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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자, 김지나 씨 "남은 인질 19명 석방돼야"


아프가니스탄의 무장단체 탈레반에 한국인 인질이 억류된 지 오늘, 24일로 37일째에 접어들었습니다. 한국 정부와 탈레반 측의 대면협상에 진전이 없는 가운데 지난 13일 풀려난 김경자, 김지나 씨의 인터뷰가 아랍의 '알자지라 방송'을 통해 23일 처음으로 공개됐습니다. 이들은 다른 한국인 여성 인질 이지영 씨가 석방을 양보했다며, 남은 인질들의 조속한 석방을 호소했습니다. 서지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무장단체 탈레반에 억류된 지 26일 만인 지난 13일 풀려난 김경자, 김지나 씨는 23일 아랍의 위성방송인 '알 자지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너무 가슴이 아프다며, 남은 인질들의 조속한 석방을 기원한다고 말했습니다.

김경자: 석방 당시 기뻐할 수 없었어요.너무 가슴이 아프고, 나머지 인질들이 빨리 석방되기를 바랍니다.

이들은 가족을 다시 보게 돼 기뻤지만 남은 이들 생각에 잠을 못 이루고 있다며, 남은 인질 19명이 하루 빨리 풀려났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김경자 씨와 김지나 씨는 한국으로 귀국한 뒤 경기도 성남시의 국군수도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고 휴식을 취해왔습니다. '알자지라 방송'과의 인터뷰 방송 화면에서 이들은 환자복을 입고 병실에 나란히 앉아 있었으며, 간간히 울먹였습니다.

두 사람은 또 아프간 봉사단의 통역 역할을 하던 이지영 씨가 스스로 남겠다고 해 대신 자신들이 석방됐다고 밝혔습니다.

김지나: 지영 언니가 남게 됐고,,, 편지를 써서 우리가 전달했어요....

이들은 혼자 남게 된 이지영 씨가 탈레반의 허락을 받고 가족들에게 편지를 썼으며 두 사람은 이를 가져와 가족들에게 전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날 이지영 씨의 가족들에게 전달된 이 씨의 자필 편지는 아랍어가 인쇄된 흰 색 바탕의 종이에 "건강히 잘 있으니 걱정마세요. 잘 먹고 편히 있어요. 아프지 마시고 편히 계세요"라는 내용이 쓰여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알자지라 방송'과의 이번 인터뷰는 피랍자 가족들의 제의로 이뤄졌습니다. 한국의 '연합뉴스'는 사태 장기화에 불안감을 느낀 피랍자 가족들이 지난 며칠 동안 김경자 씨와 김지나 씨에게 인터뷰에 응해줄 것을 요청했으며, 지난 22일 승락을 받아 인터뷰가 이뤄졌다고 보도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두 사람의 억류생활이 외부에 알려질 경우 남은 인질들의 생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그동안 언론 등 외부와의 접촉을 모두 차단해 왔습니다.

한국 정부와 탈레반 측의 직접 대면협상은 지난 16일 마지막으로 이뤄진 이후 진척이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탈레반 측 대변인 자비훌라 무자히드는 이 날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인질 19명의 건강상태가 악화되고 있다며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인질이 죽음에 직면할 것이라고 거듭 위협했습니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앞서 20일에도 'AFP 통신'에 한국은 인질들이 해를 입는다면, 그들의 석방에 큰 역할을 하지 못한 한국 정부의 책임임을 알아야 한다고 위협했었습니다.

아프간 현지에서 대책본부를 지휘하며 한달 간 아프간에 머물렀던 조중표 외교통상부 제1차관은 앞서 지난 20일 경기도 성남시의 피랍자 가족모임 사무실을 방문해 탈레반이 요구하는 수감자 석방에 대한 조건에 서로 입장차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협상 과정을 거치며 그 간격을 좁혀 나가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편, 한국의 이슬람 서울중앙성원 관계자들로 구성된 무슬림 사절단은 피랍 문제 해결을 위한 도움을 호소하기 위해 23일 파키스탄으로 출국했습니다. 이들은 일주일 간 파키스탄에 머물며 탈레반 종파 관계자들을 만나 한국인 인질 석방을 위한 협조를 당부할 계획입니다.

피랍자 가족들도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파키스탄 대사관 등에 이어 이 날 열 번째로 한국 내 카자흐스탄 대사관을 방문해 피랍자 석방을 위한 카자흐스탄 정부의 협조를 호소했습니다.

미국의 소리 서지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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