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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사회 이모저모] 빨간모자 클럽 – ‘노인도 즐겁게 살 수 있다’


언젠가 길에서 아주 빨간색의 모자에다 보라색 의상을 입으신 할머니 몇분과 마주친 적이 있는데요? 빨간색과 보라색 웬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죠. 하지만 백발에 화사한 색깔의 의상을 차려입은 미국 할머니들의 모습은 상당히 좋아보였습니다. 그런데 이들 할머니가 특별히 그런 차림새를 했던 이유가 있었더군요? 할머니들은 다름 아닌 Red Hat Society 바로 빨간모자클럽 회원들이었습니다.

지금은 국제적으로도 유명해 진 빨간모자클럽은 현재 수 천명의 회원을 두고 있고 연례 회합이나 행사를 갖기도 하는데요? 이들 회원들이 추구하는 유일한 목적은 우리 노인들도 즐겁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하는군요.

'Red Hat Society', 빨간모자클럽 회원들은 모임이 있을 때마다 빨간 모자에 자주색 옷을 입고 참가하는데요? 왜 꼭 빨간 모자를 쓰고 자주색 옷을 입을까 궁금하시죠? 바로 제니 조셉이라는 시인이 쓴 Warning, 즉 '놀라지 마세요'라는 제목의 시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그 시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나이가 들면 저는 자주색 옷을 입을 겁니다. 거기다 어울리지도 맞지도 않는 빨간 모자를 쓸거예요. 은퇴 연금은 브랜디와 여름장갑, 공단 샌들을 사는데 다 써버리고 버터 살 돈은 없다고 할 겁니다.

길가다 지치면 인도에 주저앉을 거예요. 가게의 시식음식도 집어먹고 경보벨도 눌러보고 난간같은 것을 지팡이로 드르륵 긁어보기도 하면서 젊었을 때 조신하게 산 것을 벌충해야겠어요.. 비오는 날 슬리퍼만 신고서 나가보고 남의 집 정원에서 꽃도 꺾어보고 침 뱉는 것도 배울겁니다.

꼴불견 셔츠도 입어보고 살도 더 쪄보고 한번에 소시지를 3파운드 씩 먹어보고 일주일 내내 빵하고 양파 절임만 먹어보기도 하고 펜, 연필, 맥주잔 받침 같은 물건을 수집해 볼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은 잘 마른 옷을 입야야겠지요. 집세도 내야하고 거리에서 욕설도 하지 말아야하고 아이들 앞에서 좋은 모범을 보여야합니다.

식사에 초대할 친구도 두어야하고 신문도 읽어야 하고요. 하지만 지금부터 조금씩은 연습해 두어야하지 않을까요? 그래야 저를 아는 사람들이 제가 나이들어 갑자기 자주색 옷을 입기 시작해도 놀라지 않을테니까요.'

1997년에 수 엘런 이라는 여성이 친구인 린다 머피 씨에게 빨간색의 모자와 이 시를 준 것을 계기로 이들 두 여성의 다른 친구들 사이에서 빨간 모자가 유행함으로써 '빨간모자클럽'이 탄생하게 됐다고 하는데요?

원래의 발상은 불과 5명에서 시작됐는데 어린 소녀같은 옷을 입고 낄낄거리면서 재미있게 보내는 것이 같은 또래의 여성들에게 이처럼 대단한 호응을 받을 줄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는 수 엘런 씨의 얘긴데요. 현재 빨간모자클럽은 전세계적으로 11만 여명의 회원을 두고 있어서 모름지기 국제적인 여성 단체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3명의 자녀를 둔 사업가로 빨간모자클럽 회원으로 활동한지 4년째 됐다는 사브리나 큰트레라스 씨는 이 클럽이 중 장년층 여성들에게 변화를 가져다 주고 나이많은 여성들에 대한 개념에도 변화를 가져다 주고 있다는 데에 무엇보다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하는군요.

그렇다면 빨간 모자 클럽 회원들은 대회나 행사에 함께 모여 도대체 뭘 하길래 그같은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을까 싶기도 한데요. 사실 즐기는 것 외에는 그에 대한 공식 해답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삶의 전체 가운데 그 동안은 너를 위해 살아왔지만 이제는 나를 위해 살겠다는 뜻이 담겨 있기도 한데요.

행사장에 초청된 웃음 치유사인 맥신 박사는 아이들은 하루에 4백번 가량을 웃는데 성인들의 웃는 회수는 5번에서 많아야 10번 정도에 불과하다면서 춤을 추면서 실컷 웃자며 참가자들을 부추깁니다. 하루 하루의 고뇌를 치료하는데는 웃음만큼 좋은 것은 없다는거죠.

Red Hat Society, 빨간모자클럽 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모임 때 빨간 모자를 써야한다는 것 외에는 특별한 규정이 거의 없습니다. 사실 쉰 살이 되지 않았어도 이 단체에 참여할 수 있긴 한데요, 나이가 쉰살 미만일 때는 반드시 분홍핵 모자를 써야합니다. 이 단체는 이같은 독특한 복장으로 사회에서 주목을 받게됨으로써 일단 목표를 달성하는 셈인데요, 조지 부시 미국대통령과 부인 로라 여사도 빨간모자클럽 모임에 축하 메세지를 보내는가하면 이 독특한 단체에 대한 뮤지컬까지 공연되기도 했습니다.

빨간모자클럽의 창시자인 수 엘렌 씨는 앞으로 전 세계적으로 회원들이 계속 늘어나 여성들이 한 마음으로 단합된다면 더이상 바랄 것이 없다고 말하는군요.

빨간모자클럽은 다른 나라 여성들과 교류를 가질 수 있는 훌륭한 매체가 되고 있고 지금은 또한 인터넷이 발달되어 있어서 서로 간의 의사 소통도 더욱 편리해졌습니다. 따라서 엘렌 씨는 자신의 클럽이 진정 긍정적인 단체로 계속 활동할 수 있기 만을 바라고 있다는데요.

사람이 한바탕 크게 웃을 때 몸 속의 650개 근육중에 231개 근육이 움직여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된다고 웃음요법 치료사들은 말하죠. 책임과 의무에서 벗어나 노년을 유쾌하게 즐기려는 마음 가짐, 웬지 기분이 좋아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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