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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일정 확정 안돼 고민하는 한국정부


한국정부가 오는 2-4일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도 가장 중요한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회담 일정이 확정 안됐기 때문입니다. 최원기 기자입니다.

남북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한국의 청와대와 통일부가 속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정상회담을 불과 엿새 남겨놓은 지금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언제, 어디서 만나 무엇을 논의할지 회담 일정과 의제가 확정 안됐기 때문입니다.

남한과 북한은 이미 정상회담을 위해 몇차례 준비 접촉을 가졌습니다.남북한은 지난 8월부터 판문점에서 7차례 이상 남북정상회담 준비 접촉을 가졌습니다. 이어 남측은 지난달 19일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선발대를 북한에 파견했습니다.

이관세 통일부 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1차 선발대는 북한과 접촉해 의전, 경호, 통신,보도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남북한은 지난 두달간 준비접촉을 통해 몇 가지를 합의했습니다. 우선 노대통령이 육로를 통해 방북하고 숙소를 평양의 백화원 초대소로 하기로 했습니다. 또 평양에서 통신을 위해 북측으로부터 휴대전화 30대를 빌리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러나 남북한은 정상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정상회담 일정을 아직 확정짓지 못하고 있습니다. 남북관계에 밝은 서울의 한 소식통은 26일 “북한이 김정일 위원장의 일정을 알려주지 않아 한국정부가 애태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한국정부는 그 동안 북측에게 정상회담 일정을 확정해 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으나 북한 당국은 이에 대해 가타부타 대답을 않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은 평양에서 김정일 위원장을 언제, 어디서 만나는지를 모르는 상황입니다. 또 남측은 두 정상이 무슨 의제를 놓고 몇차례 회동하는지, 어떤 내용의 공동 성명을 내놓을지, 회담을 마치고 어디를 방문할지도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서울의 북한 전문가인 박성훈씨는 7년전인 1차 남북 정상회담 당시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었다고 말합니다. 지난 2000년 1차 정상회담 당시 서울 남북대화사무국 상근 위원으로 근무했었던 박성훈씨는 그때에도 북한이 김정일 위원장의 일정을 알려주지 않아 애를 먹었다고 회고했습니다.

정상회담의 일정을 비밀로 부치는 북한 당국의 이같은 행태는 국제사회의 관례와 상식에 어긋나는 것입니다. 현재 국제사회에서는 정상회담 날짜가 확정되면 양국 실무자들이 6개월-1년 전서부터 미리 만나 정상회담의 세밀한 일정을 협의해 확정하는 게 관례입니다.

박성훈씨는 김정일 위원장의 일정을 알려주지 않는 것은 북한 특유의 비밀주의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박성훈씨는 김정일위원장이 이번 2차 정상회담에서 자신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기 위해 깜짝쇼나 상당한 연출을 할 공산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1차 정상 회담 당시 김대중 대통령을 파격적인 태도로 맞아 자신의 이미지를 상당히 개선했는데 이번에도 그와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남북한은 지난 2000년에 이어 두번째로 정상회담을 가집니다. 서울과 평양간의 정상회담은 이제 정례화되가는 분위기입니다. 북한당국이 두번째로 치르는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비밀주의에서 탈피해 합리적인 회담 자세를 갖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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