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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에너지와 식량, 외화난 해소 위해 중유 지원 희망


북한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고 있는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에서 중유 지원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당국이 왜 에너지 확보에 이처럼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지, 최원기 기자가 자세한 내용을 전해드립니다.

6자회담의 북한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지난 17일 크리스토퍼 힐 미국측 수석대표에게 계속적인 중유 공급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힐 차관보는 18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중유를 제공받기를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한국의 천영우 수석대표도 “북한이 중유 95만t에 해당되는 에너지 지원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며, “중유가 아니더라도 다른 에너지라도 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중유 제공을 강력하게 요청하는 것은 심각한 에너지난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가 이뤄지자 미국으로부터 매년 50만t의 중유를 공급받아 왔습니다. 북한이 한해 수입하는 석유가 50만t 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이는 엄청난 양이었습니다. 즉 북한은 1년치 석유 수입분에 해당되는 규모의 중유를 미국으로부터 받아 온 것입니다.

그러나 8년 간 계속된 미국의 중유 제공은 2002년 2차 핵위기가 발생하면서 중단됐습니다.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제네바 합의를 어기고 몰래 핵개발을 하는 북한에 더이상 에너지를 제공할 수없다’며 중유 공급을 중단시킨 것입니다. 또 경수로 사업도 중단됐습니다.

중유 공급 중단은 가뜩이나 어려운 북한의 에너지 사정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최근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온 한 서방 인사에 따르면 북한은 연료가 부족해 차량을 제대로 운행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7월 초 북한을 방문한 이 인사는 평양에서 자동차로 2시간 걸리는 묘향산을 가면서 단 9대의 자동차 밖에는 보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나마 고위 당간부가 타고 다니는 벤츠 승용차 2대와 외국인을 태운 관광버스 4대, 그리고 트럭 2대와 낡은 버스 1대가 전부였다는 것입니다. 또 평양은 19개의 행정구역이 있는데 전기가 부족해 구역별로 시차를 두면서 전력을 공급하고 있었다고 이 인사는 전했습니다. 대동강변에 높게 솟아 있는 주체사상탑도 오후 11시가 되면 불이 꺼졌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수도인 평양이 이 정도니 농촌지역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북한당국은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름대로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한국의 경찰에 해당되는 북한의 인민보안성은 ‘전력 낭비에 대한 포고문’을 발표했습니다. 전력을 낭비하는 주민을 찾아내 처벌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으름장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에너지 부족 상황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2.13 합의를 성실히 지켜 외부로부터 중유 1백만t을 공급 받을 경우 에너지 문제는 물론 식량 사정도 크게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선 북한이 제공받게 될 중유는 주로 발전용과 선박용, 그리고 농기계 용으로 사용합니다. 이 때문에 중유가 공급되면 전력 생산량을 적어도 10% 이상 늘릴 수 있습니다. 또 중유를 농촌에 공급하면 콤바인 같은 농기계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어 식량생산도 늘릴 수 있습니다.

중유는 또 북한의 외화부족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현재 북한은 중국, 이란 등지에서 석유를 사오느라 한 해에 2억5천만 달러를 쓰고 있습니다. 북한의 한해 예산이 31억 달러 정도임을 감안할 때 이는 전체 예산의 7%가 넘는 큰 돈입니다. 만일 중유를 무료로 공급받으면 북한은 귀중한 외화를 상당 부분 절약할 수 있습니다.

북한당국은 이같은 국내적 사정 때문에 한국과 미국 등 외부로부터의 중유 지원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고, 6자회담 당사국들은 이를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만들기 위한 카드로 활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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