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탈레반, 인질 석방 협상시한 무기한 연장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 의해 납치된 한국인 인질 23명 가운데 1명이 피살되고, 도움을 호소하는 인질 1명의 육성이 공개되면서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사태가 중대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탈레반 측은 몇 차례 연장했던 협상시한을 또다시 넘기고도 현재 아프간과 한국 정부 협상단과의 협상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또 노무현 대통령의 특사로 급파된 백종천 청와대 안보정책실장이 아프간 정부와의 협상을 시작했습니다. 유미정 기자가 좀 더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아프가니스탄 내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에 납치 구금돼 있는 22명의 한국인 인질 가운데 한 명인 임현주 씨는 26일 미국 `CBS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이렇게 도움을 호소했습니다.

CBS는 임현주 씨와의 통화는 탈레반 지휘관의 주선으로 3분여 동안 이뤄졌다고 전했습니다. 임 씨는 이 통화에서 인질들은 여자와 남자 두 집단으로 나뉘어 있어 자신은 배형규 목사가 살해됐는지도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처참한 상황을 전하고 도움을 호소하는 한국인 인질의 육성이 직접 전해지자 한국에서 이들의 석방을 애타게 기다리는 피랍자 가족들은 오열을 금하지 못했습니다.

이보다 앞서 탈레반은 아프간 정부가 자신들이 요구하는 수감자 석방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인질 가운데 42살인 배형규 목사를 살해했습니다. 이후 탈레반은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나머지 인질들을 모두 죽이겠다고 위협했습니다.

탈레반은 당초 한국시각 27일 오후 4시30분으로 석방 협상시한을 또한번 연장했지만, 현재 그 시한을 넘기고도 아프간과 한국 정부 협상단과 협상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탈레반측은 인질석방을 위한 시한을 무기한 연장했다고 아프간 당국이 밝혔습니다.

중국의 `신화통신'은 가즈니주의 한 탈레반 지휘관의 말을 인용해 현재 인질 22명이 모두 무사하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노무현 한국 대통령의 특사로 아프가니스탄에 급파된 백종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은 한국시간으로 27일 오후 3시께 카불에 도착했습니다. 백종천 특사는 곧바로 아프간 정부의 내무·외무장관 등 고위급 인사들과 접촉하면서 사태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백 특사는 이날 중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과도 만날 예정입니다.

백 실장은 탈레반측이 한국인 피랍자와 탈레반 수감자들과의 맞교환을 요구하고 있는 점을 감안, 아프간 내 고위 미군 관계자들과도 만나 사태해결 방안을 조율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전문가들은 아프간 정부가 미국의 동의 없이 독자적으로 탈레반측의 수감자 석방 요구를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하는 가운데, 미국은 테러단체와의 타협은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숀 맥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26일 미국은 탈레반에 의해 살해된 배형규 씨와 그의 가족, 그리고 한국민들에게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습니다.

맥코맥 대변인은 미국은 인질들을 무사히 귀환시키려는 한국 정부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말하고, 인질들을 아무런 조건 없이 즉각 석방해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낼 것을 탈레반 측에 촉구했습니다.

한편 미국의 유력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27일자 사설에서 탈레반의 한국인 인질 납치는 모든 민주주의에 심각한 도전이 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설은 또 이 문제는 자국민의 생명을 구하는 일과 국가안보, 그리고 납치 테러범들과 타협할 경우 더 많은 납치사건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 가운데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세계 지도자들의 어려운 결정을 요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설은 이어 사태 직후 한국 정부가 8명으로 이뤄진 협상단을 아프가니스탄에 파견해 탈레반과 직접 협상하면서, 탈레반에 거액의 몸값을 지불하고 인질들의 석방을 시도했지만, 결국 인질 1명이 살해됐음을 상기시켰습니다. 사설은 한국 정부가 한국군 철수를 요구하는 탈레반에 예정대로 올해 말 철수할 것임을 재차 확인한 사실도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이 탈레반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은 그들을 더욱 대담하게 할 뿐이며, 결국 더 많은 무고한 사람들의 납치로 이어진다는 점을 이해하기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