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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초대석] 토니 남궁 박사 – 북한 내부에 정통한 미국계 한국인 전문가


미국의 빌 리처드슨 (Bill Richardson) 뉴멕시코 주지사를 단장으로 한 대표단이 한국전쟁 중 북한 지역에서 전사한 미군 유해를 반환받기 위해 지난 4월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방북단에는 리처드슨 주지사의 특별보좌관인 한국계 토니 남궁 박사가 부단장 자격으로 포함돼 눈길을 끌었습니다.

남궁 박사는 지난 20여년 간 북한측 인사들과 두터운 친분을 쌓고 북한을 20여 차례 방문하는 등, 북한 내부에 정통한 전문가로 꼽힙니다. 그는 특히 미국이 한반도 통일을 위한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생각 아래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해 막후에서 활발히 노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화제의 인물을 만나보는 ‘워싱턴 초대석’, 손지흔 기자가 남궁 박사를 직접 만나봤습니다.

문: 지금 빌 리처드슨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의 특별 보좌관으로 계시는데요. 리처드슨 주지사와는 어떤 계기로 처음 일을 시작하셨고 또 현재 어떤 일을 하고 계십니까?

답: “리처드슨 주지사와는1995년에 처음 만났습니다. 리처드슨 주지사는 바로 전해에 실수로 북측 비무장지대로 넘어갔다 격추된 주한미군 헬리콥터 조종사를 구조했었습니다. 저는 1995년 당시 북한 외교관들과의 회담에 나선 리처드슨 씨를 도왔습니다. 우리는 회담장 로비에서 처음 만났고 그때부터 북한 문제에 관해 긴밀히 일해왔습니다. 저는 현재 리처드슨 주지사의 아시아 문제 담당 특별보좌관으로서 북한 뿐아니라, 한반도 전반과 일본, 그리고 타이완을 포함한 중국 관련 문제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또 앞으로 전반적인 외교정책을 담당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문: 지난 달 한국전쟁 중 실종된 미군들의 유해를 북한측으로 부터 반환받기 위해 리처드슨 주지사와 북한을 방문하셨는데요. 방북 소감 한 말씀 해주시죠.

답: “이번 방북을 통해 북한 문제에 관한 미국의 초당적 의견일치를 이끌어낸 것 같아서 제게는 매우 중요한 경험이었습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도 이번 방북을 지지했고, 방북단은 민주당의 리처드슨 주지사와 부시 행정부와 매우 가까운 앤서니 프린시피 전 보훈처 장관을 공동 단장으로 한 초당적 대표단이었습니다. 따라서 이번 방북은 미국의 대북한 정책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진전이었습니다.”

문: 할아버지께서 평양신학교 교장을 지내시고 아버지께서는 평양에서 개업의로 일한 경험이 있는 등, 북한과의 인연이 깊은 것 같은데요. 처음 북한 문제를 전문으로 일하시게 된 동기는 무엇인지요?

답: “저는 항상 김구 선생님과 같은 민족주의적인 지도자가 제2차 세계대전과 한반도의 해방 이후 남북한 통일을 이끌었어야 했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제 할아버지께서는 김구 선생님과 절친하셨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김구 선생님과 함께 중국 상하이에서 한국으로 넘어온 첫 배를 타셨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종전 후 한국교회협의회 (Korean Council of Churches)의 사무총장직을 역임하셨고 한국전쟁 발발 직후 북한 공산군에 의해 납치돼 북한으로 끌려가셨습니다. 저는 항상 저희 할아버지 처럼 정치권에서 밀려난 중도성향의 민족주의 세력들의 명예가 회복되고, 후세들이 이들의 업적에 대해 감사해야 한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이런 개인적인 동기에서 북한 문제를 다루게 됐습니다.”

문: 지금까지 여러 북한측 인사들과 폭 넓은 교류를 가져오셨는데요. 북한측 인사들과는 처음에 어떻게 만나셨습니까?

