 순회공연을 지적했습니다.

특히 남북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지난 주에는 한국 측과 서울과 백두산을 직항로로 연결하는 관광 사업에 서명한 데 큰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이 신문은 "북한이 한국 관광객들에게 중국을 통하지 않고 백두산에 직접 갈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은 62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전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 신문은 그러나 북한의 이같은 개방 과정은 더디고 변덕스러울 것이 분명하다며, 조만간 평양에 미국의 닭고기 전문점인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 가게를 열기로 한 한국 사업가가 북한 측 합작사로부터 받은 요구조건을 소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북한 측은 평양 시내에 배포할 광고 전단지에 `프라이드 치킨'과 같은 영어 표현을 사용할 수 없고, 서체도 반드시 북한의 공식 서체로 인쇄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는 앞서의 도쿄 연설에서 북한 내 모두가 개방이 좋은 일이라고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니라면서, "개방과 관련한 일은 무엇이든 느리게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나 힐 차관보는 북한과 인접해 있고 북한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인 중국 정부 관계자들도 북한에서 경제 개혁의 조짐이 보인다고 밝히고 있다며, "북한을 가장 잘 아는 이들 중국 관리들은 북한이 개방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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