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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외부정보 단속 강화…‘정권이 느끼는 위협 커졌다’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국제 언론감시단체인 `국경없는 기자들'은 지난 23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 당국이 최근 외부의 대북방송에 대한 방해전파 작업을 재개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또 휴대전화나 비디오, CD 등 외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매체에 대한 단속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근삼 기자가 이와 관련한 좀 더 자세한 소식을 취재했습니다.

최근 북한 정부가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에 대한 통제와 단속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습니다. 국제 언론감시단체인 ‘국경없는 기자들’은 지난주 북한이 ‘미국의 소리 방송’ 등 대북 방송에 대한 방해전파 작업을 최근에 다시 강화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국경없는 기자들의 빈센트 브로셀 아시아 담당 국장은 북한 정부가 5월 초부터 방해전파를 강화했다고 말했습니다.

브로셀 국장은 한 두 달 전까지도 방해전파가 없었지만, 최근들어 주로 저녁 시간을 중심으로 ‘미국의 소리 방송’ 등 한국어 대북방송에 대해 방해전파를 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습니다.

브로셀 국장은 이어 여러 소식통을 통해 북한 정부가 방송 뿐 아니라 휴대전화나 비디오, CD 등에 대한 단속을 지시하고, 사상 교육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대북지원단체인 ‘좋은벗들’도 정기적으로 발행하는 소식지를 통해 북한 정부의 이런 움직임을 전하고 있습니다.

‘좋은벗들’에 따르면 북한 정부는 올들어 원거리 전화 탐측기까지 도입해 휴대전화 단속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또 한국의 드라마나 영화 등을 녹화한 불법 CD 등 녹화물 단속도 강력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말 국제사회와 핵 문제를 다루는 6자회담에 복귀하고 한국과의 교류협력도 늘이는 등 외부에서 보기에는 과거보다 개방적인 모습이지만, 주민들에 대해서는 오히려 외부 소식에 대한 통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의 북한 인권단체인 북한자유연대의 남신우 부회장은 북한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북한주민들 사이에서 외부 소식이 그만큼 넓게 퍼져있고, 통제도 어려워졌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남신우 부회장은 단속이 강화됐다는 것은 그만큼 외부정보가 많이 퍼졌고, 북한 정부가 이에 대해 느끼는 위협도 높아졌다는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외부에서 제공하는 정보의 효과가 강화되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대북방송도 더욱 확대할 때라고 남 부회장은 지적했습니다.

북한에서 살다가 한국에 와서 북한 민주화운동을 벌이고 있는 허광일 북한민주화추진위원회 부위원장도 대북 방송의 역할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허광일 부위원장은 북한은 과거에는 바깥세계를 접한 주민이 많지 않아서 통제대상도 적었고 통제하기도 쉬웠지만, 이제는 과거와 같은 주민통제가 거의 불가능해진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허광일 부위원장은 최근에 한국에 온 탈북자들을 만나보면 많은 사람들이 한국어 대북방송을 통해 외부세계를 접하고 자유를 찾아야겠다는 결심을 굳혔다면서, 북한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해서 한국어 방송은 계속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국경없는 기자들의 빈센트 브로셀 아시아 담당 국장은 북한이 대북방송 차단에 나선 것은, 남북한 교류 소식 등이 북한주민에게 알려지는 것을 꺼리기 때문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브로셀 국장은 대북방송을 통해 열차 시험운행 등 최근 남북한의 교류 확대 소식이 알려지면, 북한주민들 사이에 쉽게 한국에 갈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질 수 있어 북한 정부는 이를 막으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올해 ‘미국의 소리 방송’과 ‘자유 아시아 방송’ 외에도 한국의 민간 대북방송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을 확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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