답: “1989년에 아시아 소사이어티 (Asia Society) 에서 일할 때 미국 CNN방송과의 북한 관련 인터뷰에 응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북한에 대해서 아는 게 전혀 없었는데 인터뷰 중에 북한 경제가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꽤 건실했다는 언급을 했습니다. 북한측에서 볼 때 호의적인 말이었습니다. 그 인터뷰를 시청한 뉴욕의 북한 외교관들이 제게 연락해서 사무실로 찾아왔습니다. 북한 관리들은 처음엔 제가 중국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매우 기뻐했습니다.”

문: 지금까지 북한측과 대화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화와 인물이 있습니까?

답: “북한 사람들의 태도는 서로 너무 비슷하기 때문에 개개인의 성격을 구분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아주 가끔은 어떤 개인만의 독특한 성격을 잠깐 들여다 볼 수 있을 때도 있지만 평소에는 보기 힘듭니다. 몇 년 전에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함께 미 서부 캘리포니아주의 포도 재배 농장을 방문해서 포도주를 시음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김 부상과 5~ 6 가지 매우 값비싼 포도주를 맛본 뒤 김 부상에게 북한 외교관들의 이미지를 좀 부드럽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김 부상이 양팔을 활짝 펼친 상태에서 공중으로 15 센티미터 정도 펄쩍 뛰도록 만들었고 이 모습을 사진기에 담았습니다. 그 사진은 아직도 간직하고 있습니다.”

문: 미국 내에서 바로잡아야 할 북한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답: “일반 미국인들은 언론에서 접하는 것 외에는 북한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언론들은 대체로 한반도의 긴장상태와 남북한 사이의 평화협정이 체결돼 있지 않다는 점을 부각하는 등으로 북한을 피상적으로 다룹니다. 때문에 북한주민들의 인간적인 면에 대해서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어떤 인물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답: “저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직접 만나 본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북한 인민배우인 제 친척을 포함해 주변에는 김 위원장과 만나 보고 그를 잘 아는 분들이 계십니다. 친척들은 김 위원장이 매우 지적이고 기억력이 굉장히 뛰어난 인물이라고 말합니다. 가령, 김 위원장은 그 자신이 30~40년 전에 직접 감독한 영화에 출연했던 배우들 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영화 속 장면들을 아직까지 기억할 정도라고 합니다. 또 김 위원장을 만나 본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도 그가 학식있고 외부세계의 다양한 주제들에 관해 폭 넓게 알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북한에 있는 제 친척들 가운데 남궁련이라는 지금은 은퇴한 인민배우가 계십니다. 이 분은 많은 북한 영화에 출연해서 북한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라 미국으로 치면, 헐리우드의 명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 같은 존재입니다.”

문: 남궁 박사님께서는 스스로를 미국인으로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한국인으로 생각하십니까?

답: “그건 아주 어려운 질문입니다 (웃음). 저는 남미계 미국인인 리처드슨 주지사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생각하듯이 제 정체성을 생각하곤 합니다. 저는 미국인이지만 한국인의 뿌리를 매우 자랑스럽게 여기고 한미 두 나라의 문화와 언어의 공존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리처드슨 주지사는 기자들로 부터 스페인어로 질문 받고 대답하길 좋아하고 또 미국 정치인으로서 그렇게 하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리처드슨 주지사의 이런 면을 본받고 싶습니다.”

문: 한반도 상황에 대한 개인적인 소망을 말씀해주시죠.

답: “중국이 다시 부상하고 일본의 지역적 입지가 더욱 강해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남북한과 동시에 우방국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미국은 북한과 우호적인 관계를 가질 수 있습니다. 또 지금까지 집권한 미 행정부마다 한반도 통일 문제를 피해왔지만 이제는 남북한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도록 미국이 은근히 압력을 가하고 동시에 도움을 제공할 시점이 되었습니다. 통일은 제 생전에는 불가능할 것입니다. 하지만 평화로운 한반도를 이룩하기 위해 좋은 진전을 거둘 수 있고 미국은 통일 문제에 있어서 긍정적인 원동력이 돼야 합니다. 저는 그동안 미국과 한국, 일본, 홍콩 등 여러 나라에서 살아봤지만 통일된 한반도가 가장 살기 좋은 곳일 것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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