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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쌀차관 유보'  방침에 구체적 반응 없어


방금 전해드린 대로 북한측은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2.13 합의 이행을 거듭 촉구하는 한국 정부의 기조연설 뿐아니라, 한국 정부의 대북 쌀 차관 제공 유보 방침에 대해서도 아직 구체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있어 주목됩니다. 자세한 소식을 서울에 있는 VOA 김규환 기자를 연결해 알아보겠습니다.

문: 북한 대표단이 한국 정부의 쌀 차관 제공 유보 결정에 대해 강한 유감 표명이나 항의성 발언을 할 것이란 당초 예상과 달리 아직까지 별다른 언급이 없었지요?

답: 네,그렇습니다.한국측 회담 관계자는 “북한측이 아직까지 쌀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측 수석대표인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는 29일 환영만찬에서 “민족 의사를 중시하고 민족공동 이익을 앞세운다면 북남관계는 그 어떤 한파에도 얼지 않을 것이며 온갖 외풍에도 끄떡없이 줄기차게 전진할 것”이라고 민족공조를 강조해 쌀 차관 제공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우회적으로만 강조했습니다.

권호웅 책임참사는 또 30일 전체회의에서도 ‘2·13합의’의 빠른 시일내 이행을 촉구하는 한국측에 대해 합의 이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미국 때문이라며 BDA 자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데 대한 미국 책임론을 부각시켰습니다.

북한측은 지난해 7월 미사일 시험발사 직후 열린 제19차 장관급회담에서는 첫날 전체회의 때부터 쌀 차관 50만t과 경공업 원자재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고 한국에서 냉랭한 입장을 보이자 일정을 앞당겨 되돌아간 전례로 볼때 달라진 모습입니다.

문: 북한측의 태도가 달라진 배경이 무엇이라고 봅니까?

답: 무엇보다 지난해와는 상황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한국 정부가 현재 쌀 차관 제공에 대해 유보 입장을 밝혔지만,‘식량차관 계약서’ 초안을 만들어 북한측에 전달했고 북한측은 이 초안에 서명까지 해서 한국쪽에 내려보낸 상황인 만큼 쌀 차관 제공 자체가 무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한국 정부 당국자는 “‘식량차관 계약서’가 오고간 만큼 식량을 지원하겠다는 우리의 입장은 분명히 한 것”이라며 “북한측도 이러한 사정을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지난 4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 경협위(경제협력추진위원회) 제13차 회의에서 한국측이 ‘2·13합의’ 이행을 쌀 차관 제공의 전제조건으로 여러차례 공언했던 만큼 북한측도 이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문: 한국측의 쌀 차관 제공이 기정사실화된 마당에 안절부절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긴가요?

답: 네,그런 셈이죠. 한국측에서 계약서까지 보내온 상황에서 굳이 쌀에 매달림으로써 궁색한 모습을 보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무엇보다 체제에 대한 자존심을 앞세우고 있는 북한체제의 특성 때문이죠.북한측이 남북관계를 유지하면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실익을 감안하면 식량지원 문제에 집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회담에서 성과를 거두지는 못하더라도 소모적인 논쟁으로 파국을 맞게 된다면 남북관계가 상당기간 어려운 상황을 겪게 될 것이고 그러면 남북간에 합의한 경공업 원자재 8000만달러어치나 비료 등의 지원도 제때 이뤄지기 어려울 수 있다고 본 까닭입니다.

문: 하지만 일각에서는 수석대표 단독접촉 등을 통해 쌀 차관의 조속한 제공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데요?

답: 네, 북한측이 이재정 통일부 장관과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 간에 이뤄지는 수석대표 단독접촉 등을 통해 비공개로 한국측의 조속한 식량차관 지원을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장관급회담 수석대표 단독접촉에서는 북한측 기관들이 한국측 기업들로부터 받지 못한 미수금을 받게 해달라는 등 스스럼없는 대화가 오간 점으로 볼 때 ‘2·13합의’ 이행 지연을 미국 책임으로 돌리면서 식량 지원이 하루 빨리 이뤄지도록 해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문: 이런 상황으로 볼 때, 이번 장관급 회담은 예상대로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이지 않습니까?

답: 네,그렇습니다.이번 장관급 회담에서 남북이 역점을 두는 의제가 각각 ‘평화정착’과 ‘민족우선’으로 엄격히 구분되면서 가시적인 결실을 얻기 위해서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됩니다.

이들 의제는 남북이 최대 역점 의제처럼 제시된 데다 한국측의 평화정착 문제의 경우 구체성 보다는 방향성을 갖는 담론에 속하기 때문입니다.이와 함께 북한측의 ‘민족 우선’도 ‘이념’에 가깝게 주장해온 데다 복합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문제여서 구체성이 부족한 편이죠.

이런 상황으로 감안하면 이번 회담에서는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얻기보다는 향후 본격적인 평화정착 논의를 이끌어내는 계기와 기틀을 마련하는 수준에서 만족해야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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