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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IFRC ‘북한 수인성 질병 환자 급증’


북한이 극심한 큰물 피해를 입은 지 한 달이 넘은 가운데, 수해 지역에서 설사와 눈병 증세를 보이는 환자가 계속 늘고 있다고 국제적십자연맹과 세계보건기구 WHO가 전했습니다. 그러나 산사태로 파괴된 도로는 66.5%의 복구율을 보이는 등 시설물 복구는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세한 소식, 서지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국제적십자연맹 평양 사무소의 무하매드 칼리드 의료 담당 소장은 17일 웹사이트 소식지를 통해 북한 수해 지역의 병의원 시설물과 비축 의약품 가운데 30~40%가 파괴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칼리드 소장은 평안남도 양덕군 태흥리의 한 유치원을 임시 진료소로 운영 중인 의사 박동근 씨의 말을 전하며, 요즘도 매일 25~30명의 환자들이 의원을 찾고 있으며 이들 중 60~70%가 설사 증세나 복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박 씨는 수해로 의원이 완전히 휩쓸려나가 남은 것이라곤 왕진 나올 때 들고 나온 의료품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칼리드 소장에 따르면, 이웃 마을인 종양장리(Jong Yang Jang Ri)에서 20년 간 의사 생활을 해 온 김녹원 박사 역시 의원 건물은 물론 모든 의약품이 완전히 침수, 파괴됐다고 말했습니다.

농장 건물을 임시 진료소로 쓰고 있는 김 박사는 수해 전과 비교해 설사 증세를 보이는 환자가 굉장히 많이 늘었다면서, 적십자 등이 정장제 등을 수재민들에게 나눠주지 않았다면 상황이 더 악화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박사는 특히 주민들의 현재 건강상태라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수 의약품과 안전한 생수가 절실하다고 말했습니다.

국제적십자연맹은 이같은 상황의 심각성으로 의약품과 정장제 등 긴급 구호물품 55세트를 추가로 북한에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이 구호물자 한 세트는 1만명이 석 달 간 복용할 수 있는 정장제 등 필수 의약품이 들어 있습니다.

에바 에릭슨 국제적십자연맹 동아시아 담당 국장은 많은 병의원 건물이 수해로 완전 파괴돼, 많은 환자들이 필수 의약품이 부족한 채로 방치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제적십자연맹은 이밖에 매년 8백만명을 대상으로 북한에 공급해 온 평상시 지원 의약품을 의원 2천 곳에 별도로 배분하고 있는 중입니다.

에릭슨 국장은 이번 수해 이후 북한의 막대한 필요량으로 인해 의약품을 대량 구매하는 게 '전투'에 가까울 정도로 매우 어려웠다고 토로했습니다. 국제사회에 많은 분량의 의약품 재고는 더 이상 없으며, 남아 있는 것은 모두 적십자 측이 구매해 북한에 17일까지 항공편을 통해 전달했다고, 에릭슨 국장은 밝혔습니다.

세계보건기구, WHO 역시 지난 14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평안남북도와 함경남도의 병의원에 환자가 넘쳐나고 있다며, 급성 설사는 물론 특히 눈병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신의주의 경우 포도당과 같은 물약이 점점 더 많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WHO는 보고서에서 황해북도 평산군에 대한 유엔의 합동 조사 결과, 설사 환자가 점점 더 늘고 있다고 거듭 강조하며, 특히 의약품 배분에 대한 철저한 감시체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WHO는 이와 관련해 국제 구호단체와 북한 정부 간의 정보 공유가 보다 정기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수해로 파괴됐던 시설물 복구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정순 북한 국토환경보호성 부국장은 17일 '조선중앙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침수됐던 양묘장들이 100% 원상 복구됐고, 매몰된 토지는 44%, 산사태로 파괴된 도로는 66.5%, 제방은 50% 복구되는 등 산림, 도로, 강하천 복구에서 성과들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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