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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부시와 카르자이 대통령에 인질 목숨 책임’


오늘, 6일로 아프가니스탄 내 한국인 피랍사태 19일째를 맞았지만 한국 정부와 인질들을 억류 중인 탈레반 무장세력 간의 대면협상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탈레반 측은 한국인 인질 21명의 목숨이 현재 워싱턴에서 열리고 있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 결과에 달려 있다며 양국을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습니다.

서지현 기자가 자세한 소식 전해드립니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5일 오후 미국 매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미국 현지시각 6일 11시25분에 열릴 기자회견에서 두 나라 대통령이 한국인 인질 억류사태와 관련해 어떤 입장을 밝힐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앞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미국으로 떠나기 전 미국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인 인질 석방을 위해 탈레반과 협상할 것이냐는 질문에 "한국인 인질이 안전하게 풀려나오도록 하기 위해 인질 납치와 테러를 부추기지 않는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사실상 탈레반이 요구하는 인질 맞교환에 대해 거부 입장을 거듭 확인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한국 청와대의 천호선 대변인은 6일 브리핑에서 미국과 아프간 정상회담이 피랍사건 문제와 관련돼 있음을 주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정상회담 자체에서 좋은 해법이 나올 수 있는 표현 등을 기대하는 일부 보도에 대해 대개 정상회담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말씀 드린다고 말했습니다.

천호선 대변인의 이같은 발언은 한국 정부가 아프간과 미국과의 정상회담에서 '테러분자들과의 협상은 없다'는 양국의 기존 입장이 바뀔 것이라고 크게 기대하지 않고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탈레반은 두 나라 대통령의 정상회담과 관련해 한국인 인질들의 목숨을 위협하며, 양국을 재차 압박했습니다.

탈레반의 카리 유수프 아마디 대변인은 이 날 인질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든 그 것은 카르자이와 부시 대통령의 책임이라고 말했다고, 'AP 통신'이 보도했습니다. 아마디 대변인은 또 '로이터 통신'에 양국 대통령에게 한국인 인질 보호의 책임이 있기 때문에, 카르자이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과 함께 한국인을 석방하고, 탈레반 측 죄수들과의 맞교환에 동의하는 강한 결정을 내리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탈레반은 지난 4일 한국인 여성 인질들과 외국 언론사들과의 전화통화를 잇따라 주선해 수차례 육성을 공개했습니다. 한국인 여성 인질 가운데 임현주 씨는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모두 아프다" "죽고 싶지 않다" "살려달라" "집에 가고 싶다"며 절박한 목소리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교황 등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또 AFP 통신 등에도 같은 호소를 하는 울먹이는 여성 인질의 목소리가 공개됐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에 따르면, 같은 날 오후 한국 정부 관계자도 여성 인질 한 명과 전화통화를 했습니다. 탈레반 측은 현재 미국과 아프간 정상회담은 물론 한국 정부와의 대면접촉을 앞두고 여성 인질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통해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현지의 모하마드 하심 와하즈 병원장은 탈레반의 요청으로 항생제와 진통제 등 1천2백 달러 상당의 의약품을 가즈니주 카라바그 지역에 두고왔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습니다.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한국 각계에서는 인질들의 조속한 석방을 위한 '촛불 집회'와 성명 발표 등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한국 국회의 5당 원내대표단은 지난주 미국을 방문한 데 이어 국회 차원의 인질석방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고 범국민적 석방운동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피랍자 가족들은 자신들의 입장을 국제사회에 좀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직접 동영상을 제작해 인터넷 웹사이트에 올렸습니다.

미국의 이른바 UCC 동영상 인터넷 웹사이트인 '유투브'에 6일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사랑하는 아내에게'란 제목으로 올려진 동영상은 피랍자 김윤영 씨에게 남편 류행식 씨가 읽는 편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피랍자 가족들은 가족들의 인터뷰와 그동안 발표했던 호소문 등을 모아 한국어와 영어, 파슈툰어 등 3개 언어로 동영상을 계속 제작, 직접 배포해나갈 예정입니다.

한편, 한국 정부는 탈레반 측과 계속 대면접촉 장소를 협의 중이며, 이슬람권에서 영향력이 있는 비정부기구의 중재 하에 대면접촉을 하는 것을 탈레반에 제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국의 '연합뉴스'가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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