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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FP 등 유엔 ‘북한, 수해 복구에 이례적 문호 개방’


큰물 피해를 입은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비정부기구 두 곳이 8백83만 달러어치의 구호물자 전달에 나섰습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이들 두 단체를 통해 10만 달러 규모의 인도주의적 지원을 승인한 바 있습니다. 한편 세계식량기구, WFP 평양사무소 대표는 북한 당국이 외부 지원에 대해 이례적으로 개방적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지현 기자가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미국의 민간 구호단체인 '머시 코어'(Mercy Corps)는 4일 자사 웹사이트 보도자료를 통해 수해 피해를 입은 북한에 83만 달러어치의 의약품과 의류 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머시 코어는 이번 수해로 북한에서는 가옥 3만 채 이상이 파괴되고 3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며, 북한 측 대표와 북한의 긴급한 상황에 대해 논의한 뒤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또다른 민간 구호단체인 '사마리탄즈 퍼스' (Samaritan's Purse) 역시 지난달 31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살로트시에서 북한 평양으로 직항 전세기를 통해 의약품과 담요 등 8백만 달러 어치의 구호물자 75 t을 보냈습니다.

이 단체의 프랭클린 그레이엄 회장은 미국에서 직항편으로 북한에 직접 물자가 수송된 것은 한국전쟁 이래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레이엄 회장은 보도자료에서, 미국에서 직항기로 북한에 직접 지원물자가 실려간 것 뿐만 아니라 북한과 미국 정부가 이처럼 훌륭한 협력관계를 맺었다는 것은 역사적이며 상징적인 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북한의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31일 "박의춘 외무상이 만수대 의사당에서 큰물 피해와 관련해 미국 행정부와 민간단체 '사마리탄즈 퍼스'가 기증하는 긴급 의료지원 물자를 가지고 조선을 방문한 미국 손님들을 만나 담화를 했다"고 이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미국 국제개발처, USAID는 지난달 비정부기구 '사마리탄즈 퍼스'와 '머시 코어'(Mercy Corps) 두 곳을 통한 10만 달러 규모의 대북 인도주의 지원을 승인한 바 있습니다.

9월3일 현재 유엔을 통해 북한에 전달된 구호 물자는 한국 정부의 7백86만 달러 규모의 지원품을 포함해 모두 1천2백42만9천여 달러어치에 달하며, 추가로 6천1백3만여 달러 상당의 구호물자가 지원될 예정입니다.

이와 관련해 영국에서 발행되는 '파이낸셜 타임스' 신문은 4일 북한경제가 쇠퇴하고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면서, 한국 정부는 경제 지원을 기초로 북한 재건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변화를 촉구하는 중국식, 또는 '케인스식' 지원 모델을 따를 필요가 있다고, 미국의 대북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한편 세계식량계획, WFP 평양사무소의 장 피에르 드 마저리(Jean-Pierre de Margerie) 대표는 북한 당국이 수해 피해 이후 외부 지원에 대해 이례적으로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마저리 대표는 지난 2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정부가 피해 정도를 측정하기 위한 유엔 직원들의 현장조사 때 유례 없이 접근을 허용하는 등 이전보다 국제기구와의 협력의 정도가 개선됐다며 북한이 지난 달 국제사회에 수해 복구 지원을 요청한 것은, 지난 1990년대 2백만명 이상의 아사자가 발생했던 수해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라고 말했습니다.

마저리 대표는 특히 농지와 기간시설이 파괴돼 고질적인 식량 부족의 직격탄을 맞았다면서, 북한이 또다시 1990년대와 같은 아사 사태를 겪게 될지 예측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북한 내 식량 상황은 이미 위험수위에 달했다고 말했습니다. 농지 피해가 수확량에 영향을 미쳐, 북한의 식량 부족량이 최근 수 년간보다 올해 특히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입니다.

마저리 대표는 북한 당국과 일하는 것은 늘 굉장한 도전이라면서, 하지만 이번에 나타난 북한 정부의 국제 구호활동에 대한 호의적인 태도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낙관적인 견해를 밝혔습니다.

마저리 대표는 현재 국제기구들의 역량에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북한이 국제 긴급구호에 대해 매우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고는 있지만 아직 장기간에 걸친 복구 작업이 남아있다며, 앞으로 몇 개월 간 긴급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유엔 산하기구들의 대북한 지원을 총괄하고 있는 유엔 인도지원조정국, OCHA는 지난달 말 발표한 북한 수해 종합보고서에서 북한 당국은 민간기관과 군 병력이 구호 작업에 참여하고, 거리를 청소하거나 구호물자를 배분하게 하는 등 이번 수해 피해 복구작업에 매우 신속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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