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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 나의 보람] 황희섭 씨 – 미 연방통신위원회 카페테리아 ‘캐피탈 카페’ 운영


워싱톤 디씨 시내 12가에 있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 (FCC) 건물입니다. 이 건물 아래층에 통유리로 된 유리창을 통해 안마당이 시원하게 내다보이는 ‘캐피탈 카페’가 있습니다. 워싱톤 지역 대부분의 델리나 카페테리아 주인이 한인이듯 이 곳 ‘캐피탈 카페’ 의 주인 역시 한인인 황휘섭 씨입니다. 황 씨 부부는10년전 FCC가 이 건물로 이사왔을 때 부터 계속 한 자리에서 ‘캐피탈 카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실내장식 일을 하던 황휘섭 씨는 1983년 5월에 미국으로 이민 왔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좋은 직장을 다니거나 그러지않고 개인 사업을 하면서 고생을 많이 했었고, 그렇게 넉넉하지 못했었거든요. 그런데 미국에 왔을 때 물론 아파트지만 널찍하니 공간을 마련하게 돼서 너무 행복했어요.”

미국에 온 뒤 냉동기술을 배운 황휘섭 씨는 한인 사업체를 돌아다니며 전기, 냉장고 등을 봐주면서 사업기반 마련을 위해 열심히 일했습니다. 황휘섭 씨는 한인들끼리 저축 삼아 하던 계에서 곗돈을 타 모처럼 목돈을 쥐게 되자 사업궁리를 합니다.

어디서 뭘 할까 하고 많이 찾다가 어느날 교회를 가면서 보니까 공장지대에 새 건물이 올라가더라구요. 오가면서 낮에는 좀 그렇고… 밤에는 사람들이 안 보니까 올라가는 기둥을 붙들고 기도하고 그러면서 그 가게를 얻게 됐는데…”

황휘섭 씨는 소망하던 대로 벨츠빌 공장지대의 새 건물에 캐리아웃을 열게 됐지만 육체적으로는 그 때가 가장 힘든 기간이었다고 말합니다.

“9년 동안을 집사람하고 저하고 했는데 그 때야 말로 정말 새벽 5시에 일어나서 5시반이면 도착을 해야 됐고, 오후 4시면 문을 닫고, 또 장 보고 어쩌고… 하루종일 일을 한 거죠.”

황휘섭 씨는 사업규모를 늘리기 위해 벨츠빌의 캐리아웃을 정리하고 새 사업체를 물색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았습니다.

“그걸 팔고 그 다음에 이어진 사업장이 마음대로 잘 안돼 가지고 꼬박 3년반을 놀게 되죠.”

황휘섭 씨는 적당한 사업체가 빨리 나타나지 않자 무척 초조했다고 말합니다. 워싱톤 디씨 시내로 진출하기 위해 M가에서 적당한 캐리아웃 자리를 찾던 황 씨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가 12가로 이사간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FCC의 새 건물에 카페테리아 자리를 얻어 온 것이 지금에 이르게 됐습니다.

‘캐피탈 카페’에는 각종 샐러드가 담겨있는 샐러드 바와 뜨거운 음식이 놓여있는 진열대가 한 가운데 있고, 손님의 주문에 따라 샌드위치를 만들어 주는 샌드위치 코너도 따로 있습니다. 이처럼 미리 진열돼 있는 음식 중에서 손님이 먹고 싶은 음식을 직접 골라 담거나 샌드위치를 주문해 받아가는 캐리아웃 카페테리아는 미국내 대부분의 학교나 병원, 그리고 사무실 건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당입니다.

“보통 한국에서는 오면 저희가 식당을 해봤으니까 알지만, (손님이) 와서 앉고 대접을 하고 서빙을 하고 하는데 여기서는 샌드위치, 빵을 싸 주기만 하면 본인들이 갖고 나가거나 앉아서 잡숫거나 하는 시스템으로 돼 있어서 일이 많이 적은 편이죠, 식당 보다는… 캐리아웃은 소자본으로 첫번 시작할 때 많이 하는 사업 중의 하나입니다.”

뜨거운 음식 진열대에는 볶음밥과 불고기, 김밥 등 한식, 중식 요리와 함께 스파게티와 같은 서양음식 등 다양한 음식이 진열돼 있습니다. 김치나 겉저리, 잡채 등도 손님들이 많이 찾는 단골 메뉴 중 하나입니다. 또 ‘캐피탈 카페’는 매일 칠면조 한 마리를 새로 구어서 내놓고 있습니다.

“매일 묵은 음식이 아니라 새로 한다는 그런 걸 나타내 주고.. 사실 모든 게 다 그래요. 야채도 매일 아침 새로 들어오거든요. 시장에서 바로.. 미트 (meat, 고기) 같은 것도 프레시 (fresh, 신선한) 한 걸로 들어와서 그 날로 이렇게 쿡 (cook, 요리) 을 해서 나가니까 손님들이 너무 좋아하시죠.”

