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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평양사무소장 ‘아직 심각한 질병 발병 없어'


북한이 극심한 큰물 피해를 입은 이후 지난 한 달 간, 세계보건기구, WHO를 비롯해 여러 국제기구 요원들은 수재민들에 대한 구호에 사투를 벌여왔습니다. 테이지 왈리아(Tej Walia) 세계보건기구, WHO 평양사무소장은 18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현재까지 기존 비축 의약품만 배분 중인 상황이며, 아직 심각한 질병 발병이나 아사자의 징후는 없지만 필수 의약품과 식량, 깨끗한 물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서지현 기자가 왈리아 소장으로부터 수해 이후 지난 한 달 간의 지원 상황과 현재 북한주민들의 건강상태 등에 대해 직접 들어봤습니다.

문: 이번 수해 이후 세계보건기구, WHO 평양사무소 직원들은 현장실사와 구호 작업으로 무척 바빴을 것 같은데요. 평양 사무소에서 일하는 직원은 몇 명이나 됩니까? 왈리아 소장님은 평양에서 얼마나 근무하셨죠?

답: WHO 평양사무소에는 본부 소속 국제요원 5명과 북한에서 채용한 현지 직원 14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현지 직원 가운데는 비서와 사무직 요원이 포함돼 있습니다. 저는 지난 2년 간 평양사무소에서 일해왔습니다.

문: 올해 수해 피해 지역을 다니면서 현장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피해 정도가 어땠습니까.

답: 이번 수해는 북한에서 지난 30년 간 있었던 수해 중 최악이었다고 묘사되고 있습니다. 예년보다 피해 정도가 굉장히 심했고, 북한 전역이 피해를 입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희 유엔 합동조사팀은 피해가 가장 심한 지역들을 방문했는데, 시골 지역이 특히 피해가 컷습니다. 대부분의 둑이 무너져 강이 범람해 가옥들이 침수되고, 특히 병원과 보건소가 물에 잠긴 곳이 많았습니다. 다리나 시설물 파괴는 물론 작물 손상은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문: 병원과 보건소들도 많이 침수됐다고 하셨는데, 의약품과 장비도 많이 유실됐다죠? 북한 현지의 의사 수는 충분합니까?

답: 수해로 의료시설 파괴는 물론, 많은 의약품이 유실됐습니다. 현재 북한 전역에서 필수 의약품과 의료 장비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수해 이전에도 의약품과 장비가 원래 부족한 상황이었는데, 수해로 상황이 더 악화됐습니다. 의료 인력은 충분합니다. 의사 수는 충분한데 의료품이 부족한 것입니다.

문: WHO는 최근 북한주민들의 건강 상태를 우려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는데요. 현재 매우 심각한 상황인가요?

답: 아직 주요 질병이 발병됐다고 알려진 바는 없습니다. 물론 급성 설사 등 수인성 질병 환자는 WHO 등 국제기구 요원들이 돌보고는 있지만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수인성 질병과 눈병 환자는 수해 이전보다 굉장히 늘었고,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콜레라나 장티푸스 등의 심각한 질병은 아직 발생하지 않았고, 현재 상황은 수해 이후 평상적으로 발생하는 수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문: 수해 이후 식량 사정도 크게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아사자의 징후는 있습니까?

답: 아니요. 제가 가봤던 지역에서는 굶어 죽는 이들을 보지 못했습니다. 제가 북한의 모든 지역을 모두 돌아본 것은 아니지만, 제가 알기로는 아직 그런 징후는 없습니다.

문: 의약품 배급은 어느 정도 진척 됐습니까?

답: 국제아동기금, UNICEF와 국제적십자연맹, IFRC 등이 비상 사태에 대비해 북한 내에 비축해뒀던 기존의 필수 의약품들은 현재 WHO와 유럽연합 등 국제기구들이 수재 지역에 배분하고 있으며, 매우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문: 수해 이후 현재까지 국제사회에서 많은 량의 의약품을 새로 지원했는데, 그 의약품은 전달이 됐습니까.

답: 이번에 새로 지원된 구호물자 전달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왜냐하면 유엔의 긴급호소가 발표된 이후 각국 정부가 기부금이나 지원품 제공을 결정해 아직 구호품이 전달되는 과정에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까지는 기존에 비축해뒀던 필수 의약품만 긴급히 배분했고, 아직 많은 의약품이 더 들어와야 하는 상황입니다.

문: 보건 지원에 있어 북한 당국과의 협조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습니까?

답: 북한 보건부와 정기적인 접촉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매주 북한 내 상주하고 있는 보건 관련 국제기구나 비정부기구 단체들과 회의를 열고 있는데, 이 회의에 북한 보건부 당국자들도 참석하고 있습니다.

문: 세계식량기구, WFP 평양사무소 측은 북한 당국이 예년과 달리 외부 지원에 대해 매우 열린 입장을 취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북한 정부가 이전과 좀 달라졌다는 데 동의하십니까?

답: 네. 북한 정부는 이번 수해 이후 국제기구와의 구호 작업에 매우 적극적으로 임했습니다. 또 매우 즉각적으로 이들 기구와 단체들에 회의 소집을 요구하고, 수재 지역으로 국제 요원들을 직접 안내해 실사작업을 수월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전반적으로 북한 정부는 매우 협조적이었습니다.

문: 북한 정부가 국제사회로부터의 지원 물자를 필요한 대상에게 제대로 배분하지 않는다는 우려도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답: 저는 그 말은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국제기구들은 북한 정부가 가장 수해 피해가 심한 지역 내에 가장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지원 물자를 정확히 배분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문제가 없고, 앞서 말했다시피 여러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가 이와 관련한 협조체제를 갖추고 있습니다.

문: 정확한 분배를 위한 감시체제, 이른바 '모니터링'이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국제사회에서 제기되고 있지 않습니까?

답: 지원의 측면에서, 저는 '감시'라고 하지 않고 '지원 내역 조정'이라고 칭하겠습니다. 이는 WHO나 UNICEF, IFRC, UNHCR, 비정부기구 등 북한에서 보건 지원을 위해 활동하는 모든 지원단체들의 지원 내역을 조정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들 단체들이 어느 지역에 어떤 의약품을, 얼마나 지원할지를 조정해, 긴급 구호물품의 지역적, 내용적 중복 지원이 없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문: 구호 작업을 벌이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답:우리는 북한의 체계 내에서 일하는 데 익숙해졌습니다. 북한에는 분명 북한만의 체계가 존재하며, 현재까지 이 체계에 따라 일해왔습니다. 비상사태가 발생해도 크게 어려움이 없었던 것도 그 같은 이유에섭니다.

문: 아직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이 북한에 대한 정부 차원의 구호 지원을 정치적인 이유로 꺼리고 있습니다. 현재 북한에서 직접 수해 구호 작업을 벌이는 책임자로서, 어떻게 보십니까?

답: 각국은 북한과의 정치적 차이점을 일단은 접어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해 피해를 입은 북한주민들에게 인도적인 측면을 생각해 각국이 적극적으로 원조를 제공해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 북한에 가장 필요한 것은 필수 의약품과 의료 시설, 식량, 깨끗한 물입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기반 시설 복구와 농업 부문에의 지원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들 역시 필수 지원품이 충족된 뒤 다음 단계에서 지원돼야 합니다.

지금까지 큰 물 피해를 입은 북한에서 구호 작업을 벌여온 세계보건기구, WHO 평양사무소의 테이지 왈리아(Tej Walia) 소장과의 인터뷰를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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