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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행정부, 집권 초부터 대북정책 강온파 대립


북한에 대한 정책을 둘러싼 부시 행정부 내부의 강온파 간 갈등은 부시 대통령 집권 초부터 줄곧 계속돼 왔습니다. 북한의 핵과 인권 문제 등에 대한 대처를 둘러싸고 지난 6년 간 지속돼 온 부시 행정부 내 강온파 사이의 갈등을 최원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지난 2001년 출범한 부시 행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강온파가 북한 문제를 둘러싸고 시각차를 보여왔습니다. 딕 체니 부통령과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 폴 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 그리고 존 볼튼 국무부 군축. 국제안보 담당 차관을 중심으로 하는 이른바 네오콘 (신보수주의자)4인방은 북한 정권을 강한 경멸의 눈초리로 보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무엇보다 북한의 최고 지도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인민을 굶기면서 자신은 호화생활을 하는 부도덕한 독재자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습니다.

강경파들은 또 북한이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 체결한 미국과의 제네바 기본합의를 어기고 동굴 속에서 핵 개발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강경파들은 북한을 선제공격 대상국에 올려놓는 것은 물론 공공연히 정권교체를 주장했습니다.

반면 부시 행정부 내 온건파를 대표하는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은 북한을 좀더 다른 눈으로 바라보았습니다. 과거 한국에서 근무했던 파월도 김정일 위원장이 독재자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파월 장관은 북한 핵 문제를 풀기 위해 과거 클린턴 행정부가 하던대로 주고받기식 협상이 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파월 장관은 지난 2002년 7월 브루나이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 아세안 지역안보 포럼에서 북한의 백남순 외무상과 양자회동을 갖기도 했습니다.

부시 행정부 1기 강경파와 온건파의 균형은 2002년 10월 깨졌습니다. 당시 중앙정보국(CIA)은 북한이 비밀리에 우라늄 농축을 통한 핵 개발을 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평양에 파견했습니다. 그러자 북한 외무성의 강석주 제1부상은 켈리 차관보에게 “우리는 핵무기보다 더 강력한 무기도 갖게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은 이 발언을 북한이 핵 개발을 시인한 것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자연히 대북 협상을 주장했던 파월 장관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후 온건파의 수장이었던 파월 장관은 부시 대통령 집권 2기 출범 직전인 2004년 11월 사임하고 말았습니다.

부시 1기에 강경파의 승리로 막을 내린 워싱턴의 강온파 간 세력판도는 부시 2기에 들어 또다시 바뀌게 됩니다. 미국의 중간선거가 결정적인 계기가 됐습니다. 지난해 11월 실시된 중간선거에서 야당인 민주당이 승리하자 미국 내에서는 이라크전쟁 인책론이 거세게 일었습니다. 그 결과 부시 행정부의 강경파 인사들이 줄줄이 물러납니다.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중간선거 직후 사임했습니다. 또 한달 뒤인 12월에는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였던 존 볼튼 유엔대사가 행정부를 떠났고, 또다른 강경파였던 로버트 조셉 국무부 차관보도 올 2월 사임했습니다.

강경파들이 떠난 부시 2기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대체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그의 돈독한 신임을 받고 있는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주도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대북 협상파가 1백% 부시 행정부를 장악했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지난달 불거진 북한과 시리아 간 핵 협력설에서 보듯 행정부 곳곳에 포진한 강경파들은 딕 체니 부통령을 중심으로 평양을 의심의 눈초리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유일사상과 유일한 지도자인 김정일 위원장을 중심으로 하는 북한으로서는 부시 행정부 내부의 강온파 갈등이 잘 이해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최고 지도자인 김 위원장의 한마디로 모든 정책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도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이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같습니다. 그러나 다원주의 민주주의 국가인 미국에서는 대통령이 해당 정책을 최종 결정하기까지는 행정부 내부의 강온파는 물론 전문가와 언론 등 다양한 여론수렴 과정을 거칩니다. 이 때문에 워싱턴에서는 ‘미국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개’라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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