황휘섭 씨 부부는 앞서 델리를 운영할 때는 부부가 직접 장도 보고 음식도 준비했지만, 규모가 커진 지금은 요리사를 따로 두고 음식 준비를 맡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손이 부족할 때는 부부가 샌드위치 싸는 일에서 부터 계산하는 일까지 직접 뛰어들어 일합니다. 마침 직원 한 사람이 나오지않은 오늘, 부인 이명자 씨가 나서서 샐러드 만드는 일을 돕고 있습니다. 이명자 씨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기만 하다고 말합니다.

“저는요. 먹는 장사를 굉장히 좋아해요. 한국에서도 제가 식당을 했었고 여기 와서 캐리아웃을 했는데요. 지금은 좀 규모가 큰 건데… 직접 제가 계속 핫후드 (뜨거운 음식)도 하고 쿡 (요리)을 했어요. 손님들이 음식을 먹으면서 좋아하는게 굉장히 좋구요.”

이명자 씨는 항상 손님의 입장에서 음식을 만들게 된다며, 샌드위치 하나를 쌀 때도 정성을 다한다고 말합니다.

“저희들이 델리 같은데 가서 7~8불 하는 샌드위치 척척 못 사먹거든요. 전 아직도 그래요. 그랬을 때, 손님들이 (샌드위치를) 펴봤을 때 그만한 가치가 되게끔 해서 주라고… 물론 돈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러 사람이 이용하면서 기뻐한다라는 것은 저한테 굉장히 큰 보람이고, 이민사회에서 이렇게 와서 제가 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라는 게 굉장히 기뻐요. 그래서 기쁜 거에요.”

캐피탈 카페가 들어서 있는 FCC 직원들 가운데는 아침과 점심, 하루 두 차례씩 매일 들리는 손님들도 많이 있습니다. FCC 직원인 카샤 씨와 샨텔 씨도 단골 손님입니다.

두 사람은 서비스가 훌륭할 뿐만 아니라 음식도 다양하고 맛있기 때문에 바로 옆집에 다른 캐리아웃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늘 ‘캐피탈 카페’를 찾는다고 말했습니다.

미국내 한인들은 열심히, 성실하게 일해서 성공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그 근면성을 높이 평가받고 있긴 하지만, 돈만 아는 민족이라든가, 불친절하다는 비판도 많이 듣고 있습니다. 특히 사업자금이 많지않은 한인들 가운데는 싸게 사업체를 얻을 수 있는 흑인 거주지역이나 빈민가에 들어가 장사를 하면서 주민들과 마찰을 빚는 일도 있습니다. 하지만 늘 미소를 지으며 손님을 맞이하는 황휘섭 씨 부부는 손님들 사이에서 친절한 부부로 통하고 있습니다. 황휘섭 씨는 일부러 나서지 않아도 늘 최선을 다해 성심성의껏 대하면 손님들이 그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건 여기서가 아니라 전에 조그마한 가게를 할 땐데.. 그 때 바로 LA에서 한인들이 많은 고난을 당하던 사태 일어난 직후에 어떤 손님이 와가지고 ‘너네 방송에 나왔다’ 그래요. 저는 전혀 방송에 나갈 만한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없더라구요. 나중에 알고 봤더니 그 때 방송에서 ‘한인들이 너무 돈만 안다, 일만 안다, 이래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 그랬는데 어떤 여자분이 전화를 했대요. 방송국으로… ‘내가 아는 한인이 한 분 있는데 절대 그렇게 함께 넘기지 말아라. 한인들이 얼마나 좋은 사람이 많은 지 아느냐’하면서 그걸 방송을 했대요.”

황 씨는 미국에 살면서 장사만 하는 것이 아니고, 미국사회의 일원이라는 생각으로 나름대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9.11 때 그 주의 하루 매상 전체를 펜타곤 (Pentagon, 미 국방부) 릴리프 (relief, 구호)를 위해서 도네이션 (donation, 기부)을 했다거나 뉴올린스에 태풍 카트리나에 있을 때는 1주일 동안 가서 몸으로 봉사를 했다거나 그런 것들, 계속되는 거죠.”

이민 올 당시 한국 나이로 열두살, 다섯살이던 아들과 딸은 어느덧 장성해 사회에 나가 각자 한 몫을 하고 있습니다. 첫째인 아들은 다음 달 목사 안수를 앞두고 있고, 둘째인 딸은 법대를 졸업해 정부기관의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독립하고 사업도 안정된 지금, 황 씨는 기독교 선교사업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시골에서 태어나서 세계의 중심부인 워싱톤 디씨에 와서 사업을 할 수 있고, 여기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요. 각계의 중요하신 많은 분들을 보면서,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뭔가를 생각하다가 선교를 하게 됐죠. 특별히 북한 분들에 대한 선교를… 계속하고 있어요.”

황휘섭 씨는 그동안 사업을 확장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지만, 마음을 비우고 가진 것 안에서 만족을 느끼게 됐다고 말합니다.

“이제는 그 쪽에 신경을 쓰는 것 보다는 오히려 손을 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는 게 더 옳지않을까… 내려놓는 거죠. 욕심들을 많이 내려놓아요. 주신 것 안에서 잘 다스리면서 쉐어할 수 있는 (share, 나눌 수 있는), 그런 쪽으로 생각하니까 마음이 편안하구요. 이걸로 충분해요. 저는…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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