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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장관급회담 전망 어두워


한반도 주요 현안을 다루기 위한 제21차 남북 장관급 회담이 29일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지만 한국 정부의 대북 쌀 차관 제공 유보 결정으로 회담이 난항을 겪을 전망입니다. 북한측의 입장을 충실히 대변해온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회담을 하루 앞둔 28일 북한은 한국 정부가 쌀 차관 제공과 2.13 핵 합의 이행을 연계하기로 한 데 대해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한 거부반응을 나타냈습니다. 좀더 자세한 소식입니다.

지난 2월 말 평양에서의 20차 회담에 이어 3개월 만인 29일 서울에서 열리는 남북 장관급회담의 진행이 순조롭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높아가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 주 열린 관계부처 장관급 회의에서 북 핵 2.13 합의의 이행이 방코델타아시아은행 BDA 문제로 늦어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당초 북한에 약속했던 40만t의 쌀 차관 제공을 유보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북한이 한국 정부의 결정에 불만을 품고 장관급 회담에 불참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지만 북한측은 지난 주말 회담 참석을 통보했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들은 이번 장관급 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등 한반도 평화정착과 관련한 문제와 납북자, 국군포로,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 등 인도적 사안, 남북철도 부분 개통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제기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회담 하루 전인 28일 브리핑에서 "여러 가지 남북관계와 관련해 국내외 정세가 다변적인 상황에서 남북 간에 합의됐던 고위급 회담이 열린다는 것 자체가 적잖은 의미가 있다"며 "북한측이 이번 회담에 성의를 갖고 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대북 쌀 차관 제공을 2.13 합의와 연계하기로 한 한국 정부의 결정에 대해 아직 아무런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대남기구인 민화협은 지난주 대변인 담화를 통해 이미 강한 거부감을 밝힌 바 있습니다. 민화협은 "북남 협력사업을 핵 문제와 연관시키고 불순한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려 하는 것은 우리와 민족의 통일 지향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엄중한 도발이고 도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재일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도 28일 "쌀 제공 시기와 속도를 2.13 합의 이행 여부에 따라 조절할 수 있다고 공언한 것은 민족 내부의 상부상조에 스스로 장애를 조성한 것" 이라며, 한국 정부의 쌀 차관 제공 보류에 대해 "북측은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최근 식량난이 심해지면서 내부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때문에 한국 등 국제사회의 식량 지원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세계식량계획, WFP에 따르면 북한은 현재 전체 식량수요의 20%에 달하는 1백만t의 식량이 부족한 실정이며, 이미 지난 달부터 주민들에 대한 식량배급을 줄이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열린우리당의 정동영 전 의장 등 한국 내 이른바 범여권 대통령 선거 출마 희망자들은 정부의 대북 쌀 지원 유보 방침을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통일부장관을 지낸 정 전 의장은 28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6자회담과 인도적 대북 지원을 연계한 참여정부의 방침은 과거 김영삼 정부의 `정경연계' 정책의 부활"이라고 말했습니다.

정 전 의장은 "한국 정부는 지난해 북 핵 위기 이후 대북 지원을 정치 문제와 연계하면서 워싱턴과 평양을 바라만 보는 구경꾼으로 전락했다"면서 "이는 한국을 고립시키는 길로, 변화하는 한반도 정세에서 한국이 설 자리는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전 의장도 "정경분리와 인도적 지원사업 지속, 한반도 평화의 남북 당사자 주도권 원칙은 국민의 정부 때부터 일관되게 유지돼 온 남북교류의 세 가지 원칙"이라며 정부의 결정을 비판했습니다.

앞서 김대중 전 대통령도 지난 25일 "쌀 차관 제공은 기본적으로 인도적 차원의 문제"라며 "BDA 완전 타결과 연계시키기 보다는 남북 간 합의대로 준비를 시작하는 게 좋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보수성향 언론 등은 북한에 대한 지원은 북한측의 행태나 정책과 연계해야 한다며, 북한이 2.13 합의를 실행에 옮기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쌀 차관 제공 유보 결정은 당연하다는 입장입니다.

한편 한국 정부의 이번 결정은 노무현 대통령의 직접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한국의 `한겨레 신문'이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노무현 대통령은 2.13 합의 직후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합의사항 이행과 남북관계 진전의 속도를 맞춰달라는 부시 대통령의 요청을 양해한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북한이 2.13 합의 초기 조치를 이행할 때까지 쌀 차관 제공을 유보하도록 지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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