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 시설에 대한 불능화 작업이 다음 달 1일부터 시작될 예정인 가운데, 영변의 3개 핵 시설 불능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은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의 핵 전문가들은 북한이 불능화 대상 3개 핵 시설 가운데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을 얼마 간의 기간이 지난 후에 다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주장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유미정 기자가 좀 더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북 핵 6자회담 당사국들은 북한 영변의 5MW원자로와 재처리시설, 그리고 핵연료봉 제조공장 등 3개 시설을 올해 12월 31일까지 불능화 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같은 합의에 따라 지난 11일부터 18일까지 북한을 방문했던 미국 정부 실무팀은 북한 측과 불능화 방법에 대해 그동안 존재했던 입장차이를 거의 해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의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지난 24일 “북한의 구체적 불능화 조치에 관해 사실상 합의한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모두 북한과 합의된 불능화의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공개하기를 꺼리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를 역임한 마크 피츠패트릭 (Mark Fitzpatrick)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한 핵 시설 불능화는 3가지 사안을 고려한 방법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첫째는 핵 시설들을 쉽게 복구될 수 없는 수준으로 불능화하며, 둘째는 원자로의 역사를 보존할 수 있도록 하고, 마지막으로 불능화에 참여하는 전문가들과 주변 거주 주민들의 안전을 고려한 방법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원자로의 역사를 보존하는 일은 나중에 사찰관들이 실제로 생산되고 재처리된 플루토늄의 양을 확인, 검증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피츠패트릭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존 울프스탈 선임 연구원은 미국과 북한은 원자로와 다른 핵 시설들이 쉽게 재가동되지 못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불능화를 이루기로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울프스탈 연구원은 원자로의 제어봉을 바꾸거나, 아주 중요한 부품을 제거하는 등의 방법 등이 논의됐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피츠패트릭 연구원은 또 불능화 작업기간과 불능화 이후 복구에 소요되는 시간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즉 불능화 이후 복구에 소요되는 시간을 더 오래하려면 불능화 작업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 연말까지 두 달 밖에 남지 않은 점을 감안한다면, 이 기간 동안의 불능화 작업으로 북한의 핵 시설들은 복구에 기술적으로 5~6개월이나 1~2년 정도가 걸리는 수준으로 불능화 될 것이라는 게 피츠패트릭 연구원의 설명입니다.
피츠패트릭 연구원은 특히 합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행이라며, 이번에 북한이 실제로 불능화 작업에 착수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좋은 신호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지난 1994년 미-북 간 제네바 합의에서도 북한의 핵 폐기에 대한 합의가 있었지만 실제로는 벽돌 하나 파기된 것이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피츠패트릭 연구원은 3개 핵 시설에 대한 불능화와 관련해, 북한은 아마도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에 대한 주장을 양보하려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피츠패트릭 연구원은 가장 흥미있는 시설은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이라면서, 이 시설의 구체적인 불능화 방법은 모르지만, 북한은 일정한 기간이 지난 후에 이를 다시 이용할 수 있는 상태로 유지하려 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핵연료봉 제조공장은 기후에 따른 부식 등으로 이미 사용이 불가능할 정도로 낙후됐고, 따라서 원자로에 주입될 연료봉이 만들어 질 수 없는 상태이므로 원자로도 쉽게 희생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피츠패트릭 연구원은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