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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 협상 난항 거듭


아프가니스탄 내 한국인 피랍 사태가 열흘째로 접어든 가운데, 탈레반과 아프가니스탄, 한국 정부 간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는 현지 협상 과정에서 탈레반 측은 여러 외국 언론사를 통해 한국인 인질 살해를 위협하거나 협상에 대한 기대를 밝히기는 등 자신들의 요구조건을 관철하기 위해 강경하고 혼란스런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서지현 기자가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한국인 피랍자들을 석방하기 위한 협상이 계속 진행 중인 가운데 피랍 생존자 22명은 탈레반이 제시한 최후 협상시한인27일 오후 4시30분이 지났지만 모두 무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카리 유수프 아마디 탈레반 대변인은 27일 아프간 정부 협상단에 새 구성원이 포함된 데 대해 만족감을 표시했다고, 아프간 현지 언론 '아프간 이슬라믹 프레스'가 보도했습니다.

한국의 '연합뉴스'도 현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탈레반은 편향되지 않은 새 협상팀이 구성된 데 만족하며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이에 앞서 아마디 탈레반 대변인은 중국의 `신화통신'에 전화를 걸어와 한국의 대통령 특사가 협상을 진전시키는 데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며, 이런 식으로 협상이 진행될 경우 인질들의 생명이 위험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아마디 대변인은 또 '연합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협상 타결 이전에 여성 인질들을 먼저 석방할 계획이 없느냐는 질문에 "없다"면서 인질들은 다국적군과 아프간 정부의 편이며, 이들의 보호를 받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모두 '적'으로 간주한다고 말했습니다.

아마디 대변인은 앞서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는 일부 인질들의 상태가 좋지 않고, 여자 인질들은 울고 있다면서 인질들 모두 자신들의 미래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탈레반이 지난 26일 한국인 여성 인질, 임현주 씨의 목소리를 처음으로 공개한 데 이어 27일 중단과 재개를 반복한 협상 과정에서 이처럼 여러 언론사를 통해 인질들의 상황과 자신들의 입장을 반복적으로 밝힌 것은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고도의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앞서 독일의 `DPA 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아프간 당국자의 말을 빌어 탈레반 측이 내분을 겪고 있으며, 인질 석방 협상시한을 무기한 연장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노무현 한국 대통령의 특사로 아프가니스탄에 급파된 백종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은 한국시간으로 27일 오후 3시께 카불에 도착했으며, 28일 중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을 만나는 등 본격적인 특사 활동에 나설 예정입니다.

한국의 언론들은 정부 당국자의 말을 빌어 백 특사의 현지 활동이 본격화되는 이번 주말이 피랍 사태 해결에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전문가들은 아프간 정부가 미국의 동의 없이 독자적으로 탈레반 측의 수감자 석방 요구를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하는 가운데, 미국은 테러단체와의 타협은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숀 맥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26일 미국은 탈레반에 의해 살해된 배형규 씨와 그의 가족, 그리고 한국민들에게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습니다.

맥코맥 대변인은 미국은 인질들을 무사히 귀환시키려는 한국 정부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말하고, 인질들을 아무런 조건 없이 즉각 석방해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낼 것을 탈레반 측에 촉구했습니다.

한편, 한국에서는 피살된 고 배형규 목사를 추모하고 피랍 한국인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각계의 성명이 잇따르는 가운데 일부 기독교인들이 해외선교 활동을 반성해야 한다는 의견을 공개 제기했습니다.

개신교계 중진 목회자 7명은 27일 성명을 발표하고 '선한 동기와 순수한 열정이 모든 방법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며 선교의 내용과 방향에 잘못은 없었는지 반성하며 올바른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번 피랍 사건 이후 정부가 위험지역으로 지정한 아프가니스탄 현지 선교에 대해 기독교계가 경쟁적으로 나서왔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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