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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을지포커스렌즈 한미 합동군사훈련 연일 비난


북한은 10일 판문점에서 열린 미국 측과의 대령급 회담에서 오는 20일부터 실시될 예정인 한국군과 미군의 연례 을지포커스렌즈 합동 군사훈련을 강력히 비난하면서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일부에서는 한국 정부가 남북정상회담 개최 기간 중에도 계속될 이번 군사훈련을 축소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어 주목됩니다. 최원기 기자가 자세한 소식 전해드립니다.

북한은 남북정상회담 합의가 발표된 지 사흘만인 10일, 인민군 판문점대표부를 통해 다시 한번 한미 양국의 연례 군사훈련인 을지포커스렌즈 훈련을 강력히 비난했습니다.

북한은 이날 판문점에서 열린 미군 측과의 대령급 회담에서 한-미 양측이 훈련을 예정대로 강행할 경우 북한군도 대응타격 수단을 실제로 추진하겠다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중단을 촉구했습니다.

북한 인민군 판문점대표부의 이같은 요구는 최근 잇따르고 있는 북한 측의 을지포커스렌즈 훈련 비판의 일환으로 나온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 남북정상회담 개최가 발표된 이후 이례적으로 강한 어조로 미군 측을 직접 만나 전달된 것이어서 주목됩니다.

오는 20일부터 31일까지 실시되는 올해 을지포커스렌즈 훈련은 28일부터 사흘간 평양에서 열리는 노무현 한국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간의 정상회담과 겹쳐 일부에서는 회담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일부 언론은 한국 정부가 올해 훈련의 일정을 변경하거나 축소해 실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청와대의 천호선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로서는 을지포커스렌즈 훈련의 일정변경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 "이번 훈련의 성격은 군사이동을 많이 하는 게 아니라 대개 워게임 형식으로 이뤄지고 있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국의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도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올해 훈련은 이미 계획된 것"이라며 "그런 것이 남북관계에 문제가 안되는 시대로 이제 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 주 8.15 민족통일대축전 불참을 발표하면서 이를 을지포커스렌즈 훈련과 사실상 연계했습니다.

북한은 한국 측 행사준비위원회에 보낸 서한에서 "8.15통일행사가 진행될 남측 지역에서 미국과 남측이 우리를 반대하는 을지포커스렌즈 합동 군사연습을 강행하려는 데 대해 간과할 수 없다"며 "남측 당국이 외세와 야합해 동족을 겨냥한 전쟁연습을 벌여놓는 것은 온 겨레의 통일운동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이어 지난 7일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 논평을 통해 을지포커스렌즈 훈련을 “대규모 북침 전쟁연습”으로 규정하고, “이는 미국의 무모한 전쟁 책동으로, 대화의 막 뒤에서 전쟁준비 완성을 다그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 측의 을지포커스렌즈 훈련과 관련한 주장은 근거 없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의 외교안보연구원 전봉근 연구부장은 북한이 한국으로 부터 이미 식량 같은 선물을 다 챙겼기 때문에 8.15 민족대축전을 무산시킨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한반도 전문가인 미국 워싱턴 소재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존 울프스탈 연구원은 을지포커스 훈련에 대한 평양당국의 주장은 기본적으로 북한 내부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울프스탈 연구원은 “북한이 을지포커스렌즈 훈련을 비난하는 것은 과거에 그래왔던 것처럼 외부의 위기를 인위적으로 조성해 북한 내부의 단결을 다지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을지포커스렌즈 훈련은 병력과 전투장비 투입을 최소화하고 컴퓨터를 통해 전쟁상황을 가상해 실시하는 한-미 두 나라의 지휘소 연습으로, 지난 1975년 이래 방어적 목적으로 실시돼 왔습니다.

오는 21일부터 31일까지 실시되는 이번 훈련에는 주한미군 5천명과 다른 지역의 미군병력 5천명 등 1만여명의 미군이 참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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