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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시리즈: 동북아의 군비경쟁 2] 중국, 군사력 확대로 미국 독주 견제


중국과 일본, 한국 등 동북아시아 지역 주요 국가들은 최근 군비경쟁에 뛰어들면서 각각 나름의 안보논리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중국은 타이완의 독립 움직임에 대비하기 위해, 일본은 다른 나라와 똑같은 군사력을 갖춘 이른바 `보통국가'가 되기 위해, 또 한국은 자주국방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손지흔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전세계 군사비 지출은 지난 2005년 현재 1조 1천억 달러를 조금 넘었습니다. 스웨덴 스톡홀름의 국제평화연구소 (Stockholm International Peace Research Institute)에 따르면 미국은 이 중 절반 가량을 차지해 단연 1위에 올랐고 영국, 프랑스, 일본, 그리고 중국은 각각 전체의 4~5% 정도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또 러시아는 9위, 한국은 11위에 올랐고 상위 15개국의 군비 지출은 전세계 총액의 8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중국은 올해 국방예산을 대폭 늘리는가 하면 일본은 미사일 방어망을 앞당겨 구축하고 있고, 한국은 국내 첫 이지스 구축함을 진수하는 등 모두 새로운 무기체계와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같은 군비경쟁의 주요 원인으로는 크게 중국의 군사 현대화 계획과 일본의 이른바 ‘보통국가화’ 추구, 미국의 패권주의, 그리고 북한 핵 문제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우선 중국 정부는 올해 국방예산을4백49억 달러로 지난해 보다 18% 정도 늘렸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로써 중국은 국방예산을 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액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공개되지 않은 부분에 투입되는 예산을 합할 경우 중국의 국방비는 공식적인 발표보다 2배에서 3배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군사 전문가들은 중국의 군사현대화는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지적합니다.

미국 해군대학 (Naval War College)의 요시하라 토시 (Toshi Yoshihara) 교수는 “중국은 그동안 국방지출 보다 경제 현대화에 비중을 둔 결과 군사력을 키워 나가야 하는 기준선이 낮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중국이 경제성장으로 벌어들인 수입의 일부를 군사현대화에 투자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지적입니다. 요시하라 교수는 “중국의 군사력 증강은 무엇보다 타이완과의 주권분쟁에서 미국의 개입을 막고, 또 타이완이 독립을 시도하면 이를 제어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중국과 타이완은 지난 1949년 내전 이후 분리됐지만 중국은 여전히 타이완을 자국 영토의 일부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또 장기적으로는 자국과 일본, 러시아, 인도, 그리고 유럽이 미국과 동등한 위상으로 공존하는 다극화 체제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 요시하라 교수의 설명입니다.

일본도 미국으로 부터 최신예 F-22 전투기 도입을 추진하는 등, 동북아 군비경쟁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국방예산은 지난해 4백억 달러로 전년도에 비해 0.9%포인트 떨어졌지만 연간 국내총생산, GDP의 1%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2차세계 대전 패배 이후 제정된 평화헌법에 따라 육.해.공군의 전력 보유가 금지돼 있지만 이제는 보통국가로서 다른 나라와 똑같이 군사력을 갖추겠다는 방침입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미 국무부 비확산 담당 차관보를 지냈던

로버트 아인혼 (Robert Einhorn)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 (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상임고문은 “일본은 북 핵 문제에 따른 우려 때문에 여러 분야에서 군사력은 물론 미국과의 군사협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의 로널드 스펙터 (Ronald Spector) 국제관계학 교수는 “일본은 어떤 면에서 중국의 군사현대화에 대응하고 있으며, 필요시 자체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군사력을 보유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스펙터 교수는 특히 일본과 한국은 미국의 군사력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더이상 미국의 안보 보장에 직접적, 무조건적으로 의존할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미 해군대학의 요시하라 교수는 “일본은 장기적으로 한반도가 통일돼 무시할 수 없는 군사 강국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염두해 두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은 올해 국방예산을 지난해 보다 8.8% 늘어난 24조 5천여 억원, 약 2백60억 달러로 책정했습니다. 한국은 첨단무기 체계를 확보해서 자주국방을 강화하기 위한 ‘국방개혁 2020’ 계획 아래 2006년 부터 2020년까지 6백21조원을 투입한다는 방침입니다. 이 중 10분의 1정도가 `국방개혁 2020' 계획에 투자될 예정입니다.

미 랜드 (RAND) 연구소의 찰스 울프 (Charles Wolf) 선임연구원은 “한국은 미국과 동맹관계를 맺고는 있지만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으로서 군사적 독립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울프 연구원은 “한국은 따라서 북한 뿐아니라 수백년 동안 노출돼온 주변의 비우방국들로 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군사력을 원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한국의 김장수 국방장관은 일본이 앞으로 최신예 F-22 전투기를 도입하면 한국도 그에 상응한 적정한 수준을 갖춰야 한다고 말해 동북아 지역의 군비경쟁을 방관하고 있지만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중국과 일본, 한국 등 주요국들의 군비경쟁은 동북아 지역의 패권경쟁으로 이어지면서 역내 불안정을 부추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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