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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출신 의사 ‘식량·항생제 분배, 감시 절실’


지난 7일부터 쏟아진 집중호우로 인한 북한 내 인명과 재산 피해가 갈수록 불어나고 있는 가운데, 국제적십자연맹은 수해 지역의 북한주민 3백70만명에게 응급 의약품을 지원하기 위해 5백50만 달러가 필요하다고 20일 밝혔습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해마다 거듭된 수해로 북한주민들이 어느 정도 극심한 수인성 질환을 겪어왔는지, 또 현재 어떤 의료 지원이 절실히 필요할지 북한에서 의사로 활동했던 탈북자에게 직접 상황을 들어봤습니다. 서지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국제적십자연맹은 이번 수해로 극심한 피해를 입은 함경남도와 평안남도, 개성 등의 수재민 3백70만명에게 긴급 의약품을 지원하기 위해 5백50만 달러가 필요하다고 20일 국제사회에 호소했습니다.

국제적십자연맹에 따르면 열악한 수질로 인해 시간이 지날수록 설사 등의 증세를 호소하는 주민들이 늘고 있고, 특히 어린이들에게는 급성 호흡기 감염과 설사, 이질, 피부병과 눈병 등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북한 함경북도에서 지난 1999년부터 2004년까지 5년 간 의사로 일했던 한 탈북자는 1996년부터 1998년까지 대량 아사자가 발생했던 당시 상황과 현재의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식량과 항생제가 가장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탈북의사: “지금도 북한에서 그렇게 죽어간다고 얘기 들었거든요. 북한과 조금씩 통화가 되니까요. 그 때와 상황은 똑같고, 죽어가는 게 그 때는 갑자기 닥치니까 한꺼번에 죽은 것이고 지금은 제일 밑에 사람들부터 계속 죽어간다고 합니다. 콜레라와 장티푸스가 많이 발생하는데 북한에서는 그것을 급성 설사증으로 이야기합니다. 제일 필요한 게 첫째 식량, 그 다음에 항생제입니다. 주사용 항생제들... 먹지 못해 병이 나는 게 제가 보기엔 더 크거든요.”

잘 먹지 못한 데다 열악한 상수도망으로 인해 면역력이 약해져 있는 게 이같은 콜레라, 장티푸스 등의 수인성 질환을 더욱 심화시키는 원인이라는 설명입니다.

탈북의사: “북한 상수도망이 매우 열악하거든요. 상수도가 낡고 구멍이 나고 오염된 물이 나올 때도 많고. 전국 어디가나 같거든요. 좀 잘 사는 사람들은 끓여 먹지만 땔 것도 부족하니 그냥 먹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질병이 발병하는 것을 본다면 여름이어서 폭발적으로 발생하는 게 아니라 항시적으로 나는 게 특징입니다. 항시 오염에 노출돼 있고,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

이 의사는 식량과 의약품을 이들 환자들에게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탈북의사: “식량과 항생제보다 더 중요한 게 모니터링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 마디로 말해서 백성들이 그 약을 받아쓰질 못합니다. 저도 유엔 약을 받아 한 번 써봤거든요. 뇌물을 가져다줘야 받아 쓰거든요. 의료인들도 식량 공급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기가 살아야 하니까 자기한테 도움이 되는 사람들한테 약 공급을 더 잘 하게 되죠. 힘 있는 간부들, 식량을 지급하는 간부들이라던가 자기한테 많이 가져오는 사람들한테 주지 않을 수 없거든요. 이러다보니 실제 아파서 (약을) 써야될 사람들은 시장에 가서 검증 안 된 약을 사서 써야 되고, 죽을 때까지 계속 그렇게 써야 되거든요. 하도 죽는 사람이 많아 그게 문제시도 안되고.”

대북지원단체 '좋은벗들'의 노옥재 사무국장은 북한 내에는 현재 결핵약이나 소독약이 특히 부족한 상황일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노옥재 사무국장 : “전기가 부족해 제대로 소독을 못한 상태이고 강물을 그냥 떠먹고 있기 때문에, 평소 때보다 수인성 질병 위험이 높고, 상당히 많이 노출돼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식량난으로 인한 아사자까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결핵약이 상당히 많이 필요하고 수해 때문에 소독약이 훨씬 많이 필요합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 OCHA에 따르면 20일 현재 유럽연합 인도주의 원조국, ECHO에서 13만6천7백99달러 상당의 의약품 등 긴급 구호품을 북한에 전달했으며, 세계보건기구, WHO도 8만명 분량의 수인성 질병 관련 의약품과 긴급 구호 상자를 주민들에게 전달했습니다.

한국 정부도 20일 소독약과 피부질환제 등 긴급구호 물품 2천 상자를 배 편으로 보냈습니다.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가 통일부에 통보한 1백47억7천5백만원 상당의 북송 예정 긴급 구호품 가운데도 의약품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국제아동기구, UNICEF는 3개월 간 4천명이 사용할 수 있는 필수 의약품 상자 1백개, 5천 세대가 한 달 간 먹을 수 있는 물과 정장제 등을 준비했습니다. 이밖에 여러 국제기구와 각 국 정부로부터 깨끗한 식수와 의약품을 기본으로 한 총 8백1만9백97달러 상당의 구호품이 북한으로 곧 전달될 예정입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 OCHA의 엘리자베스 바이어스 대변인은 의약품 지원이 긴급히 필요하며 항생제는 물론 설사와 대장염 치료제, 비타민 등이 홍수로 집을 잃고 수인성 질병 등으로 곤란을 겪는 북한주민들에게 절실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어린이와 산모 등 건강을 위협 받을 가능성이 가장 큰 이들에게 깨끗한 물과 응급약품은 필수적이라는 것입니다.

바이어스 대변인은 북한당국 역시 현재 가장 필요한 게 긴급 의약품이라고 밝혔다며, 유엔은 북한 정부의 그같은 노력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 WHO 측은 현재 북한에 비축된 의약품의 빠른 배분을 위해 북한당국에 군대 등으로부터의 자원봉사자 6천명의 도움을 요청했었다고, 바이어스 대변인은 전했습니다.

WHO 는 현재 북한의 보건소 22곳 가운데 적어도 11곳이 침수돼 보건소 내 의약품과 의료장비 등이 유실된 상태라며, 열악한 하수시설과 깨끗한 식수의 부족으로 인한 수인성 질병의 위협이 가장 우려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바이어스 대변인은 또 수해를 겪은 어느 나라나 비슷한 수인성 질병으로 어려움을 겪는다며,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병약한 취약계층에게 필요한 약이 빠르고, 정확히 전달돼 더 심각한 질병으로 번지는 것을 막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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