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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인질 피랍 사태 41일 일지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지난 달 19일, 23명의 한국인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무장단체 탈레반에 피랍된 이래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 씨가 살해된 안타까운 소식과 남은 인질들에 대한 탈레반의 거듭된 살해 위협, 한국 정부의 협상 노력과 전원 석방 합의 소식까지 계속 전해드렸는데요, 오늘은 서지현 기자와 함께 피랍 이후부터 석방까지, 지난 41일 간의 사태진행 상황과 앞으로 남은 과제 등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문: 서지현 기자. '남은 인질 전원 석방'이라는 반가운 소식을, 결국엔 전해드릴 수 있어 참 다행입니다. 사건 발생부터 지금까지의 상황을 정리해주시죠.

답: 네. 경기도 성남시 분당의 샘물교회 신도 20명이 선교, 봉사 활동을 위해 아프가니스탄으로 출국한 것은 지난 7월13일이었습니다. 현지에서 합류한 3명 등 모두 23명의 일행은 19일 가즈니주의 카라바그 지역 고속도로에서 버스를 타고 가다 무장단체 탈레반에 납치됩니다. 한국 외교부는 다음날 피랍 사실을 공식 확인하고, 22일 정부 협상단을 현지로 급파했습니다.

문: 배형규 목사의 피살 소식이 뒤이어 전해졌죠?

답: 아랍의 '알자지라 방송'이 25일 한국인 남성 인질 한 명이 살해됐다는 소식을 맨 처음 타전했고, 이어 일행을 이끌던 배형규 목사임이 확인됐습니다. 다음 날인 26일 피랍자 가운데 유현주 씨의 목소리가 미국의 'CBS 방송'을 통해 처음 공개됐습니다. 한국 정부는 다음 날인 27일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을 노무현 대통령의 특사로 카불에 급파했습니다. 그러나 7월31일, 탈레반은 심성민 씨를 또다시 살해했습니다.

문: 두 사람의 안타까운 살해 소식 이후 한국 정부가 탈레반 측과 직접 협상에 나섰죠?

답: 네. 그동안 아프간 정부와의 교섭에 주력했던 한국 정부는 지난 8월 1일 탈레반 측과 직접 접촉이 이뤄지고 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10일, 한국 정부와 탈레반 측은 가즈니에서 첫 대면협상을 했고, 사흘 후인 13일 김경자 씨와 김지나 씨가 전격 석방돼 17일 한국으로 귀국했습니다.

나머지 인질 19명의 석방을 위한 한국 정부의 물밑 노력은 이어졌습니다. 26일,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압둘라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에게 협력을 요청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는 등 외곽에서 총력 외교전을 이어갔습니다.

이어 28일, 한국 정부는 탈레반 측과 가즈니의 적신월사 건물에서 대면협상을 재개, 인질 19명의 전원 석방에 합의하게 된 것입니다.

문: 정말, 숨가뿐 41일이었네요. 한국에서는 이번 사태 초기에 반미 기류는 물론 진보와 보수 진영 간의 논쟁이 불거지기도 했죠?

답: 네. 한국 정부의 직접 개입 전까지 정치권과 진보 시민단체들이 나서 미국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했지만 미국은 '테러분자와의 협상은 없다'는 원칙론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유력 신문 '뉴욕타임스' 등이 주목할 정도로 한국 내에서는 반미 분위기가 가시화됐고, 이로 인해 진보 대 보수의 논란이 이어진 것입니다.

문: 그런데 이번에 아프가니스탄 내 선교활동 금지를 조건으로 인질들이 석방됐지 않습니까. 한국 기독교에서는 또 다른 측면에서의 논의가 시작되고 있는 듯한데요?

답: 사태 초기, 한국에서는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 간에 기독교의 적극적, 또는 공격적인 해외선교 방식에 대한 논쟁이 터져나왔습니다. 이제 석방 이후 기독교 계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한국 세계선교협의회 등은 30일 '아프간 사태 이후-한국 교회의 역할'을 주제로 대책회의를 가질 예정인데요. 기독교계의 주요 지도자들은 이 회의에서 한국 교회의 해외 선교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한국 청와대의 천호선 대변인은 석방 합의를 발표하면서 "선교 목적으로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NGO는 모두 철수한 것으로 안다"면서 "앞으로 여행금지국 제도와 종교계와의 협상을 통해 실질적으로 위험한 선교가 이뤄지지 않도록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의 '연합뉴스'는 이번 사태로 본인과 가족 뿐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긴 시간 동안 힘들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며, 기독교 단체들의 선교활동에 대해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고 개선해야 할 점은 과감히 고쳐나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의 기독교계 신문인 '국민일보'는 앞으로 단순한 봉사활동을 이슬람 근본주의 단체들이 선교활동으로 보고, 한국인에 대해 과격한 행동을 저지를 위험성이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문: 그런데 이번 한국인 피랍 사태 이후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여러 국제 구호단체들의 활동에도 일정 부분 영향이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죠?

답: 그렇습니다. 현재 아프가니스탄 당국에 신고된 국제 비정부기구, NGO는 모두 2백52개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 외교협회는 지난 22일 인터넷 웹사이트에 게재한 보고서를 통해 이번 한국인 피랍 사태로 아프간 주재 국제 구호단체 요원들에 대한 신변 위협이 높아질 것이라는 공포감이 조성됐다며, 일부 구호단체들은 이같은 신변의 위협으로 철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의 '비정부기구 안전사무소'에 따르면 올들어 국제 구호요원을 대상으로 한 무장단체들의 공격 횟수는 70여회에 달한다고, 미국 외교협회는 지적했습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국제 구호단체 지원요원 24명이 살해됐고, 2003년에도 12명이 살해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 외교협회에 따르면, 세스 존스 미국 랜드연구소 연구원은 탈레반과 무장단체들이 국제단체의 외국인 구호요원을 공격함으로써 외국 정부가 아프간 사태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전략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소리' 방송 아프간 현지 통신원인 에크람 신와리 씨는 아프간 현지에서는 탈레반 측의 잇딴 국제 구호단체 요원 납치에 대해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는 아니라고 전했습니다.

신와리 씨는 한, 두 단체가 주둔 요원 수를 줄인다고 해서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특히 이번 한국인 인질 납치의 경우 그들이 아프간 현지인들도 잘 다니지 않는 고속도로를 위험하게 버스를 타고 가다 발생한 매우 특수한 경우였다며, 조심만 한다면 이같은 사태가 다시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한국에서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앞서 말씀드린 해외 선교활동에 대한 성찰은 물론 한국 내 이슬람 전문가를 육성하고 다른 문화권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 인터넷을 중심으로 일부 네티즌들은 인질들의 생환을 축하하면서도 이번 사태로 막대한 국력 손실을 빚었다며, 귀국 이후 이들이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는 등 극단적인 의견도 내놓아 논쟁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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