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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식량기구 ‘북한 식량사정 악화’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지난 20일 대북 식량지원을 위한 긴급회의를 개최한 가운데 북한 현지에서는 최근 아사자가 점점 늘어 함흥시에서만 한 달 사이에 3백 여명이 숨졌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세계식량기구, WFP 와 민간단체 전문가들은 국제사회의 긴급한 지원을 호소하며, 북한당국 역시 지원된 식량이 제대로 분배될 수 있다는 신뢰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지현 기자가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한국의 대북 지원단체인 '좋은벗들'은 26일 발간한 소식지를 통해 최근 한 달 사이에 함경남도 함흥시에서 기아로 3백여명이 숨졌으며, 함경북도 온성군 온성읍에서만 80여명이 숨지는 등 현지 식량수급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밝혔습니다.

함경북도 청진, 라남, 경성 등의 각 병원에서는 하루 3~4명이 기아로 숨지고 있으며, 현지 의사들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망원인은 장기적인 영양실조로 인한 질병 때문인 것으로 진단된다는 것입니다.

'좋은벗들' 노옥재 사무국장의 말입니다.

노옥재 사무국장: 북한당국은 지금 식량사정에 워낙 긴장해 있어 이미 6월부터 각각 모든 회관에 "들어올 수 있는 식량, 쌀 수입에 대해 모든 통로를 열어라, 막지 말아라" 이런 조치까지 내려진 상태였습니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 인권감시 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의 케이 석(Kay Seok) 북한 담당 연구원은 현재 어느 누구도 북한의 식량사정에 대한 제대로 된 통계를 제시하기는 어렵다며, 하지만 북한의 필요 식량과 현재까지의 생산량, 중국과 북한의 교역량 등을 산술적으로 비교해 볼 때 북한 내 식량사정이 악화된 것은 사실이라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케이 석 연구원은 그러나 현지 식량가격이 예상보다 폭등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상인들이 비축해 뒀던 쌀을 조금씩 시장에 내놓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케이석 연구원: 장사꾼들이 6자회담 상황을 지켜보면서 핵 문제가 해결되면 외부에서 많은 원조가 들어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그러면 쌀 값이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그 전에 이윤을 챙기기 위해 갖고 있던 쌀을 풀어서 그나마 식량가격이 안정됐다고 들었습니다.

세계식량기구, WFP 아시아 사무소의 폴 리즐리 대변인은 26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평양 WFP 사무소의 현장 모니터 요원 10명이 북한 정부의 승인 아래 최근 10개 지방을 살펴본 결과, 극한상황은 보고되지 않았지만 전반적인 식량사정이 악화돼 긴급한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리즐리 대변인은 북한 내에 WFP의 접근이 가능한 지역은 한계가 있어 평양에서 먼 함경도 등 모든 지방사정까지 파악하기는 힘들다고 덧붙였습니다.

리슬리 대변인은 북한에 식량이 긴급히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주요 기부국들이 나서주기 바란다고 호소했습니다. 리슬리 대변인은 지난 20일 미국 등 주요국이 참가한 가운데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대북 식량지원을 위한 긴급회의 논의 결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리슬리 대변인은 각국의 기부 결정에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라며, 지난주 회의에 참가했던 국가들이 자국에 돌아가 언제 어떻게 기부할지 결정하고 승인을 받는 등 절차가 진행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과거 북한에 대한 최대 지원국이었던 미국은 그러나 인도주의적 대북지원 재개에 대해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는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은 전세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북한에 대해서도 인도적 지원을 재개할 의지가 있으며 북한의 요청과 필요를 검토할 준비가 돼있다면서도, 인도적 지원을 결정하는 데는 지원 물자가 실제 필요한 대상에게 돌아가는지 확인할 감시체제가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좋은벗들'의 법륜 스님은 '선 인도주의 지원, 후 6자회담'을 제안했습니다.

법륜 스님/ 국제사회가 6자회담이나 핵 문제 해결 만큼이나 주민들이 겪는 고통, 특히 식량부족으로 인해 겪는 고통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6자회담 진행보다 더 긴급하게, 신속하게 북한과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대응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휴먼 라이츠 워치'의 케이 석 연구원은 식량난 타개를 위해서는 우선 북한 정부가 국제사회의 요구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케이 석: 미국 등은 분배의 투명성을 계속 요구했는데 북한 정부에서 취약계층에 대한 생존권을 위해 전향적으로 분배의 투명성 요구를 받아들여 분배 모니터링을 하는 데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케이 석 연구원은 영변 핵 시설 폐쇄 등 현 국제정세를 감안할 때, 그동안 중단됐던 국제사회의 원조가 곧 재개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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