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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 ‘한반도 평화협정, 김정일에 달렸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노무현 한국 대통령은 지난 주말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협정에 대해 깊이 있게 논의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부시 대통령에게 평화협정 체결에 대한 미국 정부의 분명한 입장 표명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부에서는 정상회담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표출된 두 정상의 설명으로 미뤄볼 때, 한-미 두 나라가 한반도 평화협정의 조건에 대해 시각차를 보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김근삼 기자가 미국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7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부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부시 대통령에게 평화협정에 대한 입장을 다시 설명해달라고 두 차례나 요청했습니다.

이에 부시 대통령은 “더 이상 분명하게 할 수는 없다”며 “한국의 전쟁 상황은 끝낼 수 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핵무기를 검증 가능하도록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다음날 미국의 텔레비전 방송들은 정상 간 회담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이 장면을 여러 차례 재방영하며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백악관과 청와대는 ‘통역의 실수로 빚어진 단순한 혼선’이라고 해명했지만, 미국의 일부 언론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국내 정치상황을 의식해, 의도적으로 공개적인 자리에서 부시 대통령을 압박한 것’이라는 분석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벌어진 일을 보는 견해는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엇갈립니다. ‘대수롭지 않은 외교적 해프닝’이라는 분석도 있는 반면, ‘한반도 평화협정에 대한 두 나라의 입장 차이를 드러 낸’일이라고 해석하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올해 초까지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지낸 빅터 차 (VICTOR CHA) 조지타운대학교 교수는 평화협정의 조건과 관련해 미국의 입장은 변한 것이 없으며, 한-미 두 나라 사이에도 견해 차이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차 교수는 “평화협정의 전제조건과 시기에 대해서는 한국과 미국 정부 간에 입장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평화협정에 대한 기본적인 합의는 이미 2005년 9월에 이뤄졌다”고 말했습니다.

차 교수는 그러면서 “합의의 핵심은 비핵화가 우선이고, 단순히 핵 불능화가 아닌 비핵화가 이뤄지면 그 때 평화협정을 위한 절차를 시작한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비핵화가 완료되기 전에 평화협정을 위한 절차가 시작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워싱턴 소재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한국과 미국이 평화협정에 대해 다른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한국은 경제적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미국보다 먼저 북한에 양보하려고 한다”면서 미국 외교 관계자들에 따르면 ‘6자회담에서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는, 한국이 북한에 너무 일찍 너무 많은 것을 주지 않도록 막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고, 남북한과 중국, 미국 등 평화협정 당사국들에 대한 위협이 사라진 뒤에야 평화협정과 관계정상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라면서 “하지만 한국은 2.13 합의의 2단계 조치인 핵 불능화를 전제조건으로 추진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이어 “노무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 앞선 부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이 10월 초에 열릴 남북정상회담에서 평화협정의 전 단계라고 볼 수 있는 평화선언에 동의한 것으로 생각하고, 이 것을 기자회견에서 말로 표현하기를 원했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남북 정상의 평화선언은 북한의 군사위협은 그대로 둔 채, 오히려 ‘북한의 단계적 핵 포기 이행과 병행해서 여러 가지 양보를 제공한다’는 6자회담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것이 클링너 연구원의 지적입니다.

한편 빅터 차 교수는 부시 대통령이 이날 밝힌 대로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행동에 달려있다고 말했습니다.

빅터 차 교수는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꾸준히 노력해왔고, 이에 따라 북한의 기회는 계속 있어왔다”며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한반도 평화협정 문제는 계속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달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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