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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미국행 ‘미국 내 까다로운 절차와 한국과의 외교 문제로 지연’


“중국과 라오스를 거쳐서 또 많은 고생을 하면서 산을 넘고 강을 넘으면서 왔어요. 정말 목숨 걸고 그렇게 왔어요”

지난 18일 탈북자 2명이 미국에 추가로 입국하면서 지난 2004년 미국 의회가 북한인권법을 제정한 이래 미국에 들어온 탈북자 수는 33명으로 늘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당초 기대에 크게 못미치는 미미한 규모입니다. 태국 등 제 3국에는 미국행을 신청한 뒤 1년 이상 지루하게 기다리는 탈북 난민들이 수 십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와 함께 탈북자들의 미국 입국 규모가 적고, 입국이 지연되는 이유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문: 탈북자들의 미국행이 지연되면서 한국으로 방향을 돌리는 사람들이 상당수에 달한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습니다. 현재 사정이 어떻습니까?

답: 매우 답답한 상황입니다. 짧게는 여러 달에서 길게는 1년 반 이상 하염없이 미국행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적어도 50명 이상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미국대사관 또는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을 통해 미국행을 신청한 사람들입니다. 이중 일부는 이미 지문 확인 등 신원조회가 끝났는데도 미국에 입국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국 베이징과 태국 방콕에서 현재 1년 이상 미국행을 기다리고 있는 탈북자들의 말을 들어보시죠.

정명선: “ 1년 넘었어요. 1년 5개월 됐어요. 공안에서 뭐 안보내줘서 그런다는데 그런 것은 자세한 것 모르겠구요. 우리는 공안 면담한 지도 넉 달 이상 됐는데.아직 소식이 없어 모르겠어요”

이영주: “빨리 빨리 보내준다고 말만 하지 말고 제 것은 신원조사까지 다 끝났는데 정말 빨리 보내줬으면 좋겠는데 …협조해 주세요.”

문: 목소리를 들으니 매우 착잡한데요. 북한인권법이 제정된 지도 벌써 3년이 지나지 않았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2004년 10월 19일 미국 의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법안에 부시 대통령이 서명하면서 북한인권법이 정식으로 발효됐습니다. 이 법은 탈북난민 보호를 명시한 제 3장에서 탈북자들의 미국 입국 허가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탈북자 6명을 태국에서 처음으로 받아들인 뒤 지금까지 33명만을 받아들여 인권단체들과 탈북 난민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습니다.

문: 어떤 걸림돌들이 탈북자들의 미국 입국을 힘들게 하는 겁니까?

답: 여러 이유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미국 국무부의 한 소식통은 최근 두 가지 이유를 지적했습니다. 첫째는 미국 국토안보부의 까다로운 신원조회 절차, 둘째는 탈북자에 대한 한국 정부와의 외교 문제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은 지난 2006-2007 회계연도에도 세계 각지에서 수 만명의 난민들을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미국의 적성국가이기 때문에 신원조회가 매우 까다롭고 절차도 복잡합니다.

혹시 탈북자 가운데 첩보원이나 전직 보위부 요원들이 섞여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미국은 지난해 중국에서 미국행을 신청한 탈북자 4명 가운데 3명만을 수용하고 나머지 1명은 보위부와 일한 전례를 문제삼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워싱턴의 대북 인권단체인 미국 북한인권위원회의 피터 벡 사무총장은 국토안보부의 신원조회 절차가 단일 문제로는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말합니다.

벡 사무총장은 탈북자들에 대한 신원조회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이 미국 입국의 물꼬를 틀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 미국과 한국 정부 사이에 외교적 걸림돌이 있다는 지적은 어떤 얘깁니까?

답: 한국 정부는 헌법에 따라 탈북자를 자국민으로 여기고 아주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는 한 모두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딱히 갈 곳이 없는 다른 나라 난민들과 탈북자들의 차이점이 여기에 있습니다. 동맹국인 한국이 자국민으로 여기는 사람들을 미국이 일방적으로 데려가기는 힘들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특히 대북 포용정책에 입각해 북한 정부와 상호 신뢰구축과 경제협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탈북자의 대규모 미국행은 그런 흐름에 방해가 될 수 있을 겁니다. 미국 역시 상황이 어려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병력 파병 등 한국의 지원을 받고 있는 입장이어서 쌍방의 여러 관계를 고려해야 할 입장입니다. 이런 민감한 사안들이 얽혀있다는 얘기입니다.

