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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태권도시범단 10월 미국 방문


북한의 핵 폐기를 위한 미국과 북한 간 협상이 진전을 이루면서 양측의 관계 개선을 엿보게 하는 신호들이 잇따라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국은 최근 북한의 큰물 피해와 관련해 3년여만에 대북 긴급지원을 재개했으며, 양측의 체육 문화 교류 활동도 활기를 띠게 될 전망입니다. 특히 북한 태권도 시범단이 오는 10월 미국을 방문해 순회공연을 가질 예정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지난해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 등으로 꽁꽁 얼어붙었던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북 핵 2.13 합의 이후 뚜렷한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이 핵 시설 폐쇄에 이어 최근 제네바에서 열린 미-북 관계 정상화 실무회의에서 연내 모든 핵 프로그램 신고와 시설 불능화를 약속하고, 미국도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와 경제 지원 가능성을 내비치며 화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양측의 이런 정치적 관계 진전은 미국 정부의 대북 인도주의 지원 재개 결정을 넘어 이제 체육, 문화.예술, 그리고 학술 프로그램의 교환에까지 두루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최근 세계적인 교향악단인 뉴욕 필하모닉의 평양 공연이 두 나라 당국의 협력 속에 추진되고 있고, 지난해 북한의 핵실험 등으로 잠시 중단됐던 미국 시라큐스대학과 북한 김책공대의 정보기술(IT) 인력 교환 프로그램도 재개됐습니다.

또 스위스에 본부를 둔 국제권투협회(IBA)는 최근 ‘미국의 소리 방송’ 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권투선수 3명이 오는10월 미국 북중부 시카고에서 열리는 세계권투선수권대회에 참가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권투선수들이 미국을 방문하는 것은 지난 1996년 미국 애틀란타에서 열린 하계 올림픽에 60kg급의 정길호 선수 등이 참가한 이후 처음입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 태권도 시범단 18명이 10월 초부터 미국 주요 도시 순회공연을 처음으로 가질 예정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지난 15년 동안 미국과 북한의 체육교류를 적극 추진해 온 미국 태권도 전문지 ‘태권도타임스’의 정우진 회장은 4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가 북한 시범단의 방문을 승인했다고 말했습니다.

“정부의 승인은 다 됐습니다. 명단도 다 됐고 사진도 다 왔고, 이제 해외담당 CIA 가 신분보장 조사에 들어간 것 같습니다.”

그동안 민간 체육교류 활동 차원에서 북한을 여러 번 방문했던 정 회장은 북한 태권도 시범단에 대한 비자가 9월 말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시범단은 선수 13명과 임원 5명 등 18명으로 구성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 회장은 특히 미국 국무부가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북한 태권도 시범단 초청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국무성에서 빨리 접수를 해달라고 진작부터 부탁을 해왔습니다. 올해는 미국 정부가 지난해와는 달라요. 작년에는 굉장히 자제를 해달라고 말했어요. 미디어를 많이 이용하지 말고 고요(조용)하게 해달라고 그랬는데 올해는 그 말이 없어요”

정 회장 등 미국의 국제태권도연맹(ITF) 주요 관계자들은 지난 1991년과 2006년 두 차례에 걸쳐 북한 태권도시범단의 미국 방문을 시도했지만 세계태권도연맹(WTF) 과의 불화, 그리고 지난해에는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 등으로 미국 정부가 승인을 거부해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북한 태권도 시범단은 10월 6일 서부 로스앤젤리스를 시작으로 7일 샌프란시스코, 10일 중서부 아이오와주의 시다 래피즈(Cedar Rapids), 13일 켄터키주 루이빌, 그리고 14일 남부 애틀란타까지 10여일 동안 5개 도시에서 순회공연을 가질 예정입니다.

‘태권도타임스’의 정우진 회장은 특히 북한 태권도 시범단이 미국의 참모습을 볼 수 있도록 버스를 이용해 이동할 계획이며 숙박은 미국인과 한인 가정에서 민박으로 해결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민박을 해도 괜찮다고 했어요. 그래서 일부러 부잣집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부잣집도 보내고, 가난한 집도 보내고 그렇게 하려고 해요.”

정 회장은 북한 시범단이 미국의 대표적인 패스트 푸드 전문점인 맥도널드에서 햄버거를 먹고 코카콜라를 마시며 흑인들이 거주하는 일부 소란스런 지역에서 숙박을 하는 등 미국 서민들의 삶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정 회장은 미국 지역 단체들이 매우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기대가 크다며, 시범단의 안전에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로스앤젤리스는 일부 보수성향 한인들의 시위에 대비해 경호원들을 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LA 같은데는 한 사람에 한 명씩 경호를 두기로 했습니다. 태권도 사범들이 18명을 각각요. 그 곳은 굉장히 신경써야 하는 것 같습니다. 큰 도시라서”

한편 북한 태권도 시범단의 이번 미국 행사에는 미국 태권도인들의 시범과 한인들의 풍물패 공연이 함께 열릴 예정이며, 인공기나 태극기 대신 과거 올림픽 남북 단일팀이 사용했던 대형 한반도기가 사용될 예정입니다.

정우진 회장은 북한 태권도 시범단의 미국 공연은 정치적 의도가 전혀 없다며, 두 나라가 서로 사랑과 화해를 통해 관계가 좋아지길 바랄 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내가 태어난 분단조국과 또 우리가 사는 이 나라 (미국에)에 모두 도움이 됐으면 하는 것이죠. 우린 정치가는 아니지만 이런 예술 문화로 도움이 됐으면 하는것이죠. 옛날에 핑퐁으로 미국하고 중국이 교류해 도움이 됐듯이 무술로서 서로 관계가 단축되고 좋아졌으면 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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