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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미국 지역정부들 불법이민자 양성화 방안 도입


미국의 관심사와 화제를 전해드리는 ‘미국은 지금’ 시간입니다. 최근 미국에서는 지방 정부들 사이에서 불법 이민자에게도 정부 신분증을 발행해주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2001년 9.11 테러 이후 불법 이민자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고, 또 이민 사회 전반에 대해 보수적인 정서가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의외의 움직임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오늘은 김근삼 기자와 함께 이에 대한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문: 김근삼 기자, 불법이민자에게 정부 신분증을 발급해준다...불법이민자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는 최근의 동향과는 반대되는 움직임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답: 그렇습니다. 우선 불법이민자에 대한 단속이 강화된 배경을 먼저 좀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 2001년 미국 무역센터 빌딩과 국방부 건물을 강타한 9.11 테러는 미국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고, 또 테러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특히 테러범들이 합법 이민자가 아님에도 신분증을 손쉽게 발급받아서 사용했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불법이민자에 대한 단속 강화와 함께 신분증 발급규정도 까다로워졌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단속을 강화하는 것은 현실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미국 국토안보부 자료에 따르면 2006년 기준으로 미국에는 1천2백만명에 가까운 불법이민자들이 있습니다. 이들을 모두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는 그룹으로 규정해서 추방시킨다거나 할 수는 없다는 것이죠. 또 불법이민자들은 대부분 불법을 무릅쓰고라도 일을 하고 돈을 벌기위해서 미국에 옵니다. 그래서 이미 미국 경제에 상당히 기여하고 있구요.

문: 단순히 단속을 강화하는 것은 해법이 되지 않는다는 말씀이군요.

답: 네. 그래서 단속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이들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큰데요. 하지만 미국 의회에서도 보수와 진보의 입장 차이 때문에 이민개혁법이 쉽게 통과되지 않고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서도 공화와 민주당이 합의안을 마련하는데 실패했죠. 이런 와중에 연방정부의 정책을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한 지방 정부들이 자체적인 신분증을 발행하는 방법으로, 불법이민자들을 양성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입니다.

문: 연방정부의 움직임이 더디니까, 각 지방정부에서 해결책을 마련하고 있다...확실히 미국에서는 각 지역 정부가 이렇게 국가안보가 걸린 사안에서도 독립적인 움직임을 취하는군요.

답: 네. 최근에 미국 코네티컷 주의 뉴 헤이븐에서 불법이민자에게도 신분증을 발급하기 시작했구요, 뉴욕 주도 다음달부터 불법이민자에게 운전면허증을 발급하기로 했습니다. 참고로 미국에서는 운전면허증이 한국의 주민등록증과 마찬가지로 가장 대표적인 신분증으로 통용됩니다.

엘리엇 스핏처 뉴욕 주지사는 아직도 음지에서 지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그늘 밖으로 이끌어내고, 또 이들이 주 경제에 기여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밖에도 샌프란시스코와 마이애미, 위스콘신 주의 데인 카운티 등 여러 곳에서 불법이민자에게도 신분증 발급을 해주자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문: 불법이민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되겠고, 또 신분증이 발급되는 곳으로 불법이민자들이 몰릴 수도 있겠는데요.

답: 그런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겠죠. 아무튼 불법이민자를 양성화하는 것은 개인은 물론 정부의 입장에서도 득이 됩니다. 불법이민자의 경제활동이 양성화되면서 납세의 의무를 지울 수 있으니까요. 이민자의 입장에서는 미국의 사회복지제도를 누릴 수 있겠구요. 하지만 미국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불법이민자에 대한 반대 정서가 높아져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 넓은 지역으로 쉽게 확산되기는 힘들 겁니다.

문: 주로 어떤 지역에서 이런 제도를 도입하고 있습니까?

답: 중요한 질문이신데요. 이런 제도를 도입하는 지역은 불법이건 합법이건 간에 최근에 이민자가 많이 유입됐거나, 또는 그로 인해서 소수계의 비율이 높은 곳들입니다. 이런 곳에서는 아무래도 이민을 옹호하는 정서가 높을 수밖에 없겠죠. 선거로 선출되는 미국의 정치인들은 아무래도 유권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주민들 사이에서 이민을 옹호하는 경향이 높으니까, 자연스럽게 이런 지역에서는 연방정부의 움직임과는 별개로 불법이민자에게 신분증을 발행하고 이들을 양성화시키는 노력이 실시되고 있는 것입니다.

참고로 이곳 워싱턴에서 가까운 버지니아 주의 경우에도 워싱턴과 인접한 지역은 한인을 비롯한 소수계 비율이 높습니다. 버지니아 주의 다른 지역에서는 경찰의 불법이민자 단속이 강화되기도 했는데, 소수계가 많은 페어팩스 지역은 그렇지 않죠. 이민자를 옹호하는 정서가 높기 때문에 벌어지고 있는 현상입니다.

문: 같은 미국에서라도 이렇게 차이가 있다보면 혼선도 클 것 같은데, 미국 연방정부 차원에서 현실적인 이민법이 마련되야 겠군요.

답: 그렇습니다. 미국 이민법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것은 보수건 진보건 관계없이 모든 정치인들이 동의하는 부분입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미국 의회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이 모두 이민 개혁안을 추진하고 있죠. 문제는 각 지역을 대표하는 의원들이 절충점을 찾지 못한다는 것인데요. 올해는 조지 부시 대통령이 불법이민자에 대한 양성화 방안을 추진했는데요, 결국 같은 공화당의 반대에 부딪혀서 좌절됐습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도 중요한 정치 현안이 되고 있구요.그렇군요. 오늘 소식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미국 내 화제와 관심사를 전해드리는 ‘미국은 지금’ 오늘은 김근삼 기자와 함게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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