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북한 핵 신고 제대로 할까?


북한의 핵 불능화 일정이 윤곽을 드러낸 가운데 핵 신고 문제가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북한이 핵 신고를 어느 정도 하는가에 따라 핵 폐기는 물론 앞으로 미국과 북한 간 관계정상화 진척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6자회담 합의에 따라 연내에 영변의 핵 시설 불능화와 함께 모든 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정확하게 신고하도록 돼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2단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핵 불능화와 핵 신고 두 가지입니다. 현재 북한의 핵 시설을 사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핵 불능화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다음달 1일 핵 전문가들을 영변 핵시설에 보내 불능화 작업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반면 북한의 핵 신고 전망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습니다. 북한의 핵 신고 대상은 크게 핵 시설, 핵무기, 플루토늄, 농축 우라늄, 핵 수출 등 5가지 대상이 있습니다. 미국은 북한이 모든 핵 프로그램과 핵물질을 빠짐없이 신고하면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을 해제하고 대 적성국 교역법 적용 역시 종료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또 북한이 핵 신고에 이어 핵을 폐기하면 미-북 관계를 개선하고 북한에 경제 지원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미국이 바라는 대로 모든 핵 프로그램과 핵 물질을 성실히 신고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합니다. 과거 한국 정부에서 안기부장 특별보좌역을 지냈던 북한 전문가 이동복 씨는 북한이 영변 핵 시설처럼 공개된 시설은 신고하고 불능화 할지 몰라도 이미 만든 플루토늄과 핵무기는 절대 신고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실제로 북한은 그동안 핵무기를 신고하지 않기 위해 물밑에서 조용히 작업을 벌여왔습니다. 미국과 북한이 채택한 2.13 합의는 북한이 모든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그동안 핵 프로그램이 핵무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논리를 펴왔습니다.

북한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지난해 12월 6자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완전히 철회하고 신뢰가 조성돼 핵 위협을 더 이상 느끼지 않을 때 핵무기 문제를 논의하자는 것”이라며 “현 단계에서는 현존하는 핵 계획 포기에 대해서만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계관 부상의 이 말은 영변 핵 시설처럼 핵물질을 만들고 있는 핵 프로그램은 신고할 수 있지만 이미 만들어진 핵물질과 핵무기는 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한국 선문대학교의 정옥임 교수는 북한이 핵 신고를 불성실하게 하는 것은 북한 자신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만일 북한이 핵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이는 미국 내 대북 협상파의 입지를 좁혀 결국 미국을 강경하게 만들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한편 미국 내에서는 북한의 핵 신고 문제가 기술적 차원이 아니라 정치적 차원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의 민간연구소인 뉴아메리칸 재단의 핵 전문가인 제프리 루이스 씨는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북한이 핵 신고를 완전하고 정확하게 했느냐 하는 판단은 기술적 차원이 아니라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나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내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북한 핵 신고를 회의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이 지난 1991년 남북비핵화 공동선언을 비롯해 그동안 핵과 관련된 모든 약속을 어겨왔기 때문입니다. 만일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가 2.13 합의와는 달리 완전하고 정확한 것이 되지 않을 경우, 미-북 간에는 이 문제를 놓고 또 한 차례 지루한 줄다리기가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입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