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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DA문제, 법적 문제 해결만 남아


미국의 와코비아 은행이 미 국무부의 요청으로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 BDA은행의 북한자금 송금 중개를 검토 중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이제 BDA 문제 해결이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BDA 은행은 여전히 미 재무부에 의해 ‘돈세탁 우려기관’으로 지정돼있기 때문에 미 행정부가 법적인 예외를 적용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적지않은 상황입니다.

현재 미 국무부와 재무부는 이 문제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손지흔 기자가 좀 더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3월 반테러법인 애국법 311조를 적용해 BDA 은행을 ‘돈세탁 우려기관’으로 지정했습니다. 애국법 311조는 불법사업에 연루된 혐의가 있는 기관과 미국 은행 간 거래를 금지하고 있어, 부시 행정부는 와코비아 은행이 국무부의 요청을 수용할 경우 애국법을 위반하지 않으면서 북한자금을 송금하도록 하는 방안을 찾아내야 합니다.

미 의회조사국의 라파엘 펄 (Raphael Perl) 선임 정책연구원은 17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부시 행정부는 “이론적으로는 BDA은행에 대한 ‘돈세탁 우려기관’ 지정을 1회에 한해 임시철회함으로써 법적 규제를 피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펄 연구원은 “애국법 311조에 지정 철회에 관한 조항은 없지만 부시 행정부는 이를 요청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와코비아 은행이 북한자금 송금을 중개하려면 이로 인해 피해를 입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보장받아야 할 것이라고 펄 연구원은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 내 중개은행 물색작업을 벌여온 국무부와 BDA문제 주무 부서인 재무부는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미 국무부의 숀 매코맥 대변인은 17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측이 많은 은행들과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BDA 문제가 해결됐다는 어떤 공식 통보도 받지 못했다”면서 “더 이상 언급할 게 없다”고 말했습니다.

미 재무부의 몰리 밀러와이즈 대변인도 와코비아 은행의 송금 중개를 허용해달라는 국무부의 요청이 있었느냐는 VOA의 질문에 “와코비아 은행에 대한 중개요청은 국무부에서 시작했으니 그 쪽에 물어보라”고 답변했습니다.

와코비아 은행은 17일 북한자금 송금을 중개해달라는 국무부의 요청을 받아 검토 중이라고 미 언론을 통해 공개했습니다.

한국 정부의 외교소식통은 “송금을 중개할 은행이 요구하는 바를 재무부측이 충족시키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 문제가 수일 내로 해결될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당국자들은 미 행정부 최고위층이 문제해결을 위한 정치적 의지를 갖고 있다면서, 결국 와코비아나 다른 미국 은행을 통해 송금이 성사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은 지난 2005년 9월에 돈세탁 등 북한의 불법금융활동 의혹을 제기하면서 BDA은행 내 북한자금을 동결했고, 이후 지난 3월 2.13 북 핵 합의의 일환으로 동결된 자금을 해제키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BDA자금의 송금 지연을 문제삼아 2.13 합의의 초기단계 조치인 영변 핵시설의 폐쇄조치를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 언론들은 “미국의 북한 동결 자금 해제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요구조건을 바꾸며 지연전술을 펴고 있고, 부시 행정부는 계속 양보만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미 외교협회의 게리 세이모어 (Gary Samore) 부회장은 17일 비확산연구센터 주최로 워싱턴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부시 행정부는 2.13 합의를 받아들임으로써 북한에 크게 양보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세이모어 부회장은 “부시 행정부는 기존의 요구조건이었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에 비해 강도가 낮은 2.13 합의를 받아들임으로써 대북한 정책을 갑자기 바꿨다”고 말했습니다. 그 결과 부시 행정부는 BDA문제에 관한 기존의 입장을 포기하는 대가를 치러야했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미국 내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 인사로 꼽히는 존 볼튼 전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국무부가 북한과 비밀 장외 협상을 벌임으로써 앞으로 있을 재협상 노력에서 약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비판했습니다.

볼튼 전 대사는 18일자 ‘월스트리트 저널’신문에 게재한 기고문에서 BDA문제와 관련한 미국의 잇따른 양보는 국무부가 2.13 합의를 유지하는데만 급급하다는 점을 북한측에 확인시켜 준다고 말했습니다.

볼튼 전 대사는 또 국무부와 북한 사이에 BDA외의 다른 비밀 거래가 있을 가능성도 제기했습니다. 북한은 BDA자금 회수 뿐아니라 심지어 미국 은행을 통한 국제금융시장으로의 접근 보장을 모색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볼튼 전 대사는 북한이 2.13 합의 초기조치 이행 시한을 넘긴 만큼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제 이번 합의를 쉽게 번복할 수 있게 됐다며 합의를 무효화할 것을 주장했습니다.

한편 ‘워싱턴 타임스’ 신문은 18일, 6자회담의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등 고위 협상대표들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폐쇄하는 대로 평양을 방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외교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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