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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수해로 아리랑 공연 결국 중단


북한이 40년만에 몰아닥친 극심한 수해에도 아랑곳 없이 강행했던 체제선전용 집단체조인 아리랑 공연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고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27일 보도했습니다.

지난 1일부터 시작된 올 하반기 아리랑 공연은 오는 10월 중순까지 계속될 예정이었습니다. 자세한 소식을 서울에 있는 VOA 김규환 기자를 연결해 알아보겠습니다.

(질문) 북한이 그동안 수해에도 불구하고 강행했던 아리랑 공연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지요?

답: 네, 그렇습니다. 북한은 수해를 이유로 집단 체조 아리랑 공연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7일 보도했습니다.

중앙통신은 수해를 복구하고 난 뒤 아리랑 공연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중앙통신은 그러나 구체적인 공연 재개 시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아리랑 공연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다시 수해로 중단되게 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북한이 9월 말까지 기초적인 복구를 완료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는 만큼 오는 10월2일부터 사흘 간 열리는 평양 남북 정상회담 때에는 공연이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질문) 북한 아리랑의 공연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죠?

답: 카드섹션 2만명, 그리고 집단체조와 예술공연 5만명에 공연을 돕는 인원 등을 모두 합쳐 10만명이 참가하는 아리랑은 체제를 선전하기 위한 대규모 집체 공연입니다.공연은 서장과 본문 1∼4장과 종장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공연시간은 1시간 20분 정도입니다.

아리랑 공연은 2002년 김일성 주석 탄생 90주년을 기념해 만들었지만, 한·일 공동 월드컵 대회를 희석시키려는 ‘맞불 작전’이라는 의도가 숨어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2005년 광복 60주년과 노동당 창건 60주년(10월10일)을 맞아 북한은 대대적인 해외 선전을 통해 관광객들을 끌어들였습니다.그해 해외관광객 1만5천명 등 모두 2백20만명이 공연을 관람했으며,1천1백만 달러(약 1백4억원)를 벌어들였습니다.

올 상반기까지 마카오의 ‘방코 델타 아시아’(BDA)에 동결됐던 북한 자금 (2천5백만 달러)의 절반에 이르는 규모입니다. 당시 한국에서도 8천여명이 1백만원 이상을 내고 1박2일 일정으로 북한을 다녀왔습니다.

(질문) 북한이 아리랑 공연을 일시 중단한 이유는 결국 수해가 너무 큰 탓이죠?

답: 네, 중앙통신은 공연 중단의 이유로 “최근 각지 근로자들이 큰물(홍수) 피해복구 사업에 떨쳐나서 아리랑 공연 진행이 곤란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실 북한의 수해는 너무 엄청난 규모입니다. 이번 집중호우로 최소 454명이 사망하고 156명이 실종,4351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이 26일 밝혔습니다.

OCHA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의 경우 4만 463채가 완파됐으며 6만 7056채가 부분 파괴됐고 13만 3732채가 침수됐습니다. 또 22만 3381㏊의 곡물 경작지가 피해를 봤는데 이 가운데 논은 전체 면적의 20%,옥수수밭은 15% 이상 유실 또는 매몰되고 침수됐습니다.올해 예상 수확량에서 100만t의 곡물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 내각전문지 민주조선은 “이러한 피해 현상은 지난 시기에는 있어보지 못한 실로 엄청난 것이고 누구도 상상할 없었던 것이며 가장 참혹한 재난이다.”고 보도했습니다.

(질문) 그런데 앞서 북한이 이같이 극심한 수해에도 아리랑 공연을 강행한 배경은 무엇인가요?

답: 북한이 ‘아리랑 공연 계속’을 밝힌 이유에 대해 1차적으론 북한 사회의 후진적 정책결정 시스템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공연을 계속하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공연을 책임진 실무자들이 상부에 보고를 제대로 못하고 결심을 받아내지 못하면서 관성적으로 공연을 지속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지난 7일부터 폭우가 쏟아져 곳곳에서 피해가 발생하고 있었음에도,14일 개성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준비접촉에서 남측 대표단의 육로 방북에 합의하고 회담의 정상 개최를 공언했지만 결국 4일만인 지난 18일 회담 연기를 요청했고,20일엔 평양∼개성간 고속도로의 노반 붕괴 등 파손 사실을 밝혔습니다.

(질문) 한국 내 일각에서는 지금까지 강행했던 이유가 외화벌이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데요?

답: 네,그렇습니다. 북한이 8월말 개최 예정이었던 남북정상회담을 10월 초로 연기한 것과는 달리,아리랑 공연을 강행하고 있는 이유는 외화벌이 때문이라는 해석이었습니다.

연초부터 해외 각국 공관을 통해 관광객들을 적극 유치해온 북한이 공연을 취소할 경우 북한 방문과 공연 관람을 예약한 해외 관광객들에게 고스란히 예약금을 환불해야 하는 등 막대한 재정 손실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었습다.

북한 전문가들은 공연 예상 수익을 산정해 이미 예산에 반영한 터라 공연을 취소하지 못하고 강행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무엇보다 공연 수익금이 군(軍) 예산으로 집중 편성돼 있어 공연 취소는 자칫 군부의 거부감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연속으로 준비해왔던 공연이 취소될 경우 공연 준비에 소요된 경비 부담은 물론 1천만 달러 이상으로 추정되는 공연 수익금을 날려버릴 수 있다는 우려를 떨쳐버리지 못했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수해가 날이 갈수록 눈덩이 처럼 불어나자 북한은 수해 복구를 뒷전에 미루고 10만명이나 동원되는 대규모 공연을 더이상 진행시키기 어려워 일시 중단할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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