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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식량난 가중, 미국 등 긴급 WFP 회의 개최


북한이 영변의 핵 시설을 폐쇄하는 등 2.13 합의 이행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가운데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20일 (오늘) 대북 식량지원을 위한 긴급회의를 개최합니다. 특히 미국이 이번 회의와 관련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규모 식량 지원이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서지현 기자가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세계식량기구, WFP의 폴 리슬리 아시아 사무소 대변인은 '미국의 소리'와의 전화통화에서 20일 WFP 본부가 있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20여개국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대북 식량 지원을 위한 긴급회의가 열린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은 이번 회의에 대외 식량지원을 담당하는 '평화를 위한 식품국'(Office of Food for Peace) 대표를 보내기로 하는 등 매우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리슬리 대변인은 밝혔습니다.

리슬리 대변인은 미국은 대북 식량 지원에서 매우 중대하고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북한의 긴급한 식량난을 고려해 열리는 이번 회의는 앞으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대북 식량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리슬리 대변인은 특히 이번 회의에서 북한에 대한 즉각적인 식량 지원과 관련해 매우 중요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열린 WFP의 북한 식량 지원 관련 회의는 북한 핵실험 이후 열려 별 성과가 없었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는 설명입니다.

WFP는 6자회담 성과에 대한 전망이 매우 밝은데다 핵 시설 폐쇄와 아울러 북한 정부가 식량 대책에 매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점으로 미뤄볼 때 이번 회의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리슬리 대변인은 전했습니다.

북한은 최근 식량 사정이 급격히 나빠지는 '비상사태'를 맞고 있어 국제사회의 지원을 더욱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리슬리 대변인은 지난해 북한에서 수확한 곡물이 이 달, 7월에 모두 바닥나 특히 북한의 농촌지역에는 굶어죽는 사람이 나오는 등 사태가 매우 심각해졌다고 전했습니다.

대북 지원단체 '좋은벗들'의 법륜 스님 역시 6월 말부터 시나 군 단위에서 아사자가 나오기 시작했다면서, 북한 정부는 '병사'라고 주장하지만 현지 의사들은 대부분 영양실조로 인한 사망으로 진단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법륜스님: "2.13 합의 이행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면 해결이 될 수 있는 거죠. 다만 이것이 시기가 늦어져 생긴 문제기 때문에 북한 정부로서도 외부에서 들어오는 식량이 좀 더 빨리 들어오는 것을 기다리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지 않는가 생각됩니다."

그러나 지원된 식량의 원활한 배분 문제가 숙제로 남습니다. WFP 측은 지원된 식량이 농촌지역까지 제대로 분배되지 못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리슬리 대변인은 WFP는 북한 정부가 국제사회의 지원으로 제공된 쌀을 제대로 분배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매우 걱정하고 있다면서, 많은 양의 쌀이 북한 정부와 북한 정부 관계자들한테만 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같은 무조건적인 지원이 아닌, 북한 내 자체적인 농업 생산량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물고기를 던져줄 것이 아니라 고기 낚는 법을 잘 알려줘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한국 농촌경제연구원의 권태진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의 소리와의 전화통화에서 한국의 농업 기술력이 지원된다면 현재 4백20만t 수준인 북한의 농업 생산량을 6백30만t까지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권태진 연구원: "북한 당국에서도 남한의 기술 지원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고 전문가의 교류가 오래 전부터 있어 왔습니다. 매년 전문가 사이 세미나도 하고 있고, 방문해서 기술 지도도 하고 있는데 이런 것들이 조금씩 전파되고 확산된다면 북한도 이제 남한 농업기술에 근접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습니다. 물론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요."

한편, 한국 정부는 지난 2일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열어 WFP가 지원을 요청해 온 옥수수와 콩, 밀가루, 분유 등 모두 2천만 달러 상당의 곡물 3만2천t을 지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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