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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북한체제 변화 이끌 ‘트로이의 목마’될 수 있어’


오는 28일부터 평양에서 열릴 예정인 제2차 남북정상회담은 북한의 내부체제 다지기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북한주민들의 의식 변화와 경제협력을 통해 북한 사회의 개방과 개혁을 이끌어내는 ‘트로이의 목마’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 역시 제기됐습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이 보내드리는 남북정상회담 특집 방송, 오늘은 다섯번 째 마지막 순서로 남북정상회담이 북한 체제에 미치게 될 영향에 관해 살펴보겠습니다. 유미정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미국과 한국의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북한이 내부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는데 기여할 것이라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한국 통일문화연구소의 정용수 연구원은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2차 정상회담이 1차에 이어 또 다시 평양에서 열리는 점을 지적하며, 북한은 이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위대성’을 인민들에게 과시하는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남북 간에는 (1차 정상회담 때) 답방하겠다는 합의가 있기는 했지만 김정일을 보기 위해서 남쪽의 대통령이 두 차례나 평양을 방문했다는 차원에서 체제 공고화랄까 체제 결속이라는 차원에서 상당히 도움이 될 거라고 봅니다.

캐나다의 브리티시 콜롬비아 대학교 정치학과의 박경애 교수도 같은 견해를 밝히고 있습니다.

박경애 교수: “상징적인 의미만으로서도 두 번씩이나 남쪽의 국가원수가 평양에 오셔서 정상회담을 한다는 게 대중 인민들의 사기를 굉장히 진작시키는 영향이 있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최근 한국의 통일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올 상반기에 선군혁명선구자대회 등 전국 규모의 각종대회와 6. 25 미제반대투쟁의 날 평양시 군중대회를 개최하는 등 체제결속 활동을 강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북한은 ‘2.13 합의’이행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출판물을 통한 선전 등 다양한 주민통제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했다고 통일연구원은 밝혔습니다.

하지만 한국 서울대학교 정치학과의 장달중 교수는 남북정상회담은 보는 관점에 따라 북한체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지적합니다.

장달중 교수: "반대로 보면은 북측 주민들이 남쪽에 대해서 굉장히 적개심을 갖도록 교육을 받아왔는데 남쪽 대통령과의 정상 회담이 자꾸 계속되다 보면 남쪽에 대한 이해가 자꾸 넓어질거란 말이죠.이런 것들이 앞으로 북한주민들이 합리적 방법으로의 생활태도를 이끌어 내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정상회담에서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인 남북 간 경제협력이 북한의 개혁과 개방을 유도해 결국 북한 내부체제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다른 견해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앞서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은 “남북한의 경제적 상호 의존 관계가 평화 보장에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이번 회담에서 ‘남북경제공동체’ 구상을 제1 의제로 삼을 것임을 강력히 내비친 바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북 핵 문제의 해결보다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을 통해 한반도 평화의 미래를 연다는 한국 정부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북한에 대한 일방적 경제 지원은 결국 김정일 정권의 존속만을 도울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북한은 시장경제 요소의 도입이 체제불안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기존의 계획경제 체제를 확고히 유지하고 있어 경제협력에 이율배반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워싱턴 소재 북한인권위원회의 피터 벡 사무국장은 안보 문제에 대한 논의 없이 북한에 대한 지원으로 북한체제에 변화를 추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경제 개방, 개혁되기 위해서 남북정상회담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문제는 지금까지 북한이 핵 문제 뿐만 아니라 안보 문제에 대해서 어떤 협의도 없었으니까 (북한 내부 체제)에 크게 틀리게 되고 발전되는 것은 거의 기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벡 소장은 결국 대북 경제지원이라는 당근이 ‘채찍’과 더불어 주어져야 하며, 그런 의미에서 한국은 북한에 무조건적인 지원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서울대학교의 장달중 교수는 역으로 한국이 북한을 지원하지 않았을 경우에 나타나는 북한체제의 상황은 남북관계에 아주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북한에 대한 경제 지원은 어떤 형태로든 북한 내부체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아주 긍정적인 측면이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장달중 교수: "북한의 주요 엘리트 층은 말이죠, 상당히 자본주의적 방식에 많이 영향을 받고 동경하고 있지 않나 생각하고 있어요. 다만 정치 지도자 입장에서 볼 때 이런 것이 확산되면 주민 동요가 일어나고 그래서 상당히 통제된 방식으로 도입을 하고 하겠죠."

장 교수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특구에 이어 나진, 선봉 같은 곳에 추가로 경제특구를 신설하는 방안에 합의가 이뤄진다면, 북한주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 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통한 생활이 정당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부에서 거론되고 있는 남북 평화선언에 대해, 평화선언 그 자체만으로는 별다른 의미가 없을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북한인권위원회의 피터 벡 사무소장의 말입니다.

아무리 평화선언 해도 종이 하나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평화선언해도 별 의미없는 것 같습니다. 아주 상징적인 것 같으니까 별로 신경안씁니다. 그리고 아무리 의미 있어도 북한 정권이 언론 장악하고 있으니까 북한 내부적으로 큰 효과 없을 것 같습니다.

한편 이들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경제난 등으로 인한 북한 내부의 동요나 체제불안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 했습니다. 브리티시 콜롬비아 대학의 박경애 교수입니다.

박경애 교수: “제가 몇 주전에 북한 다녀왔지만 가서 제일 먼저 느낀 것이 식량사정이나 인민들의 생활이 많이 나아졌다 그런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90년대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그 때에 비해서는 많이 나졌다는 느낌을 받고 왔거든요.”

따라서 그동안 한국 정부의 남북정상회담 제안에 소극적이던 북한이 임기 말을 맞은 노무현 대통령 정부와의 정상회담에 전격 합의한 것이 북한 내부체제의 불안과 불만 때문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결국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단기적으로는 북한의 체제 다지기에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북한을 개방하고 국제사회의 정상적인 국가로 유도해 체제변화를 이끌어 내는 ‘트로이의 목마’가 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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