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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과 속 확연히 다른 북한 선거제도


북한은 일요일인 29일 전국 각 지역에서 지방 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치렀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형식적으로 자유민주주의 원칙에 기초한 비밀투표 원칙을 유지하고 있지만 실상은 민주주의 선거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대북 전문가들과 탈북자들은 지적합니다. 김영권 기자가 북한 선거와 민주주의 선거의 차이점을 알아봤습니다.

북한의 `조선중앙방송'은 지난 22일 북한의 선거제도를 자랑하며 “북한은 무엇보다 인민들을 위한 일반적, 평등적, 직접적 선거에 기초한 비밀투표를 기본원칙으로 삼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방송은 특히 북한의 선거원칙은 “모든 공민이 제한이나 보류조건 없이 선거에 자유롭게 참여해 의사를 마음껏 표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이는 “자본주의 선거제도와 대비조차 할 수 없는 우리식 선거제도의 우월성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이 `국민의,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민주주의 선거'를 실시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지구상에서 북한 정권 외에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김일성대 교수 출신의 조명철 한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박사는 북한의 선거제도는 겉과 속이 확연히 다르다고 말합니다.

“북한의 제도는 뭡니까? 자유선거, 비밀선거 다 돼 있습니다. 그러나 투표장에 가서 거기다가 찬성이란 표를 집어 넣을 때 그 표에 나타나는 찬성이라는 형식과 내 마음하고 같지가 않다는 얘기입니다.”

북한은 유권자가 후보나 정책에 대해 찬성할 경우 아무 표기없이 그대로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고, 반대할 경우 X표함에 넣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선거장은 법과는 전혀 다릅니다.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초상화가 걸려있는 초상화 아래 찬성투표함 1개가 놓여 있으며, 보위부나 안전부 요원들이 선거위원 명목으로 투표장을 감시하고 있어서 자신의 마음대로 기표할 수 없습니다.

북한 군관학교 출신으로 현재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탈북자 오룡 씨는 북한 정부의 자유투표 선전은 모두 거짓말이라고 말합니다.

“선거는 철저하게 경쟁자들이 있어가지고 (후보들이) 내가 대의원이나 국회의원이 돼서 민생을 어떻게 하고 나라정치는 어떻게 하고..이런 공약이 있지 않습니까? 자본주의 사회는요. 그러나 사회주의 사회는 그렇지 않거든요. 내가 선거하는 사람 이상으로 김일성. 김정일에게 얼마나 충실했는가? 김정일 시대에 충실한 사람 세워놨으니까 너는 이 사람을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 이 사람 충실하다는 사람을 찬성하지 누가 반대하겠습니까? 반대하면 결국 김일성. 김정일을 반대한다는 얘기인데.”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는 국민의 기본권을 행사하는 필수요소 입니다. 국민이 바로 나라의 주인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북한처럼 김일성 부자와 같은 지도자 사진 앞에 절을 할 필요도 없고 투표할 때 당국의 감시를 받을 필요도 없습니다.

만 18살 이상의 미국시민으로 유권자 등록을 마치면 누구나 선거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는 미국은 모든 선거를 정부의 간섭없이 자유롭고 공정하게 비밀투표를 통해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자유로운 선거 분위기 때문에 미국은 오히려 투표율이 적어 고민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4년 대통령 선거 당시 투표율은 전체 유권자의64% 에 불과했습니다.

미국의 이런 낮은 투표율은 북한의 투표율과 좋은 대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2003년 실시한 도.시.군 대의원 선거에서 후보 전원이 99.9%의 투표율과 100%의 찬성으로 선출됐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북한에서 투표 경험이 있는 탈북자들은 투표를 안할 경우 생활 총화에서 비판을 받고 여러 불이익을 당하기 때문에 어떤 일이 있어도 투표를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북한 정부는 투표를 공민된 영예와 행복으로 선전해 사실상 인민들에게 찬성투표를 강요하고 있으며, 투표 일정이 정해지면 모든 사회단체와 부서가 총동원돼 찬성투표를 독려합니다. 후보들끼리 치열하게 경쟁하며 자신을 뽑아달라고 호소하는 미국과 한국 등 자유민주주의 체제와는 달리 정부가 일방적으로 선택한 후보에게 찬성표를 던지라는 압력이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러시아 출신의 북한전문가 안드레이 란코프 한국 국민대학교 교수는 북한의 이런 투표행태가 구소련에서 나온 나쁜 정치적 유산이라고 지적합니다.

란코프 교수는 소련 공산당은 과거 정권을 잡았을 때부터 당에서 임명한 사람들만 선거에 후보로 출마하도록 했다며, 공산권에서 선거는 시민이 자유롭게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정당성을 확인하는 선전행위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란코브 교수는 그러나 북한은1950년대부터 소련에서도 볼 수 없는 100% 투표율에 100% 찬성이라는 북한식 선거체제를 정착시켰다고 말합니다.

란코브 교수는 이런 투표율과 찬성율은 세계 투표 역사상 전례가 없는 것으로 지구촌 사람들은 이런 투표결과를 보면 북한식 선거를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부가 인민을 절대적으로 통제한다는 것을 확신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북한 정부는 이런 국제 분위기와 구소련 조차 100% 투표율을 비웃는 경향을 보이자 100% 대신 99% 투표율이란 표현으로 바꿨다고 란코프 교수는 설명합니다.

한국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조명철 박사는 100% 투표를 자랑하는 북한 정권의 태도는 인민들의 속마음을 전혀 읽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형식적으로 나타난 100% 의 찬성을 가지고 북한이 과도하게 해외에 선전한다! 그 것은 정말 북한 국민들의 마음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정권이란 것을 스스로 말하는 것입니다.”

한국의 대북인권단체인 ‘좋은벗들’은 최근 북한 소식지에서 간부들은 더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윗사람들에게 많은 뇌물을 바치며 야단법석을 떨고 있지만 주민들은 후보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투표할 정도로 선거에 무관심하다고 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그러나 오늘(30일) 이번 도,시, 군 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결과 99.82 % 투표율에 100 % 찬성으로 총 2만 7천 3백90명의 대의원이 선출됐다며, 특히 인민정권의 기능과 역할을 더욱 높여나가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자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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