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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베트남 외교 복원, 북한에의 시사점   


북한을 방문했던 베트남 최고 지도자 농 득 마잉 공산당 서기장이 18일, 오늘 지난 사흘 간의 일정을 마치고 베트남으로 돌아갔습니다. 베트남은 미국과 전쟁을 치렀다는 점은 북한과 같지만, 전쟁 이후 적극적인 개혁, 개방 정책으로 미국과의 국교를 정상화해 고도 경제성장의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서지현 기자와 베트남과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문: 서지현 기자. 농 득 마잉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의 이번 북한 방문, 이례적으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까지 평양 순안공항에 나와 최고의 예우를 갖춰 환대했었는데요. 북한에서 상당히 신경을 쓴 것으로 보입니다.

답: 네. 베트남 정상의 북한 방문은 반 세기만에 처음입니다. 지난 1957년, 당시 호치민 당 서기장 겸 주석이 김일성 북한 주석의 초청으로 북한을 방문한 뒤 처음이었는데요.

베트남은 북한과 마찬가지로 공산당 1당 체제를 갖고 있죠. 공산당 서기장은 주석과 총리에 앞서 실질적인 최고 지도자로, 베트남 국가 서열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북한과 미국과의 관계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북한 당국이 미국과 순조로운 관계를 맺고 있는 베트남의 정상을 크게 환대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게다가 농 득 마잉 서기장의 이번 북한 방문에 이어 북한의 김영일 내각 총리가 서울에서 열리는 총리회담에 앞서 오는 10월26일부터 사흘간 베트남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문: 그런데 베트남 하면, '베트남 전쟁'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요. 미국과 전쟁을 치렀다는 점에서 북한과 상당히 유사한데, 미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너무나 큰 차이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답: 그렇죠. 베트남은 공산당 통치 국가이고, 또 미국과 전쟁을 치른 뒤 오랫동안 적대관계에 있었다는 점에서 북한과 매우 흡사합니다.

또 북한이 세계 무역 무대로 나오기 위한 과정은 베트남과 미국 간 무역정상화 과정과 비슷할 수밖에 없을텐데요. 북한이 미국에 수출을 하는 등 양국 간 교역관계가 가능해지려면 양국은 무역협정을 체결하고, 북한은 이른바 '정상교역관계' 지위를 미국으로부터 부여 받아야 합니다.

똑같은 과정을 베트남이 거쳐왔습니다. 전문가들은 최근 북한이 베트남과의 교류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문: 미국과 베트남의 국교는 지난 1975년 베트남 전쟁 종전 이후 완전 단절됐었지 않습니까. 이후 20년 만에 어떻게 관계가 정상화 됐습니까.

답: 미국은 1954년 북베트남에 대한 수출통제를 시작했고, 1964년부터 교역과 금융 거래를 전면 금지했습니다. 이어 베트남 전쟁 이후 1975년, 이 전면 교역 금지 조치를 베트남 전역으로 확대 적용했었죠.

베트남은 1980년대, 캄보디아 침공 문제 등으로 미국 뿐 아니라 서방국가들과 외교 관계가 완전히 단절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1986년부터 적극적인 개혁-개방 정책을 펴면서 베트남과 유럽,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에 이어 미국 정부는 1994년 베트남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제했습니다.

그 다음해인 1995년, 미국과 베트남은 수교를 하고, 2000년에는 양국 간 무역협정이 체결됐습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지난 2000년, 종전 후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베트남을 방문해 이같은 역사적인 전기를 마련한 것입니다.

문: 클린턴 대통령에 이어 부시 대통령도 지난해 베트남을 방문하지 않았었습니까. 미국과 베트남의 관계는 지난해와 올해, 절정에 달해 있는 것 같은데요?

답: 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APEC 정상회담 참석차 베트남을 방문해 찌엣 베트남 국가주석, 농 득 마잉 서기장 등 베트남 지도자들을 모두 만났었는데요.

당시 무려 16억 4천만 달러 규모의 투자협력 계약이 양국 간에 체결됐습니다. 이같은 일시적인 투자 뿐만 아니라 당시 정상회담을 계기로 베트남은 미국과 '항구적인 정상적 교역관계', 이른바 PNTR 을 수립하고 동시에 세계무역기구, WTO에 가입했습니다.

이어 밍 찌엣 베트남 주석은 올해 6월, 베트남 최고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베트남 전쟁 이후 32년만에 미국을 방문해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양국은 지난 6월 정상회담에서 무역 투자에 관한 기본협정에 서명하는 등 상호 교역을 늘리는 데 또 한 번의 역사적인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옛 소련과 동유럽이 유일한 교역국이었던 베트남이 이처럼 미국과의 무역을 정상화하고, 이어 세계무역기구, WTO에 가입하면서 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입니다.

문: 하지만 북한과 미국과의 관계정상화에는 '핵'이라는 걸림돌이 있어, 베트남의 모델을 그대로 따라가기엔 좀 맞지 않는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답: 물론 '핵' 문제를 지닌 북한의 상황을 베트남과 미국과의 관계에 그대로 대입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다만 참고를 할 수 있겠죠. 예를 들어, 실제로 이같은 무역협정이 발효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입니다.

1995년 7월, 미국과 베트남의 외교관계 수립이 공식 발표된 뒤 실제로 양국 간 무역협정안이 발표된 것은 그로부터 6년 뒤인 2001년 12월이었습니다. 베트남은 이후 조건부 '정상적 교역관계', NTR 지위를 부여받은 지 5년만인 2006년 12월에야 '항구적인 정상적 교역관계', PNTR 지위를 부여받았습니다. 각 단계별로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양국 간 협정안을 둘러싼 미국의 강력한 개방 요구는 베트남 내 보수파와 개혁파 간 논쟁 등 국내정치적 불안을 초래하기도 했구요. 또 양국 간 관계정상화 과정에서 베트남의 인권과 종교적 자유 등 사회적인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기도 했었습니다. 이 점도 북한과 상당히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산업연구원의 김석진 연구원은 지난 달 펴낸 보고서에서 북한의 개혁, 개방이 충분히 진전돼 시장경제체제로의 실질적 전환이 이뤄진 후에야 미국과의 항구적 정상교역 관계 수립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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