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한국 보수단체들, 한나라당 새 대북정책에 반대


베이징에서 열리고 있는 6자 수석대표 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19일 한국의 가장 강력한 보수단체 중 하나인 재향군인회가 제1 야당인 한나라당의 새 대북정책인 ‘한반도 평화비전’에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반도 평화비전’ 입안을 주도한 한나라당 평화통일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정형근 의원은 이 단체 회원으로부터 ‘달걀세례’를 받는 봉변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자세한 소식을 서울에 있는 VOA 김규환 기자를 연결해 알아보겠습니다.

(질문) 김 기자, 재향군인회가 한나라당의 ‘한반도 평화비전’에 대해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지요?

답: 네,그렇습니다.재향군인회는 19일 한나라당의 ‘한반도 평화비전’과 재향군인회의 입장을 주제로 한 ‘율곡포럼’과 정책자문회의를 잇따라 개최하고 이 정책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재향군인회는 특히 이날 오후 강영훈 전 총리와 향군 중앙이사 등 3백여명이 참석한 정책자문위원회에서 ‘한반도 평화비전’ 입안을 주도한 한나라당 정형근 최고위원으로부터 비공개로 ‘한반도 평화비전’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이 정책을 한나라당의 당론으로 채택하지 말도록 강력히 요구했습니다.

재향군인회는 이와 함께 한나라당이 새 대북정책을 공식 당론으로 채택할 경우 항의 방문,규탄궐기대회 등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앞서 5일 탈북자단체 20개로 구성된 북한민주화위원회도 “햇볕정책은 김정일의 핵무기를 만들어냈고,햇볕이 말하는 평화는 사기라는 것이 밝혀졌는데도,그것을 답습한다는 것은 위선”이라며 “표에 눈이 멀어 남북한 인민의 안전과 평화를 위협하는 퍼주기를 같이 하겠다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주장했습니다.

(질문) 한나라당의 새 대북정책인 ‘한반도 평화비전’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죠?

답: 네,‘한반도 평화비전’은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경제협력 활성화,남북 자유왕래,북한의 방송과 신문 전면 수용,북한 극빈층에 대한 쌀 무상지원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반도 평화비전’은 보수 정당을 표방해온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상당히 급진적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비록 조건부이긴 하나 남북정상회담을 찬성하고 있고,서울과 평양 경제대표부 설치,대북 제한 송전,대북 식량 지원 등에 대해서도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질문) 한나라당이 ‘한반도 평화비전’을 내놓은 배경은 무엇인가요?

답: 한나라당이 대북정책 기조를 조정한 것은 ‘2·13 합의’ 이후 미·북관계는 물론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와 안보 지형이 급격한 해빙 무드를 맞고 있는 점을 감안했다는 분석입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과 일본 등 주변국들이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고 내부적으로도 다른 모든 정파들이 모두 대북 포용정책 기조를 견지하는 상황에서 자칫 시대 흐름에 뒤떨어진 강경 기조를 고집할 경우 ‘반(反) 통일세력’이라는 낙인이 찍혀 대선 패배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공감대가 정책변신을 꾀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정형근 최고위원은 “그간의 한나라당 대북정책은 ‘선 안보,후 교류와 협력’을 강조한 나머지 동북아의 탈냉전 흐름을 일부 간과하는 등 현실적 대응력이 미흡한 게 사실이었다.”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질문) 물론 당내 보수성향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했겠죠?

답: 네,그렇습니다.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원칙도 없고 현실성도 떨어지는 정책”이라고 깎아내렸습니다.김용갑 의원은 “한나라당은 한나라당다워야 한다.”며 반대론을 폈습니다.송영선 의원도 “햇볕정책의 승패를 따지려면 북한의 선군정치 전략 변화 여부와 북한 인민들의 생활이 나아졌는지를 봐야 하는데 둘 다 나빠졌다.”면서 유화적인 대북정책의 기조 자체에 대한 반대 입장을 견지했습니다.

(질문) 북한도 한나라당의 ‘한반도 평화비전’을 ‘대선용’이라며 비난했다죠?

답: 네, 그렇습니다. 북한의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은 17일 한나라당의 신대북정책을 대통령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선거용’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이들 방송은 “한나라당이 이른바 전향적 대북정책이라는 것을 발표해서 마치 저들이 통일에 대해 관심이나 있는 듯이 보이려고 애를 쓰고 있다.”며 “한나라당의 전향적 대북정책 놀음의 목적은 땅바닥으로 떨어진 저들의 인기를 다시 모아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에서 권력의 자리를 따내보려는데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이 방송들은 한나라당이 내놓은 신대북정책의 구체적인 내용과 구상 등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질문) 대북정책 수정작업을 주도해 온 정형근 최고위원은 19일 보수단체 관계자들로부터 ‘달걀 세례’ 봉변을 당했다면서요?

답: 네,그렇습니다.정형근 최고위원은 이날 낮 12시30분쯤 재향군인회의 원로자문위원회 회의에서 ‘한반도 평화비전’에 대한 배경설명을 하려고 향군회관에 들어섰다가 계란세례를 받았습니다.‘라이트코리아’와 ‘북한민주화운동본부’,‘대한민국 병장연합회’ 등 6개 보수단체 관계자 20여명은 정형근 최고위원이 현관 로비로 들어서는 순간,‘대북정책 철회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계란 여러 개를 던졌습니다.

계란을 얼굴에 맞은 정형근 의원은 회관 경비들의 경호를 받으며 12층 행사장으로 올라간 뒤 새 셔츠로 갈아 입고 ‘한반도 평화비전’을 역설했습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