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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차기 미 대통령은 변호사 출신?


내년 11월에 있을 미국 대통령 선거는 지난 1928년 이후 80년 만에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나 부통령이 선거에 참여하지 않는 첫번째 선거입니다. 그 때문에 야당인 민주당은 물론 여당인 공화당에서도 대선 주자들 간의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아직 선거가 14개월이나 남은 상황에서 누가 대통령이 될 지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한가지 거의 확실한 것은 차기 미국 대통령은 조지 부시 현 대통령 같은 최고경영자 유형의 인물이 아닌 변호사 출신이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연철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문: '다음 미국 대통령은 무조건 변호사 출신이다.' 이런 얘기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답: 네,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들 가운데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각각 3명 씩 6명이 모두 변호사 출신이기 때문입니다. 먼저, 민주당 쪽을 살펴보면, 미국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을 노리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예일대 법대를 나왔고, 미국 법률전문지 내셔날 로 저널'이 선정한 100대 변호사에 두 번이나 선정됐습니다. 또한 미국 사상 첫 흑인 대통령을 꿈꾸는 바락 오바마 상원의원 역시 하버드 법대 출신으로 흑인 최초로 하버드 법대 학보편집장을 역임했고, 시카고 대학에서 헌법학을 강의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지난 2004년 대선 때 부통령 후보로 나섰던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은 노스 캐롤라이나 법대 출신으로 변호사로 활동할 당시 기업의 태만이나 의료과실로 인한 피해자들을 대변해 명성을 쌓았습니다.

공화당 유력 대선후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뉴욕대 법대 출신으로 뉴욕시장에 당선되기 전까지 뉴욕 연방검사를 역임했고, 2001년에는 뉴욕 뉴저지 올해의 변호사 후보로 뽑히기도 했습니다.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하버드 대학에서 1975년에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은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같은 해에 법대도 동시에 졸업했습니다. 뒤늦게 대선 경쟁에 뛰어든 프레드 톰슨 전 상원의원은 밴더빌트 법대 출신으로 불과 30세의 나이에 워트게이트 사건 수사에 참여했던 경력을 갖고 있고 일찌감치 법무부 차관보 까지 지냈습니다.

문: 그런데, 역사적으로 보면 미국에서 변호사 출신이 대통령이 되는 것은 별로 이례적인 일은 아니라면서요?

답: 그렇습니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 43명 가운데 25명이 변호사 출신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20세기 이후 변호사 출신 대통령 비율이 크게 줄었습니다. 미국 변호사 협회에 따르면, 19세기에는 76%이던 것이 20세기에는 39%로 줄었습니다.

20세기 들어 미국의 유권자들이 행정 경험이 있는 정책 결정자나 최고 경영자 유형의 인물을 선호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주지사 출신들이 대통령에 당선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텍사스 주지사 출신으로 사상 첫 경영학 석사 MBA 출신 대통령인 부시 현 대통령도 그런 유형 가운데 한 명입니다.

문: 변호사 경력이 대통령 직을 수행하는데 어떤 점들이 도움이 되나요?

답: 전문가들은 변호사들은 협상과 의사소통 기술, 공동작업, 위기 관리 등에서 능력이 뛰어난 데다 헌법과 정부에 익숙하고 사회 제도를 존중한다는 점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한 변호사들은 대부분의 정책적 입장에 대한 장점과 단점을 분석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고 있습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전 대통령이나 에이브라함 링컨 전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 전 대통령 같이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꼽히는 사람들 가운데는 변호사 출신이 많은 것도 바고 그런 이유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공화당의 롬니 전 주지사는 얼마전 한 인터뷰에서, 법과대학에서 상대방의 견해를 분석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습니다. 롬미 전 주지사는 언제든지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면서, 단지 친한 사람들의 말을 듣거나 본능적인 감각으로 결정을 내릴 경우 잘못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실 최고경영자 유형인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전쟁과 허리케인 카트리나 참사 대응 방식등과 관련해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데, 이는 부시 대통령이 다양한 견해를 수용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법률전문가들은 부시 대통령이 만일 법학 교육을 받았다면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문: 하지만, 미국에서 변호사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그렇게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은데, 오히려 변호사 출신이라는 점이 대통령이 되는데 방해가 되지는 않을까요?

답: 네, 미국 내에서 변호사들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지난 해 12월에 유 에스 에이 투데이 신문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갤롭이 공동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변호사들의 정직성과 도덕적 윤리가 높거나 매우 높다고 답한 사람들은 18%에 불과했습니다.

게다가 변호사 출신인 리카드 닉슨 전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했고,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성추문으로 탄핵에 직면하는 등 부정적인 인상을 남긴 점도 변호사 출신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줬습니다.

또한 변호사들이 항상 좋은 사람들만 변호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범죄자들도 변호를 하기 때문에, 과거의 변호사 활동으로 인해 정치적 곤경에 처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실제로 공화당의 톰슨 전 상원의원이 처음 상원의원에 출마했을 때 상대방 후보측에서 톰슨 후보가 범죄자들을 변호한 것을 공격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공화당의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같은 경우에는 선거 운동 과정에서 변호사 출신임을 거의 강조하지 않고 있습니다. 롬미 전 주지사는 오히려 투자회사 최고경영자와 주지사, 그리고 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 올림픽 조직위원장 경력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반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은 선거운동에서 변호사 경력을 최대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불과 11살 때 불의로부터 무고한 사람들을 보호할 것이라는 작문을 쓰기도 했던 에드워즈 전 의원은 변호사로서 평생을 그같은 사람들을 위해 싸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네 잘 들었습니다. 미국 내 시사 동향과 화제를 알아보는 미국은 지금, 오늘은 이연철 기자와 함께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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