문: 일부에서는 탈북자를 수용하려는 미국 정부의 의지가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답: 인권단체 관계자들과 부시 행정부의 현 대북 정책에 불만을 갖고 있는 인사들 사이에서 그런 지적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인권법 통과 직후에는 행정부 내 관료주의가 탈북자 수용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지만 그 문제가 잠잠해진 뒤에는 북 핵 문제가 또다른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문: 북 핵 2.13 합의 이후 부시 행정부가 탈북자 등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거의 입을 다물고 있는 이유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군요.

답: 그렇습니다. 국무부 고위 관리들은 다소 느린감이 있지만 진전을 거듭하고 있는 북 핵 문제와 미-북 관계 정상화 논의에 찬물을 끼얹길 원하지 않는다고 소식통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북 핵 문제 해결을 대북 정책의 최우선으로 삼고 국무부 내 입단속을 지시했다는 얘기는 워싱턴 정가에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문: 제이 레프코위츠 북한 인권특사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답: 요즘 북한 인권과 관련해 가장 많은 비난을 받고 있는 미국 관리가 바로 레프코위츠 특사입니다.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가장 열심히 뛰어야 할 사람이 너무 잠잠하기 때문이란 지적인데요. 레프코위츠 특사는 앞서 올해 가진 몇 차례 강연에서 부시 행정부 내 관료주의 걸림돌은 모두 제거됐고 탈북자가 머물고 있는 제 3국과의 외교적 걸림돌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문: 당초 올 여름에 입국할 예정이던 탈북자들의 수속이 지연되고 있는 이유도 북 핵 문제와 외교적 문제가 얽혀있는 겁니까?

답: 여러 요인들이 얽혀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지난 봄 한국에 정착했던 탈북자들이 다시 태국으로 돌아가 난민 지위를 신청하고, 일부는 유럽 여러 나라에 이미 입국했다는 사실이 공개된 뒤 신원조회 절차를 더욱 강화했습니다.

특히 한국 정부에 미국행을 지원한 탈북자들의 지문 확인을 요청하기도 했는데요.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말에 미국은 한국 정부로부터 지문 채취 결과를 확인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서 여러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는데요.

태국주재 미국 대사관 관계자들은 탈북자들에게 태국 정부가 출국허가서를 내주지 않아 출국이 지연되고 있다고 탈북자들에게 말하고 있고, 일부 인권단체들은 미국 정부가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아 지연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문: 현재 얼마나 많은 탈북자들이 미국 입국을 준비하고 있습니까?

답: 미국 국무부의 켈리 라이언 인구.난민. 이주 담당 부차관보는 지난 6월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미국의 소리’ 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올 여름에 12명~50명의 탈북자가 입국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방송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태국과 러시아, 몽골, 그리고 중국 등지에서 적어도 30명 이상이 신원조회를 이미 마쳤거나 진행이 마무리 단계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중국에서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실의 보호를 받고 있는 일부 탈북자들은 공안당국과 인터뷰를 끝내는 등 모든 조건이 완료됐는데 당국이 출국허가를 내주지 않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 자 그럼 이런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은 무엇일까요?

답: 국무부의 한 소식통은 부시 행정부의 고위 관리들이 전략적 결단을 내리고 국토안보부의 신원절차를 간소화 하는 한편, 한국 정부와 고위급 협의를 통해 통로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조만간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은 적어 보입니다. 지난 19일 정부 산하 단체 주최로 미국 의회에서 관련 비공개 회의가 열렸었는데요.

이 자리에 연사로 참석했던 국무부 고위 관리가 질문도 받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났고 참석자들 모두 열띤 토론을 벌였지만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의회 공화당의 한 관계자는 의회가 북한인권법을 대체할 수 있는 법안과 결의안 제출 등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다수당인 민주당 측에서 `선협상 후인권' 자세를 견지하고 있어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말했습니다. 탈북자들의 미국 입국에 필요할 걸림돌들이 제거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먼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기자와 함께 탈북자들의 미국 입국이 지연되고 있는 배경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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