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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표기 관련 토론회, 동해 병기 주장에 미국 측 공감


한국과 일본이 첨예한 외교적 논란을 빚고 있는 동해 (East Sea) 표기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한 학술토론회가 최근 워싱턴에서 열렸습니다. 토론회에 참가한 미국 측 지리 전문가들은 동해와 일본해를 함께 표기하자는 한국 측 주장에 대체로 지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좀 더 자세한 소식을 유미정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한국의 ‘국제교류재단’(The Korea Foundation)과 ‘동해연구회’(The Society for East Sea)가 지난 4일 이 곳 워싱턴에서 개최한 이번 토론회에는 미국과 한국의 지리 전문가들이 대거 참가해 지리적 명칭의 역사적, 세계적 관점에서 동해 표기의 정당성에 관해 의견을 나눴습니다.

한국 측은 ‘동해연구회’의 김진현 명예회장과 이기석 서울대학교 교수, 주성재 경희대학교 교수 등 20명이 참석했고, 미국 측에서는 국제지리학연합(IGU)의 로널드 애블러 부회장과 미국 지리학자협회의 더글러스 리처드슨 상임이사, 그리고 미 국가측지국(NGS)의 데이브 질코스키 선임이사 등 30여명이 참석했습니다.

‘동해연구회’의 김진현 회장은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토론회의 목적은 ‘일본해’ 명칭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미국 측에 알리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김회장: “지금 세계적으로 일본해가 1929년 국제수로기구 IHO 국제회의에서 승인을 받아서 세계지도에 많이 표시돼 있는데 그 것은 그 당시 한국이 일본 식민지하에 있었고 일본이 일방적으로 국제회의에 등기를 한 거죠…. 또 전세계적으로 볼 때 특정한 나라의 이름을 한 바다의 이름으로 쓰는 예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 여러 가지 사정을 미국 측에 설명하는 자리였습니다.”

김 회장은 또 동해는 2천년 전부터 사용돼온 명칭이며, 동해 지역은 한국, 북한, 일본, 러시아 등 4개국이 인접해 있어서 관련국들이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관련국들이 사용하는 명칭을 병기하도록 하는 국제 규범의 관점에서도 일본해 단독표기는 수정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회장은 이 같은 한국 측의 주장을 지난 8월 말 뉴욕에서 열린 제 9차 유엔 지명회의에도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반해 일본은 일본해가 전세계 지도의 95%에서 사용되고 있는 명칭이므로 현 단계에서 명칭을 변경하는 것은 불필요한 혼란만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일본해 단독표기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양측의 논란과 관련해 이번 토론회에 참석했던 국제지리학연합(IGU)의 로널드 애블러 부회장은 동해와 일본해를 함께 표기하는 것이 좋은 해결책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애블러 박사는 이 문제는 한국과 일본 양측의 역사적 배경과 맞물려 있어 아주 복잡한 사안이라며, 자신은 한국이 제안한 동해와 일본해 병기가 좋은 해결책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애블러 박사는 한국과 일본이 명칭에 합의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두 명칭이 함께 병기돼야 한다고 생각하며, 이미 여러 국제 출판사들도 동해와 일본해를 함께 표기하도록 결정하는 등,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동해연구회는 동해 표기 문제를 전세계에 공론화하기 위해 1996년부터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왔습니다.

김진현 회장은 그 가운데서도 동해를 포함한 전 세계 해양 지명에 관한 세계 유일의 국제회의로 꼽히는 ‘세계 해양지명회의’를 13 차례나 주최한 것을 가장 큰 성과로 지적합니다. 김 회장은 동해연구회는 그동안 서울, 베이징, 블라디보스톡, 비엔나 등지에서 25개국 국가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세계 해양 지명회의’를 개최했다며, 앞으로는 정책결정자들을 대상으로 한 활동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회장은 또 동해 표기 문제와 관련해 북한과도 공조해 나갈 뜻임을 밝혔습니다.

김 회장: “실제로 북한 측의 제의로 지난 7월 개성에서 동해 문제를 포함해 유엔 한국 지명의 영어 로마자 확립을 위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아직 한국과 북한이 지명의 통일된 로마자화가 확립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이것을 유엔에 제출해야 하는데 지명이야 중립적인 것이니까 서로 통일해서 낼 수 있도록 공동 노력 작업을 하자는데 큰 원칙은 합의했습니다.”

북한은 역사적 당위성을 앞세우면서 ’조선동해’의 단독표기를 주장해왔지만 동해 병기가 받아들여진다면 유연성을 발휘할 수도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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