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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탈레반 대면 협상 16일 재개


아프가니스탄 내 한국인 피랍사태 28일째인 15일, 인질들을 억류하고 있는 아프간의 무장단체 탈레반은 그동안 강력히 요구해왔던 석방 요구 수감자 8명의 명단 교체 권한을 탈레반 협상단에 이임했다고 밝혔습니다. 탈레반 측의 태도가 이전보다 훨씬 유연해진 것으로 분석되는 가운데, 한국 정부와 탈레반 측의 대면협상이 16일 재개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지현 기자가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탈레반의 카리 유수프 아마디 대변인은 15일 한국 정부단과의 대면협상이 16일 현지시각 오전 10시, 한국 시각 오후 2시 30분에 가즈니주의 같은 장소에서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AFP 통신' 등이 보도했습니다.

국제적십자위원회의 장 파스칼 모렛 대변인 역시 탈레반과 한국 정부, 양측으로부터 16일 오전 회담을 주선해 줄 것을 요구 받았다고 말했다고, 'AFP 통신'은 전했습니다.

한국 정부와 탈레반 측은 지난 10일 피랍 사건 발생 23일만에 첫 대면협상을 벌인 이후 국제적십자위원회의 중재 하에 모두 세 차례 아프가니스탄 가즈니주의 가즈니 시티에 있는 적신월사 건물에서 협상을 벌여왔으며, 13일 김경자 씨와 김지나 씨 등 2명의 여성 인질이 석방됐습니다.

아마디 대변인은 또 이 날 미국의 'AP 통신'에 탈레반 협상단2명은 지도부로부터 석방 요구 대상 수감자를 변경하거나 그 수를 줄일 수 있는 권한을 부여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탈레반 측은 그동안 동료 8명의 석방과 인질 맞교환을 강경하게 주장해왔습니다. 탈레반 측이 명단 변경과 축소의 권한을 협상단에 이임한 것은 이전보다 훨씬 유연해진 협상 태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소리' 방송 아프간 현지 통신원인 에크람 신와리(Ekram Shinwari) 씨는 이와 관련해 탈레반의 달라진 협상 전술은 여성 인질을 장기간 억류하는 데 따른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탈레반 측은 처음에는 여성 인질을 억류하는 것이 오히려 협상에 유리해 대거 피랍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어려움을 겪게 되었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신와리 통신원은 탈레반이 지난 4월 납치한 프랑스 구호단체 요원 2명 가운데 한 명이 여성이었는데, 이번 한국인 인질 피랍 사건의 경우 여성 인질의 수가 더 많아 동료 석방과 맞바꿀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피랍 당시 버스에 탄 여성의 수가 많았다는 것 때문에 납치를 자행했을 가능성이 많다는 설명입니다.

탈레반은 여성 인질 억류가 이슬람 율법에 어긋난다는 세간의 비판을 크게 의식하기 보다는,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인해 인질 석방에 대해 유화적인 태도로 바뀌었을 것이라고 신와리 통신원은 추정했습니다.

탈레반은 여전히 상당수의 여성을 억류 중이며, 이로 인해 한국 정부와의 협상에서 어느 정도 이득을 보고 있지만 아프가니스탄은 가난한 나라이며, 특히 탈레반은 도심이 아닌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성장해 있어 자금난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입니다.

신와리 통신원은 많은 수의 인질을 데리고 계속 이 곳 저 곳으로 옮겨다니는 데에는 차량 유지비나 유류비 등이 필요하고, 남성 인질보다 여성 인질을 다루기 힘든 면이 있었을 것 같다며, 탈레반 측은 인질들을 얼마나 오래 붙잡고 있을지에 대해 큰 고민을 하게 되었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신와리 통신원은 이와 함께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전통적으로 여성에 해를 가하는 것은 좋지 않은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면서,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도 지난 9일 평화 지르가 회의 개막연설에서 여성을 납치한 탈레반의 행위가 국가의 명예를 훼손시켰으며, 여성 인질 억류는 아프간 역사에 없었던 수치라고 비난한 바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한국의 언론들은 이르면 16일 지난 13일 풀려난 김경자 씨와 김지나 씨가 귀국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며, 각 언론사에 석방된 두 사람의 안정을 위해 귀국 이후 인터뷰 등의 자제를 요청했습니다.

북한의 관영매체인 '노동신문'은 이 날 사설에서 한국인 인질 억류 사태와 관련해 '그같은 불행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시작하지 않고, 지배욕과 탐욕 등 자신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한국을 개입시키지 않았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난했다고, 미국의 'AP 통신' 등이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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