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러시아 체류 탈북자 유엔 난민 지위 신청 중 실종


러시아에 체류 중이던 한 탈북 남성이 유엔 난민 지위를 신청하기 위해 모스크바의 이민국을 방문한 뒤 실종돼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러시아 인권단체 관계자는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에서 파견된 건설 노동자로 일하다 탈출해 체류 중이던 이 남성이 러시아와 북한 정부 간 협력 하에 북한에 송환됐을 수 있다며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에 집중되던 탈북 난민 문제가 러시아로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러시아 내 잘 알려진 인권단체인 미모리얼(Memorial)의 관계자는 5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정군철’ 이란 이름의 탈북 남성 1명이 러시아 정부에 난민 지위를 신청하던 중 실종됐다고 밝혔습니다.

미모리얼의 인권홍보 담당자인 말리와나 말라코바 씨는 러시아 당국에 정 씨의 행방에 대해 물어보았다며, 그러나 정부 관계자는 정 씨의 난민신청서만 접수했을 뿐 그가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정 씨는 지난 2일 유엔 난민 지위를 신청하기 위해 약속시간에 맞춰 모스크바의 이민국에 갔으며, 실종 전 이민국에서 러시아인 아내에게 전화해 당국자가 30분을 기다리라고 했다고 말한 뒤 소식이 끊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말라코바 씨는 정 씨가 북한으로 강제 송환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말라코바 씨는 정 씨가 현장에서 잠복 중이던 북한 보위부 요원들에게 납치됐거나 러시아 당국이 체포해 북한 측에 넘겼을 가능성 등을 의심하고 있다며, 계속 행방을 추적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말라코바 씨는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등 러시아 주변국 국민들이 미모리얼을 통해 러시아에 난민 지위를 신청한 사례는 많지만 북한 사람이 난민 지위를 신청한 경우는 매우 드문 사례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다른 러시아 시민단체 (Civil Assistance) 관계자는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정군철 씨가 이 단체를 통해 지난 4월부터 러시아에서 법적 지위를 받는 절차를 지원받아 왔다고 말했습니다.

미모리얼의 말라코바 씨는 정 씨가 오래 전 북한의 건설 노동자로 러시아에 파견된 뒤 노동착취를 이기지 못하고 탈출해 러시아인 아내와 동거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정 씨는 이 러시아인 아내와의 사이에 3살 난 아들을 두고 있으며 이 아들은 러시아 시민권을 갖고 있다고 말라코바 씨는 덧붙였습니다.

러시아에는 현재 8천~9천명의 북한 파견 노동자들이 벌목과 건설, 농업 분야에서 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 대외정책경제연구원의 조명철 박사는 지난 7월 발표한 ‘북한의 해외진출 현황과 시사점’ 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러시아가 장비와 자본을 대고 북한이 노동력을 공급해 시베리아 극동지역 내 벌목사업과 어업 분야를 중심으로 협력 사업이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조 박사는 러시아에 진출한 북한 기업 수는 하바로브스크, 연해주, 사할린, 아무르 등 러시아 극동지역을 중심으로 30개가 있으며, 2006년 기준으로 블라디보스크에만 5천명의 북한 근로자 일하는 등 최근 규모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북한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은 매우 열악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 국무부의 제이 레프코위츠 특사는 지난 1월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에서 러시아 내 시베리아 하바로프스크 등지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벌목공 등으로 일하고 있다며, 이들은 임금을 대부분 착취 당하며 보위부 요원들의 감시 속에 영하의 날씨에서 하루 최고 17시간까지 노동에 투입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레프코위츠 특사는 또 과거 북한 정부에 충성을 거부하던 수 많은 사람들이 러시아에 강제로 끌려가 벌목공으로 일했지만 현재는 북한주민들이 이 일을 자원하고 있다며, 이는 사회주의 낙원이라는 북한의 실상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