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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군 북한 선박 구출, 달라진 미-북 관계 반영


북 핵 6자회담의 진전에 따라 미국과 북한 간의 관계 정상화 움직임이 가시화 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해군이 아프리카의 소말리아 인근 해역에서 해적에 납치된 북한 선박을 구출하기 위해 신속한 작전을 펼쳐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그동안 주로 감시와 추적의 대상이었던 북한 선박에 대한 미군의 이례적인 이번 작전은 달라진 미-북 관계를 반영한 것이라는 평가와 함께, 앞으로 양측의 관계 개선을 더욱 촉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유미정 기자가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미 해군 구축함이 아프리카 소말리아 인근 해역에서 해적에 납치된 북한 화물선을 구출하기 위해 신속하고 입체적인 작전을 벌여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미군이 국제무대에서 북한에 이처럼 직접적인 도움을 제공한 것은 전례없는 일로, 일부에서는 최근 북 핵 6자회담의 진전에 따라 달라진 미-북 관계를 반영하는 주목할만한 사건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미 해군의 뉴스서비스 기관인 NNS에 따르면, 바레인 연합해양군 소속인 미 구축함 ‘제임스 E. 윌리엄스 호’는 어제 30일 북한 화물선 ‘대홍단 호’가 소말리아 인근 해역에서 해적들에 납치됐다는 연락을 받고 긴급 구출작전을 전개했습니다.

소말리아 해역은 소말리아 중앙 정부의 권력 약화로 지난 주 초에는 일본의 ‘골든모리 호’ 가 납치되는 등 많은 나라 국적의 선박들을 대상으로 해적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위험지역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미 해군 NNS에 따르면 ‘윌리엄스 호’는 30일 오전 해적들에 나포된 북한 선박을 구출하라는 명령을 받은 즉시 헬기를 급파해 현장확인에 들어갔습니다. 이후 몇 시간 후 현장에서 약 50해리 떨어져 있던 ‘윌리엄스 호’가 출동해 ‘대홍단 호’를 장악한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항복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미 해군이 작전을 펼칠 태세를 보이자 해적들은 당황하기 시작했고, 북한 선원들은 이 틈을 타서 해적들을 제압하고 선박을 재장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해적 2명이 사망하고 5명이 체포됐다고 NNS는 밝혔습니다.

미 해군은 또 북한 선박에 병사들을 보내 의료 지원과 기타 지원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 해군 위생병 3명은 승선조와 함께 ‘대홍단 호’에 올라가 부상자들을 치료하고, 22명의 북한 선원들 가운데 중상을 입은 3명을 ‘윌리엄스 호’로 옮겨 치료를 받게 했다고 NNS는 전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공해상에서 구조 요청을 받으면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 미 해군의 본연의 임무임에도 불구하고, 미 해군은 지금까지 북한 선박을 철저한 감시와 추적의 대상으로 여겨온 터라 이번 ‘윌리엄스 호’의 북한 선박 구출작전은 대단히 이례적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미국이 북한 선박을 감시 대상으로 주목해 온 이유는 북한이 이란과 시리아 등 중동국가들에 미사일을 수출해왔기 때문입니다. 과거 미 해군은 무기를 싣고 중동의 예멘으로 향하던 북한 선박을 공해상에서 나포한 적이 있었고, 지난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결의 이후에는 북한 선박에 대한 감시활동을 더욱 강화해 온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윌리엄스 호’는 국제해사국(IMB)으로부터 구조요청을 받고 피랍 선박이 북한 국적이라는 것을 확인한 다음에 작전에 들어 간 것입니다. 또 소말리아 해역을 경비하는 바레인 연합해양군 사령부에는 미군 뿐만 아니라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호주 등의 해군들이 참여하고 있어, 이날 미 해군의 구출작전은 현장에서 우연히 이뤄진 것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한국 동국대학교의 김용현 북한학과 교수는 AFP 통신과의 회견에서 “미국과 북한 양국 관계 발전의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북한의 핵 시설 불능화 노력에 진전이 이뤄지고 있는 시점에서 발생한 이 같은 이례적인 사건은 미국과 북한 두 나라의 간접적, 인도적 교류를 증진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대홍단 호는 소말리아의 모가디슈 항에 입항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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