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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 구해낸 힐 차관보


미국의 대북 정책 사령탑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최근 북한과 시리아 간 핵 거래 의혹으로 불거진 협상 위기국면을 돌파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6자회담 수석대표인 힐 차관보가 주도하는 미국의 대북 협상은 지난주 미국 주요 언론들에 잇따라 보도된 북한의 대 시리아 핵 물질 이전 의혹으로 자칫 좌초될 위기를 맞았습니다. 그러나 힐 차관보는 그로부터 일주일 뒤 먹구름을 걷어내고 6자회담을 다시 제 궤도에 올려놓는데 성공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지난 17일 다 꾸려놨던 가방을 다시 풀러야 했습니다. 중국이 6자회담 재개 예정일이 임박한 시점에 돌연 연기를 통보해왔기 때문입니다.

`뉴욕타임스' 신문에 따르면 중국이 회담 날짜를 연기한 이유는 최근 미국 언론들이 보도한 북한과 시리아 간의 핵 거래 의혹과 관련이 있을 공산이 큽니다. 중국은 6자회담이 재개되면 미국과 북한이 회담 테이블에서 이 문제를 놓고 충돌할 것을 우려했다는 것입니다.

북한과 시리아 간 핵 거래 의혹은 힐 차관보가 주도하는 6자회담을 좌초시킬 우려가 있었습니다. 미국은 핵 물질의 이전을 넘어서는 안될 `적색선'으로 설정하고, 용인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해 왔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미국의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인 존 볼튼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이번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6자회담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보수 성향의 `월스트리트저널' 신문은 사설을 통해, 의혹이 규명될 때까지 미국은 대북 협상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힐 차관보는 6자회담이 이번 사태를 해결하는 최선의 방안이라는 쪽으로 논리를 전개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문제의 언론 보도가 나온 지 이틀 뒤인 지난 14일 특별 기자회견을 통해 “핵 물질과 핵 시설 확산 방지는 6자회담의 큰 부분” 이라며 회담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그러면서도 북한이 시리아에 핵 물질을 판매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자신은 이를 확인하거나 부인할 입장에 있지 않다고 슬쩍 비켜갔습니다.

힐 차관보의 이같은 발언은 북한과 미국 내 강경파 모두를 자극하지 않고 6자회담을 계속 추진해 가기 위해 잘 계산된 발언이었다고 워싱턴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존 울프스탈 선임 연구원은 말합니다.

울프스탈 연구원은 힐 차관보가 북한과 시리아 간 핵 거래설을 6자회담의 필요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활용한 것은 현명한 조치였다고 말했습니다.

힐 차관보의 이같은 노력은 마침내 결실을 맺었습니다. 지난 18일 `CNN방송'은 미 국방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시리아에 핵 물질을 수출했다는 징후는 없다”고 보도했습니다.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같은 날 “북한 핵 문제는 6자회담이라는 올바른 틀을 갖추고 있다”며 “6자회담 수석대표인 힐 차관보가 잘하고 있다”는 말로 힐 차관보에게 힘을 실어 주었습니다. 또 강경파들이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못한 탓인지 미국의 주요 언론매체인 CBS, NBC, ABC 방송 등은 북한과 시리아의 핵 협력설에 관해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상황은 힐 차관보의 승리로 막을 내리는 분위기 입니다. 지난주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지면에 등장했던 북한의 핵 물질 이전 관련 의혹은 근거가 희박한 것으로 정리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연기됐던 6자회담도 다음 주 중 재개를 목표로 협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워싱턴의 한반도 관측통인 스티븐 코스텔로 씨는 힐 차관보가 아직 마음을 놓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합니다. 비록 부시 대통령이 북한과 주고받기식 협상을 하는 쪽으로 결심을 했지만, 아직 대북 강경파가 곳곳에 포진해있다는 것입니다.

코스텔로 씨는 딕 체니 부통령을 비롯한 수뇌부가 아직 북한에 대한 전략적 관점을 바꾼 것 같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는 지난 2005년 9월 예기치 않았던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 BDA은행 내 불법 북한자금 문제로 1년 이상 6자회담을 공전시켜야 했습니다. 그에 비하면 이번 북한과 시리아 간 핵 거래 의혹은 비교적 조기에 진화된 셈입니다. 하지만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2.13 합의는 이제 2단계에 접어들었을 뿐입니다. 6자회담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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