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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탈레반과 직접 접촉 등 총력 외교전


아프가니스탄 내 이슬람 무장세력인 탈레반의 한국인 인질 억류사태가 2일로 15일째로 접어들었습니다.

한국 정부는 남은 인질 21명의 석방을 위해 탈레반과 독자적으로 접촉하는 한편 미국과 파키스탄 등 핵심 관련국들로부터 협조를 얻기 위한 총력 외교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탈레반 측은 자신들이 제시했던 최종 시한이 지난 이후에도 계속 협상을 원한다며, 그러나 아프간 정부군의 군사작전이 시작되면 한국인 인질들 역시 목숨을 잃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서지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피랍 15일째, 지금까지 2명의 희생자가 발생하는 등 아프간 한국인 인질 억류사태에 진전이 없자 한국 정부는 탈레반 측과의 직접교섭 경로를 활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청와대 천호선 대변인은 1일 브리핑에서 현재 탈레반 측과 다각적으로 접촉 중이라며, 접촉의 폭을 확대하고 있고 직간접적인 접촉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천 대변인은 그러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프간 정부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천 대변인은 전 날에 이어 아프간과 미국 정부의 유연한 대처를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천호선 대변인: “아프간,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 전반에서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유연하게 적용할 것을 기대한다는 말씀을 드린 바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아프간에 대통령 특사로 파견했던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을 이 날 사태해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이슬람 국가인 파키스탄으로 급파했습니다. 또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아세안 지역안보포럼에서 미국과 파키스탄 측과의 양자회담을 비롯,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지지를 호소키로 하는 등 인질들의 석방을 위한 외교활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뿐 아니라 정치권과 시민단체들도 잇따라 입장 표명에 나서 특히 미국의 적극적인 협조를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전 날 한국 정부가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하는 등 협상에 성과가 없음에 따라 결국 억류된 인질을 구할 방법은 미국을 설득하는 길 밖에 없다는 일종의 사회적 합의가 형성된 셈입니다.

한국 국회는 5개 정당 공동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각 정당 원내대표들이 2일부터 5일 간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상하원 외교, 국방위원장,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행정부와 의회 인사들을 만나 한국인 인질 석방을 위한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할 계획입니다.

한국의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과 '흥사단', '참여연대' 등 주요 시민단체들도 잇따라 성명을 발표하고,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이나 촛불집회를 여는 등 미국을 성토했습니다. 이들 단체들과 집회 참가자들은 미국은 원칙만 내세우며 억류된 한국인들을 방치하고 있다며, 미국이 직접 탈레반과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습니다.

전 날 미국 정부를 향한 간곡한 호소문을 발표했던 피랍자 가족들도 이 날 다시 미국대사관을 방문해 미국의 지지를 요청하는 호소문을 직접 전달했습니다.

그러나 미국 국무부는 '테러분자들과의 협상은 없다'는 기존의 정책에 변화가 없다고 거듭 밝혔습니다.

미국 국무부의 톰 케이시 부대변인은 31일 브리핑에서 미국 정부는 오랫동안 유지해 온 정책을 바꿀 계획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케이시 부대변인은 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이같은 정책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한국에서는 미국의 이같은 입장에 항의해 반미감정이 되살아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 신문은 1일 서울대 국제대학원 박진현 교수의 말을 인용해, 인질사태가 성공적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한국 내 반미 집단의 반미감정을 촉발시킬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한편, 미국의 'CBS 방송'은 1일 자신을 '하지 누룰라'라고 밝힌 한 탈레반 사령관이 아프간과 미군 연합군이 가즈니주 카라바그 지역 등 3개 마을을 수색하며 한국인 인질 구출에 나섰다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사령관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 아직 총격전이나 전투는 벌어지지 않았으며, 연합군은 주민들에게 탈레반이 아닌 정부를 지지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CBS는 보도했습니다.

앞서 일부 외신이 아프간 정부가 한국인 인질을 구하기 위한 군사작전을 시작했다고 보도한 것과 관련, 아프간 내무부는 기자회견을 열어 '가즈니주에서 어떤 군사행동도 있지 않았다'고 부인했으며 아프간 국방부는 '인질 구출이 아닌 통상적인 군사작전이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는 평화적 해결이 최대한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원칙에 변함이 없다며, 군사작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탈레반의 카리 유수프 아마디 대변인은 9번째 협상시한으로 정한 1일 오후 4시30분이 지난 이후 아프간 현지언론 '아프간 이슬라믹 프레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인질 21명은 무사하다며 최종 협상시한은 지났지만 계속 협상하길 원한다고 밝혔습니다. 아마디 대변인은 그러나 군사작전이 시작되면 전력을 다해 싸울 것이며, 교전 중 한국인 인질은 살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아프간 이슬라믹 프레스는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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