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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루치 `일본인 납북자 문제가 북 핵 해결 걸림돌' 


지난 1993년 북 핵 1차 위기 당시 미국 정부 대표로 북한과의 협상을 맡아 제네바 기본합의를 이끌어 냈던 로버트 갈루치 조지타운대학 외교대학장은,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등 정치 문제에 대한 미국과 일본 정부의 견해차가 북 핵 해결과정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지난 1994년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 채택 당시 미국측 협상대표였던 로버트 갈루치 조지타운대학 외교대학장은 9일, 북한의 테러지정국 해제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일본의 의견차가 북 핵 해결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갈루치 학장은 이날 주미 한국대사관의 코러스 하우스에서 열린 강연에서 현재 진행 중인 6자회담 진전상황을 진단하고 앞으로의 북 핵 해결 전망을 제시했습니다.

갈루치 학장은 1990년대 초 1차 핵 위기 당시, 클린턴 행정부는 미국 내부의 정치상황 때문에 북한과 진전된 관계를 맺지 못했다고 회고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체제안전을 꾀하려던 북한은 이같은 상황에 실망해 제네바 합의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갈루치 학장은 지적했습니다. 갈루치 학장은 당시 미국 국내정치가 북-미 관계 개선의 저해요소였다면 현재는 일본 내 여론이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갈루치 학장은 일본 국민들은 납북 일본인들의 안위를 걱정하고 있고 이것은 일본에서 아주 중요한 정치적인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갈루치 학장은 또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가 어떻게 결론이 날지는 모르지만, 미국은 북한 문제로 인해 일본과의 관계가 벌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갈루치 학장은 '93년 1차 핵 위기 이래 지금까지 북한의 입장은 명확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국제사회, 특히 미국으로부터 심각하게 위협을 받는다고 느끼며, 당시 강석주 북한 외무상은 자신에게 몇 년에 걸쳐 여러 차례 왜 미국이 북한을 질식사시키려 하는지 물었다는 것입니다.

갈루치 학장은 북한은 핵에 상응하는 억지력을 갖기 전에는 핵 계획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북한은 그같은 억지력을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통해 얻으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관심을 사기 위해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을 하는 등의 행태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결국 미국으로부터 아무런 위협이 없다고 판단하더라도 북한이 과연 핵을 포기할지는 현재 진행 중인 핵 협상을 지켜보는 수 밖에 없다고 갈루치 학장은 덧붙였습니다.

갈루치 학장은 북-미 관계 정상화 여부 외에도 앞으로 핵 협상 과정에서 몇 가지 걸림돌이 있을 수 있다며, 북한의 핵물질 신고 수준을 우선적으로 지적했습니다.

갈루치 학장은 이미 공개된 정보를 통해 북한은 12개 정도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50~60 kg 정도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이 파키스탄으로부터 원심분리기를 도입한 것으로 미국 정부는 믿고 있으며, 1년 전의 핵실험은 핵 기폭장치의 존재를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갈루치 학장은 제네바 합의에 비해 6자회담 합의는 각 단계로 넘어가는 개연성이 명확하지 않고 의문점이 많이 남는다고 지적했습니다. 1차 핵 위기 때처럼 특별조사가 있을 것인지, 국제원자력기구 IAEA의 역할은 무엇이고 핵 불능화 이후 남는 핵물질의 처리는 어떻게 될 것인지 등이 분명치 않다는 것입니다.

갈루치 학장은 북한과 시리아 간 핵 거래설도 명확히 밝혀야 한다며, 이 문제가 제대로 다뤄지지 않으면 북-미 관계가 심각하게 분열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시리아나 알카에다 같은 세력에 핵 물질이나 기술을 이전하면 미국의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고, 따라서 미국은 이런 행위를 용인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현 부시 행정부나 다음 행정부에서 이 문제에 관해 넘볼 수 없는 한계점을 확실히 정립해야 한다고 갈루치 학장은 역설했습니다.

한편 갈루치 학장은, 부시 행정부가 효과적인 대북 정책을 찾기까지 먼길을 돌아왔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5년 간 북한이 수십 킬로그램의 플루토늄을 생산하고 핵무기를 실험하는 것을 막지 못하는 등 미국과 전 세계 안보와 관련해 값비싼 대가를 치렀다는 것입니다. 갈루치 학장은 이어 북한을 다루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클린턴 행정부 때처럼 조건 없는 협상을 통해 단계적인 해법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소리 조은정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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