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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구소 북핵 보고서 ‘올해 내 임시적 불능화 가능’


미국 정부는 이달 중 두 차례에 걸친 실무 핵 기술팀의 방북을 통해 북한 측과 영변 핵 시설 불능화 방안에 대해 사실상 합의했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 곳 워싱턴의 민간 연구기관인 미국평화연구소(USIP)가 북한의 핵 불능화 방법을 기술적으로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김근삼 기자가 자세한 내용을 전해드립니다.

미국과 북한은 6자회담 `10.3합의'에 따라 올해 말까지 불능화를 완료하기로 한 영변의 5메가와트 원자로와 방사화학실험실, 핵연료봉 제조시설 등에 대한 불능화 작업을 다음 달 1일부터 시작합니다.

양측은 그동안 여러 차례 실무접촉을 통해 불능화 방안에 대해서도 합의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법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이와 관련한 추측이 분분한 상황입니다.

특히 지난 달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1년 간 재가동이 불가능한 수준의 불능화를 추진한다’고 말했고, 연말까지 남은 기간이 2개월이란 점을 고려할 때 상징적인 수준 이상의 불능화는 어려울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평화연구소(USIP)가 최근 발표한 ‘북한 핵 시설 불능화에 관한 보고서’가 눈길을 끕니다.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의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과 폴 브랜넌 선임 연구원이 작성한 이 보고서는 북한 핵 시설 불능화 방법을 단계적으로 제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고서는 6자회담에 참석했거나 회담 내용에 대한 설명을 들은 미국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구체적인 불능화 방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각 시설별로 3단계에 걸쳐 불능화를 진행한다는 원칙에는 합의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각 단계별로 가능한 불능화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지만 2개월 안에도 미국이 목표로 하는 임시적인 불능화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하지만 “불능화가 이뤄지더라도 이는 전체적인 비핵화 과정에서 시작에 불과하며, 이후의 과정이 훨씬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특히 “북한이 이미 생산한 플루토늄 폐기 등을 포함한 비핵화는 협의에만도 1년 이상이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영변의 5메가와트 원자로의 경우 우선적인 불능화 방법으로 내부의 핵 연료를 제거하는 방법을 꼽았습니다. 환경과 안전에 관한 최소한의 사항을 제외하고 기본적인 정비를 중단하는 것도 단기적인 불능화 방법으로 지적됐습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장기간 정비를 중단하는 것 만으로도 앞으로 재가동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불능화의 방법으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음으로 중기적인 불능화 방법으로는 원자로의 냉각장치나 연료봉 제어장치, 또는 제어봉의 중성자 흡수에 관여하는 장치를 제거하거나 못쓰게 만드는 방법이 제시됐습니다. 원자로 제어반에 소금물을 붓거나, 원자로 콘크리트 외벽을 부분적으로 손상시키는 것도 중기적인 불능화 방법으로 꼽힙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이런 중기적인 불능화는 한 두달만에 적용이 가능하지만, 재가동에는 6개월에서 1년 이상이 소요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현 상황에서 미국이 고려할 수 있는 방법이란 추측이 가능합니다.

마지막으로 1년 이상 장기적인 불능화를 위해서는 핵분열 반응 저해물질인 산화가돌리늄을 흑연 감속제에 뿌리거나, 원자로의 금속 용기에 심각한 손상을 입히는 방법이 지적됐습니다. 보고서는 산화가돌리늄을 뿌리면 흑연 블록을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재가동에 1년 이상이 소요된다는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방사화학실험실과 핵연료봉 제조시설에 대해서도 각각 3단계 불능화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방사화학실험실과 핵연료봉 제조시설 모두 우선적인 불능화 조치는 내부의 연료물질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원자로와 마찬가지로 정비를 중단하는 것도 초기 불능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방사화학실험실의 중기적 불능화로는 내부의 저장탱크나 파이프를 손상시키고, 플루토늄 정화장치를 파괴하는 방법이 꼽혔습니다. 장기적인 불능화를 위해서는 실험실 내 파이프에 염산을 흘려보내거나, 방사성 물질 처리구획에 콘크리트를 부어넣는 방법이 제시됐습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방사화학실험실을 조사하면 북한의 플루토늄 생산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에, 불능화 과정에서 이런 부분의 파괴를 막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보고서는 핵연료봉 제조시설의 경우 중기적 불능화 방안으로는 중요 장비 제거, 장기적 불능화와 관련해서는 건물 자체를 해체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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