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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 ‘북한 외부 지원 얻으려고 법 체계 개선 중’


북한은 국제적인 법률 기준에 부응해 외부의 지원과 투자를 유치하려 하고 있지만 정치적, 외교적 걸림돌 때문에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미국의 북한 법 전문가가 밝혔습니다. 북한은 지난 1990년대 초 이래 대대적인 법 체계 개선 노력을 기울이면서 여러 가지 법을 신설하고, 법 전문가 양성에도 진력해 왔습니다.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북한 법 관련 강연회 소식을 김근삼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은 지난 수십년 간 독재자가 통치하는 전체주의국가였습니다. 그래서 외부에서는 ‘북한에도 과연 법이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13일 미국 워싱턴에서는 세종소사이어티(SEJONG SOCIETY) 주최로 북한 법에 대한 강연회가 열렸습니다. 이 날 강연을 한 마리온 스피나(MARION SPINA) 조지타운대 교수는 “북한에도 다양한 분야에 많은 법이 있으며, 특히 1992년부터 기존의 민법과 형법을 개정하고 새로운 법을 제정하는 등 매우 적극적인 법 개선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이런 움직임은 ‘통치의 수단’으로서의 법을 강화하는 정치적 의도도 있지만, 무엇보다 국제적 기준에 부응함으로써 외부의 지원이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는 것이 스피나 교수의 분석입니다.

스피나 교수는 “그동안 북한을 방문했던 몇몇 인사들은 북한의 체계에 대해 ‘ 세계은행이 돈을 주려고 해도, 국제적 기준에 맞지 않아서 한 푼도 지원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지적해왔다”며 “북한은 그래서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법 체계 개선부터 나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북한은 이 기간 동안 많은 금융, 경제 관련 법안을 신설했습니다. 북한이 법 전문가 양성에 열을 올리고 있는 점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스피나 교수에 따르면 북한은 1993년 변호사법을 신설한 데 이어 2000년대에는 법조인과 법 전문가 양성을 위해 김일성대학 법학부를 대거 강화했습니다. 또 1998년부터 2001년까지 중국과 유럽에서 열린 법 관련 국제세미나에 전문가들을 대거 참석시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 법 체계의 현대화는 아직도 멀었다는 것이 스피나 교수의 지적입니다.

스피나 교수는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 한국 심지어 미국의 법까지 모델로 삼고 있지만, 외부와의 실질적인 교류가 없었기 때문에 의도대로 작용할지는 아무도 모르며 조언을 해줄 전문가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국과 중국은 외부 투자가 활성화되던 초기에 문제점을 수정하고 경제성장도 이뤘지만, 북한은 여전히 그런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스피나 교수는 북한의 전문가와 지식 부재를 보여주는 예로 개성공단 관련법을 지적했습니다. 이 법은 시행 주체가 북한이지만 초안은 대부분 한국에서 작성했고, 북한 정부는 제정과 공포만 하는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사회주의 원칙을 고수하는 북한이 자본주의 국가인 한국의 다른 법들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스피나 교수는 북한의 개방과 변화를 위해서는 미국 정부도 미국 기업이나 투자자들이 보다 자유롭게 북한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스피나 교수는 “정부의 협상도 중요하지만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과 일해 본 경험이 있는 미국의 사업가들이 북한과 대화한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서는 미국 정부의 규제가 완화돼야 하며, 북한 정부도 미국 사업가들을 유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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