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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북 관계 연말까지 급물살 탈 듯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하는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북한 양측은 다소 엇갈린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끝난 미-북 간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회의 이후 핵 불능화와 이에 따른 테러지원국 해제는 물론, 궁극적인 관계정상화로 나아가기 위한 양측의 움직임이 더욱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좀더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미국과 북한 관계가 급물살을 탈 전망입니다. 무엇보다 미-북 두 나라는 최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회의에서 주목할만한 성과를 거두는데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이번 회담을 마치면서, “연말까지 북한이 핵 시설을 불능화하고 모든 핵 프로그램을 신고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측 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도 “양국 관계 정상화를 위한 현안들을 전면적으로 검토하고 많은 일치를 보았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제네바 회담에서 가장 눈에 뜨이는 성과는 2.13 합의를 명확히 했다는 것입니다. 사실 북한의 ‘핵시설 불능화’나 ‘모든 핵 시설 신고’는 2.13 합의에도 다 나와 있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불능화를 언제까지 한다는 시한은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에서는 북한이 과연 핵을 불능화할지, 또 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을 신고할지를 둘러싸고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번 회담으로 그 같은 우려는 어느 정도 불식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은 일단 연말이라는 핵 시설 불능화 시한에 반대하지 않았고, 농축 우라늄도 신고할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따라서 미-북 양측은 이번 제네바 회담을 계기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두번째 ‘문지방’을 넘게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서울 세종연구소의 백학순 박사는 이번 합의로 미북 양국은 문제를 90%이상 해결한 것이나 다를 바없다고 얘기 합니다.

또 워싱턴과 평양 간 최고 수뇌부 분위기도 그 어느 때보다 좋습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1일 백악관에서 가진 아시아태평양 지역 언론과의 회견에서 자신은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이미 선택을 했다며, “이제는 북한 지도자가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과거 부시 대통령이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폭군' `독재자' `국민을 굶주리게 만드는 지도자’등으로 불렀던 것을 감안하면 미-북 간에 정치적 기류가 크게 변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미-북 관계는 올해 말까지 핵 문제 해결과 관계정상화 두 개의 축으로 빠르게 진전될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6자회담 산하 실무그룹 회의는 오는 5~6일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열리는 일-북 관계 정상화 실무회의를 끝으로 일단락 됩니다. 6자회담 참가국들은 다음달 열릴 것으로 전망되는 6자회담 전체회의에서 핵 시설 불능화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과 시간표를 짜게 됩니다. 이어 6개국은 다음 달 말께 6자 외무장관 회담을 추진할 가능성이 큽니다.백학순 박사는 미-북 관계가 한층 힘을 받을 것으로 앞으로 전망했습니다.

북한의 핵 불능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것과 맞물려 미-북 관계도 빠르게 진전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은 북한의 핵 시설 신고와 불능화에 발맞춰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와 대북 적성국교역법 적용 해제를 단계적으로 밟아 나갈 것으로 관측됩니다.

이와 관련해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는 4일 호주 시드니에서 한국의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을 만나 미국은 지난 2월부터 내부적으로 이 문제를 검토해왔다고 말했습니다. 일부 관측통들은 미-북 관계가 호전될 경우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북한이 워싱턴에 고위급 인사를 특사로 파견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에 앞서 힐 차관보는 지난달 29일 북한 고위급 인사의 미국 방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백학순 박사의 말입니다.

그러나 미-북 관계정상화에는 걸림돌도 곳곳에 있습니다. 이번 제네바 회담은 일단 상대방의 의사를 타진해 문서가 아닌 ‘구두’로 발표하는 선에서 그쳤습니다. 양측이 핵 불능화의 구체적인 방법과 핵무기 신고, 그리고 폐기에 대해 문서로 합의한 것이 아닙니다. 이는 앞으로 미국과 북한이 세부적인 내용을 둘러싸고 얼마든지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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