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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한반도 평화체제 협상 관련 미묘한 입장차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과 한국의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이 오는 7일 워싱턴에서 만나 북 핵 6자회담의 비핵화 2단계 진전 상황 등을 협의할 예정인 가운데, 최근 한반도 평화체제 협상을 포함한 주요 외교 현안을 놓고 두 나라 간에 미묘한 입장차이가 나타나고 있어 주목됩니다. 유미정 기자와 함께 좀 더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문: 유미정 기자, 한반도 평화체제 협상과 관련해 미국과 한국 정부 사이에 어떤 입장차가 있는지요?

답: 네, 북 핵 6자회담 합의에 따라 북한의 3개 핵 시설에 대한 불능화 작업이 본격 착수된 가운데, 제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도출된 한국전쟁 '종전 선언' 또는 이를 위한 관련국 간 정상회담을 포함한 한반도 평화체제 협상과 관련해서 미국과 한국 간에 이견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6자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지난 2일 미국은 핵을 가진 북한과는 평화협정을 체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힐 차관보의 이 같은 발언은 ‘선 비핵화, 후 평화 협정’이라는 미국의 기존 원칙을 거듭 강조한 것인데요, 힐 차관보는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이전에 평화협정을 결론짓지 않는다는 이해 하에 평화체제 협상이 잘 준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평화체제 논의와 관련한 3자 또는 4자 당사국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도 “미국은 북한의 핵 불능화 직후 핵 폐기 단계로 움직일 때 평화체제 논의에 참여할 준비가 돼있다” 며 ‘선 비핵화, 후 평화협정’이 미국의 입장임을 강조했습니다.

문: 그러면 평화체제 논의와 관련해 한국 측의 입장은 어떻게 다릅니까?

답: 네, 한국은 최종적인 평화협정 체결은 비핵화 이후에 이뤄지겠지만, 평화체제 논의는 연내에 시작하자는 입장입니다. 한국 정부의 논리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논의가 상호보완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즉 비핵화의 진전이 평화체제 논의를 이끌고, 다시 평화체제 논의가 북한의 비핵화를 촉진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한국 정부는 평화체제 논의를 서두르자는 입장인데요, 일각에서는 노무현 한국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종전선언을 하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기도 합니다.

문: 다시 말하면 한국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완료 이전에라도 평화체제 논의를 시작하자는 입장이라는 것이군요.

답: 그렇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일 일본의 `아사히신문'과 가진 회견에서 "핵 폐기에는 긴 시간이 걸리는데 그 시간을 다 기다려 실제로 폐기가 끝나고 난 뒤에 평화체제 절차를 시작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전제하고 “서로의 약속이 신뢰할 수준에 왔다고 볼 때 종전 선언을 하고 또 평화체제 협상과 핵 폐기의 집행과 실행은 동시에 진행될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해 ‘선 비핵화, 후 평화협정’이라는 미국 정부의 입장과는 배치되는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한국 정부는 또 지난달 25일 안보정책조정회의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 이전에라도 종전 선언을 위한 한국전쟁 당사국들의 정상회담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지난 1일 “비핵화 과정이 진전돼 적절한 단계에 직접 관련된 당사국 정상이 모여서 어떤 형태의 선언을 할 수 있다고 합의한다면 종전 선언은 가능하다고 본다”며 한국 정부의 방침을 재확인했습니다.

문: 그런데, 이와는 별도로 지난해 핵실험 이후 북한에 가해진 유엔 대북제재 해제 문제도 최근 주목되고 있지 않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북한의 핵실험 직후 유엔과 주변국들은 유례없이 신속한 대북제재 조치를 취했는데요, 대북 제재결의안 1718호가 만장일치로 채택된 지 1년이 지난 현재, 6자회담의 진전과 남북정상회담에 따른 해빙 분위기 때문에 그 해제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1718호는 무기 관련 품목의 대 북한 수출 금지와 핵실험에 간여한 인사들의 자산 동결과 여행 제한, 북한 선박에 대한 검색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는데요, 결의안은 또 북한의 행동들을 지속적으로 평가해 필요할 경우, 제재를 강화,수정,중지 또는 해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일각에서는 북한이 연말까지 핵 시설 불능화를 실천하는 등 북 핵 문제에 실질적인 진전이 이뤄질 경우 안보리 내에서 대북제재 해제나 완화를 위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문: 그러면 유엔 대북제재 해제에 대한 어떤 실질적인 움직임이 있는 겁니까?

답: 대북제재 해제 문제는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 IAEA 사찰을 수용한 7월 안보리 의장국이었던 중국의 왕광야 유엔주재 대사에 의해 처음 제기됐었는데요, 아직 실질적인 움직임이 가시화 된 것은 없습니다.
왕 대사는 지난 7월10일 대북제재 해제가 북 핵 문제의 영구적인 해법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유엔의 대북제재 해제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했습니다. 왕 대사의 발언은 이 문제와 관련한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첫 번째 공개발언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주목을 받았습니다.

또 한국의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도 최근 올해 말까지 약속한 북한의 불능화의 결과를 보고 유엔 제재 문제도 재검토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해, 북 핵 문제 진전과 함께 유엔 대북제재 해제 가능성이 계속 거론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문: 하지만 미국은 이 문제와 관련해서도 북한의 핵 문제가 선결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지요?

답: 그렇습니다. 힐 차관보는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핵에서 손을 떼기 전에는 대북 경제제재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북한의 선 비핵화가 역시 우선이라는 미국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 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또 북한에 대한 유엔의 제재가 해제되기까지 북한이 해야 할 일이 아직 많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군요. 7일 이 곳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종전 선언의 시기와 방법 등 여러 현안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차가 어떻게 조율될지 회담 결과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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