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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측면에서 봄바람 부는 미-북 관계


미국과 북한 간 관계 개선의 핵심적인 걸림돌이었던 핵 문제에서 진전이 이뤄지면서 미-북 간에는 여러 측면에서 봄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앞서 전해드린 대로 미국 정부가 북한에 대한 대규모 식량 지원을 검토하고 있는가 하면, 민간 차원에서는 이미 적극적인 교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견해를 반영하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조총련의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조지 부시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만남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해빙 무드를 보이고 있는 평양과 워싱턴 관계를 최원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꼭 1년 전, 미국과 북한 관계는 북한의 지하 핵실험 강행으로 험악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미국은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결의안을 주도했고, 북한은 이에 대해 “제재는 전쟁선포”라고 경고하는 등 북한 핵을 둘러싼 양국 관계는 최악의 상황을 치닫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미-북 간에는 따스한 봄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우선 미국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북한에 대한 대규모 인도주의 식량 지원은 만일 성사될 경우 지난 2005년 이래 처음 이뤄지는 것입니다. 미국 정부는 식량 외에도 전기가 부족한 북한 병원 등에 발전기 등을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달 8일 김명길 뉴욕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와 외교관, 그리고 가족들의 워싱턴 방문을 허용했습니다. 유엔주재 북한 외교관들은 그동안 뉴욕을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미국과 북한 간에 국교가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북한 외교관들의 이번 워싱턴 방문은 과거에 비해 한결 부드러워진 미국의 시선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북한도 미국에 대해 화해의 손짓을 보내고 있습니다. 미국이 북한 외교관을 워싱턴으로 초청한 지 이틀 뒤인 지난달 10일 북한은 국무부 한국과장을 단장으로 하는 미국의 핵 전문가 팀이 판문점을 통해 방북하는 것을 허용했습니다. 북한 문제 전문가인 한국 국민대학교의 정창현 교수는 “북한은 이미 지난해 핵실험을 강행했을 때부터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결심하고 있었다”고 말합니다. 북한이 미국 외교관의 판문점 통과를 허용한 것은 결코 즉흥적인 결정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미국과 북한 간 민간교류도 활기를 띄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오케스트라인 뉴욕 필하모니는 평양 공연을 위해 현재 북한 측과 세부일정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또 북한이 파견한 18명의 태권도시범단은 이미 로스앤젤레스에서 시범을 보인 데 이어 미국 전역을 돌며 태권도 시범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 전문가들은 미국과 북한이 이번에는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화해의 악수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합니다. 7년 전인 2000년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미-북 정상회담을 추진했지만 미국 내 사정으로 무산됐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미-북 양자 정상회담 또는 한반도 종전 선언을 계기로 조지 부시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대좌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의 견해를 반영하는 일본 내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지난 8일 “ 6자회담의 진전 상황으로 미뤄볼 때 종전 선언의 채택은 먼 훗날의 일이 아닐 것”이라며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미국의 대통령을 불러 마주앉을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앞서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에이펙) 정상회의 참석 중, 북한이 핵을 폐기할 경우 북한과 평화협정을 체결할 의사가 있다는 점을 밝힌 데 이어 지난 9월에도 시드니에서 이같은 입장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지난주 열렸던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에 다녀온 문정인 연세대 교수 겸 외교통상부 국제안보 대사는 북한의 핵 불능화가 제대로 되면 미-북 간에 고위급 인사가 상호방문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한승주 전 한국 외무장관은 미-북 간에 화해 분위기가 연출된다 해도,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과 국교를 정상화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핵 불능화에 대한 북한의 적극적인 자세로 미-북 간에 해빙 분위기가 연출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핵 포기 의지가 아직 분명치 않은 상황에서는 이같은 해빙무드가 본격적인 평화정착으로 이어질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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